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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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장미]는 뱀파이어, 어린 시절부터 그 존재에 대해 끝없는 호기심을 느껴 온 저자는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여행 에세이를 쓰기 위해 방문한 일본 혼슈 중서부에 위치한 기후현 구조하치만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소설은 이와쿠라에서 매년 우주로 떠나는 허주의 승선원을 선발하는 캠프가 열리고, 열네 살 다카다 나치는 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4년 만에 이와쿠라를 방문한다. 울창한 산의 경사면에 거대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는데 허주(虛舟)이라고 했다. ‘허주 승선원들의 신이 여기 계시는 것이고 경배를 드리지 않으면 캠프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나치의 부모는 일찍 돌아가시고 먼 친척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캠프에 관한 예비지식이 없었다. 이와쿠라에서 여관을 경영하는 엄마의 사촌 히사오 이모와 사촌 후카시를 만났다. 캠프가 열리는 동안 머물러야 한다. 성에 가는 건 처음인데 장미 덤불이 경사면에 가득하고 독한 장미의 존재를 알아차린 순간 달콤하고 흉악한 향기가 위 속에서 역류하는 듯했다. 피를 토하고 있는 것을 보고 변질이 빠르다고 했다.

 

캔 따개 같은 금속 덩어리를 통로라고 하는데 팔 한가운데를 찔러 피먹임을 한다. 식사로는 해결되지 않아서 남의 피를 먹지 않는 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후카시는 팔을 내밀며 피를 먹으라고 말했다. 나치는 허주 승선원이 되기도 싫고 남의 피도 거부하고 있었다.

 

똑똑한 장미는 피어나서, 시들고, 어김없이 져 버리는 꽃이야. 그래서 현명한 거야. 하지만 어리석은 장미는 시들지 않아. 피어난 채 영원히지지 않고, 말라 죽지도 않아. 그래서 어리석은 장미라고 하는 거지.p58

 

최초의 배가 추락했다고 하는 나비 계곡에 가면 변질이 빨라진다. 나치 엄마 나쓰 씨도 허주 승선원이었다. 커다란 바위 그늘에서 엄마가 발견되었고 아빠 고시로 다다유키는 완전히 모습을 감춰 버렸다. 엄마의 가슴에 은 말뚝이 꽂혀 있었는데 아빠의 지문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살인을 하고 행방불명이 된 것은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었다.

 

나치는 어머니와 같은 체질로 변화하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공감할 수 없었고, 실제 허주 승선원이라고 하는 도와라는 여자를 만난다. 아무리 쓸쓸하고 괴로워도 배를 타고 멀리로 나가야만 한다. 그것이 이 지구에서 태어난 자의 사명이다. 이와쿠라는 멸망하고 우리도 멸망한다고 말했다.

 

멧돼지의 잘린 머리통이 시로타 집 문기둥 꼭대기에 놓여 있었다. 메아리가 한 짓이라고 수군대었다. 미카미 유이는 타인의 피를 빠는 게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아빠가 나치를 쫓아와 너도 죽여야 한다는 무서운 꿈을 꾸기도 한다. 캠프에서 마나베 선생은 통로는 피를 받을 때 사용하는 것인데 중요하게 소중히 다뤄야 하고 한 번 쓸 때마다 반드시 열탕소독을 하고 반드시 동네 사람, 건강한 사람을 고를 것, 동성보다 이성에게 받는 편이 효과가 더 좋다 등등 자세한 주의가 이어졌다.

 

대체 누가 자기 아이를 허주 승선원으로 만들고 싶을까. 이리로 보낸다는 건 자식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인데 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는 가끔 자신이 지구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

 

피먹임을 당하면 건강해진다는 소문이 있었고 건강도 안 좋은 높은 사람 대신이 거액을 지불하고 권리를 사기도 하였다. 대신은 심부전에 의한 사망으로 처리되었지만 메아리가 살해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도와는 메아리가 한 명이 아니라고 했다. 캠프를 여는 이유는 허주 승선원을 배출하기 위해, 허주 승선원을 늘리기 위해, 이것은 국가의 계획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나치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끝이 시작되지. 도와의 말이 공포를 느꼈음이 분명했다. 땅울림, 진동도 아니었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다가오리라는 예감을 느꼈다. 나치는 이곳 이와쿠라에 온 후로 계속 생각했던 일, 저항하던 일, 쭉 고민하며 거부했던 일, 망설이고 주저하고 두려워하고 의심했던 일을 하려고 한다. 도와는 차례차례 순서대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나치는 우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저자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고, [어리석은 장미]14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뱀파이어와 SF 세계관이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더운 여름, 읽으면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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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김대현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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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두 남녀의 로맨스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겠지만 정반대로 끔찍한 살인사건 내용이 담겼다. 그들은 왜 신을 버리고 스스로 악마가 되었을까? 왜 신은 잔혹한 살인사건을 지켜만 보는 것일까? 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20년 전, 노부부 연쇄살인사건 특수 팀에 속해 있는 정동인과 이진호는 남의 집에 사람이 들어간 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하러 갔다 범인들과 맞닥뜨렸고 현장에서 도망치던 범인에게 칼에 찔려 사망했다. 동인은 사망 직전 용의자의 프로필을 설명하기도 했다. 남매인 듯 매우 닮았고, 남자 180cm, 여자 164cm 정도로 추정된다. 꽃향기라고 적혀 있었다.

 

동식은 엄마 정화와 담임 목사의 설교 말씀을 듣고 있었다. 아버지 동인이 돌아가시자 절대로 신을 믿지 않고 원망하였다. 성인이 되어 형사가 된 동식의 강력 3팀에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상자 안에는 캠퍼스 노트 한 권과 6인치 가량의 사진 앨범이 들어있었다. 날짜에 글귀가 여백을 두고 붙여져 있었는데 하나만 고른다면 우리들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단 한 번도 사회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우리들은 거짓된 위선에 좌절했고 분노했다.’고 적혀 있었다. 20년 전 동인을 사망하게 한 용의자들이 보낸 듯 하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자기들이 저지른 죄를 합리화 시키려는 것인가?

 

뉴스에 연일 보도 되는 흉악한 범죄들을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의 결말도 충격적이다. 초반부터 범인이 나오고 버젓이 살인을 저지르고 후회를 하지 않다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정말 신은 있는지, 없는지 왜 살인사건을 지켜만 보는 걸까? 의문이 든다.

 

수사법상 동식은 이 사건에서 제외된다고 팀장은 말했다. 미제사건 범인이 사건을 추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을 것이고 자문을 구했더니 범인이 보낸 게 확실하다고 했다. 용의자 중 민기의 여자 친구 리원은 민희에게 신의 존재를 믿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어릴 때 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얼마간의 신앙심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점차 안 믿게 됐다고 말했다.

 

한 마리의 토끼가 사람을 구원하는 게 아니라 토끼를 사냥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커다란 행복과 만족을 준다고 민희는 리원이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남매를 만나고 의심스러울 때 피했어야 했는데 리원은 불편한 감정과 알고자 하는 욕구가 뒤섞였고 얼마 지나 민기에게 참혹하게 당하고 만다.

 

동식은 수사팀에서 빠졌고 긴 휴가를 받았다. 개인사무실을 열어놓고 조사를 하면서 엄마가 건네준 아버지의 수사일지를 살펴보기도 했다. 민희는 살롱을 운영하고 있으며 명품 옷을 구매하기도 했다. 지하실에는 고급 미술품이 보관된 방도 있었다. 동식은 보육원 몇 곳을 돌아보면서 사라진 아이들을 생각했다. 두 번째 택배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팀원들은 용의자와 어떤 일을 도모하다 마음이 안맞았거나 계획이 틀어진 쪽에서 보낸 것이라고 했다. 택배 안에는 동영상 파일 60초 정도 길이였고, 다른 장면을 찍은 화면이 하나로 편집되어 있었다. 젊은 남자가 삽과 가방을 메고 캐리어를 짊어지고 야산으로 들어가는 것, 이름 모를 나무 앞에서 캐리어에서 꺼내서 땅에 묻는 것이 찍혀 있었다.

 

, 천사, 악마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전부 하는 짓이 비슷하잖아. 그러니까 아름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 그림을 보면 좋겠어.p307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끝까지 반성할 줄 모르는 용의자들 태도에 마음이 씁쓸하다. 현실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한다. 우리들의 삶이 신의 장난감에 불과한 것처럼 그들의 삶 또한 우리들의 장난감에 불과해서 그런 잔혹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용의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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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보다 고양이 - 당신의 고양이가 하고 싶은 말 연애보다
앨리슨 데이비스 지음, 나마스리 니어밈 그림, 김미나 옮김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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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중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고양이는 독립적이어서 혼자서 잘 놀고 키우기 쉽다고 한다. [연애보다 고양이]는 주인이 집에 돌아와도 반기지 않는 것 같지만 어떻게 다가오는지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마음을 나눌 줄 아는 고양이들의 성숙한 사랑법을 말한다.

 

고양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보내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무수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빈틈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서든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놀라운 능력도 있다고 한다. 고양이들이 쓰는 발을 보고 성별을 알 수가 있다. 수고양이들은 왼발잡이인 경우가 많은 반면 암고양이들을 오른발잡이가 대부분이다. 고양이는 주인이 달달한 쿠키를 먹어도 관심을 두지 않는데 그들은 달콤한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몸단장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제대로 그루밍을 하지 못한다면 고양이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반대로 몸의 특정 부위에 털이 빠질 정도로 너무 과해서 집중해서 그루밍을 한다면 그곳에 통증을 느끼거나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의미예요.p23





고양이들이 꿈을 꿀 때의 뇌파와 사람이 잠을 잘 때의 뇌파와 비슷한데, 주로 렘수면 상태를 유지하는 고양이들이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꿈을 꾼다. 하나의 난자에 여러 개의 정자가 착상되는 중복 임신이 가능한 동물이 고양이다. 임신 기간이 짧고 한 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배출할 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금사빠라는 별명이 붙었다.

 

고양이가 무언가를 긁는 건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발톱의 성가신 바깥층을 말끔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고양이 발 관리의 필수적인 요소다. 당신이 문으로 들어서는데 고양이가 발톱을 세우고 달려든다면 신이 났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몸길이의 여섯 배까지 점프를 할 수 있다. 몸의 무게에 비해 표면적이 커서 바닥에 부딪칠 때 충돌하는 힘을 줄일 수가 있다. 소리는 공기가 성대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지지만 가르랑거리는 소리는 성대 자체가 서로 부딪쳐 진동하면서 나는 소리다.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것은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동안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표시다.





집고양이는 호랑이와 DNA95.6%가 일치한다. 고양이의 야생성을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다. 포식자 간의 공통점들이 무수히 많기도 하다. 고양이에게 느린 윙크는 최고의 찬사다. 당신의 눈을 쳐다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일 때 고양이는 웃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꾹꾹이를 하는 대상은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고 보드라운 것들이다. 그래서 이불이나 쿠션 위에서 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하루 종일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반은 깨어 있는 것이다. 잠의 80%가 얕은 렘수면 상태라 작은 소리에도 눈을 뜬다. 고양이의 통통한 배는 건강에 해로운 게 아니다. 지나친 과체중은 무리를 주지만 약간의 지방은 싸움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주요 장기들을 보호하면서 먹이를 비축할 여유 공간을 주고, 싸우다 잽싸게 달아나야 할 때에도 배를 앞으로 길게 늘이면 속도와 유연성이 배가된다.

 

고양이 꼬리의 위치를 보면 속마음을 알 수 있다. 한껏 느긋한 기분일 때 고양이는 꼬리를 공중으로 지켜들고 있다. 같은 위치에서 꼬리 끝을 구부린 채 부르르 떠는 건 온 힘을 다해 아이 러브 유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가볍게 부르르가 아니라 세차게 탁탁 내려치고 있다면 화가 났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읽어갈수록 양파 껍질이 하나씩 벗겨지듯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기만 하던 고양이의 세계에 한 발자국씩 다가서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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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보다 강아지 - 당신의 개가 하고 싶은 말 연애보다
리즈 마빈 지음, 옐레나 브리크센코바 그림, 김미나 옮김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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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반려동물 양육하는 가구가 80%를 차지하는 시대이다. 이 책은 동물 에세이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집을 난장판을 만들어놓는 개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이면서 개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개들과 끈끈한 사이가 되려면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애쓰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개와 인간이 동거해온 역사가 무려 3만 년이나 거슬러 올라간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힌다. 이 긴 시간 동안 서로에게 완벽한 동반자이자 최고의 친구가 된 것이다. 사람에게 털이 곤두섰다는 건 일반적으로 무언가에 대해 성이 났다는 의미로 공격 태세를 취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뜻이지만 개의 등에 난 털이 곤두선 것은 심사가 틀어졌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개가 사람과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는 이유가 늑대의 후손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몸을 공처럼 동그랗게 마는 것은 야생 시절의 잔재로 남은 본능적인 습관이라고 한다. 다른 개들이 있는 곳에서 주인에게 몸을 기대는 것은 일종의 선언이다. “이 사람은 내 사람이야! 너희들은 이 사람을 가질 수 없어!”라고 하는 것이다. 개가 몹시 행복할 때나 놀고 싶을 때, 꼬리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니 몸 전체를 씰룩씰룩 마구 흔들어댄다.





개들이 배를 보이며 드러눕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복종의 의미이고 둘째는 당신이 배를 긁어주기를 너무나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개는 사람이 배를 긁어줄 때의 느낌을 좋아한다. 포유류의 경우 모닝을 자극해주면 뇌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되는데 특히 배는 털이 없는 부위여서 개들이 더 좋아하는 것이다.

 

개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늑대처럼 울부짖는다는 걸 아시는가? 개는 천성적으로 분리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 무리에서 떨어지거나 홀로 남겨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다. 귀로도 참 많은 말을 하는데 귀가 어떤 모양인지에 따라 그 뜻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정상적인 위치에서부터 뒤로 많이 누울수록 개가 걱정이 많다는 것이다. 꼬리로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리는 것은 탐색 중, 탐색 중!’을 외치는 것이다. 꼬리가 마치 해저 탐색용 레이더처럼 보이니까. 진지하게 몰두 중이라는 뜻이자 감출 수 없는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개는 청력이 네 배는 뛰어나고 고주파도 잘 들을 수 있어서 해충 퇴치기, 화재 감지기, 진공청소기, 전자레인지 같은 일상적인 소음에도 영향을 받는다. 당신에게 일반적인 것이라도 누구에게나 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어릴 때 키우던 강아지가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피난 나간 집 꼴로 만들어 놓는다든가, 뛰어다니며 오줌을 찔금거려 가족들이 야단을 치며 몇 번 혼쭐이 나고 나면 그만두겠지 했지만, 말썽은 계속됐다. 이제야 알았다. 삐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자기의 기분, 자기의 사랑을 열심히 말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개를 위한 좀 더 현명하고 똑똑한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우게 되리라 믿으며 개를 키우고 있지 않은 이들이라 해도 충직하고 우직한 진짜 사랑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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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의 용이 울 때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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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이야기 여섯 번째 책인 <땅속의 용이 울 때> 땅속의 용이라는 제목의 정체는 하찮아 보이는 흙 속의 지렁이다. 60년을 이어온 이어령 선생님의 한국문화 대탐사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 가운데에서도 또 다른 특별함이 있는데 한국문화론의 효시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직접적으로 수정 보완하였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한국인이란 누구일까. ‘한국적이란 무슨 의미일까를 일깨워주는 듯 하다.

 

다윈은 오랜 여행으로 약해진 몸을 요양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는데 다음해부터 지렁이 연구를 시작한다. 지렁이가 생명이 살아가는 흙을 만든다는 사실을 눈치챘던 것이다. 지렁이가 한 해에 얼마나 많은 흙을 만드는지 계측할 수 있는데 다윈은 40년간 그 지렁이 관찰을 했다.

 

저자는 지렁이 울음소리를 들어보았다고 했다. 2015년 무렵 강연을 할 때였는데 한밤중에 땅에서 들리는 소리를 녹음해서 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들려주고 어떤 소리 같으냐고 물은 적이 있다. 윙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읭~~ 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는 지렁이 울음소리였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의 서문에 나오는 노부부 이야기는 실화이다. 아리랑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해 내려온다. 정선, 밀양, 진도의 아리랑을 3대 아리랑이라고 하는데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래로 생활 현장인 들과 논에서 불리던 흙의 노래이다. 여느 다른 노래와는 달리 원형대로 있지 않아 민중의 공감력이 형성될 때마다 노랫말이 바뀌어 왔다. 두 노인이 손을 부여잡고, 또 그 보따리를 들고 있는 시골 장터 풍경을 보고 천년을 살아온 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뒷모습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의 쫓겨 가던 뒷 모습, 우리 역사 속에서 허둥지둥 가축처럼 쫓겨 간 한민족의 이야기를 하자고 생각했던 책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이다.

 

시골에서 자랐는데, 기차를 타고 고향에 도착했던 사람들은 모두 늑대와 같았다. 일본인들이었고, 조선인 아이들에게는 형을 어머니를 누이를 능욕한 짐승 같은 사람들이다. 기차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가 없었고 기차를 타고 가는 조선인들은 죄다 고향을 떠나거나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늘 한국 사람이 자랑할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소득으로 따져도 잘 해봐야 우리는 세계 10위에서 13위를 왔다갔다 하니까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이 10개 나라도 넘는다. 그러나 우리는 남의 민족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고 가슴에 못질한 적도 없고 남을 침해하지 않은 민족 가운데 우리만큼 사는 민족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한다. 우리 역사가 밟은 자의 역사가 아니라 밟힌 자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영웅이 생겨나고 지도자가 있어온 것이 아니겠는가?

 

선생님은 일제 시대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초등학교 6학년 때 해방을 맞았다. 그 시대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고 23~24, 대학 4학년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평생을 글을 썼다. 잘나거나 지식이 특별히 많아 강연하고 글 쓴 게 아니라 해방 이후 70여 년간 다양한 시대상을 직접 경험하면서 그 경험을 글로 꾸준히 옮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갓길 표시또는 갓길 없음표시가 나오는 걸 보게 될 것인데 저자가 만든 말이다. 그래서 별명이 갓길 장관이 되었다. 문화부 장관 하면서 뭘 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로 한 일이 없는데 고속도로 타고 가다 보면 , 내가 그래도 이름 하나는 바꿨구나싶단다.

 

부엌에서 가장 천한 것이지만 또 가장 요긴한 것이 부지깽이다. 부지깽이는 무엇이나 될 수 있어서 아무 나뭇가지나 하나 꺾으면 다 부지깽이로 쓸 수 있다. ‘부뚜막 위 부지깽이가 돼라라는 말이 얼마나 소중한 말인가. 그런 농담 있는데 홍도야 울지 마라를 한마디로 줄이면 !’이 된다는 그것과 마찬가지 말이다.

 

1998년부터 동아제약이 주최한 대학생 국토 대장정 행사의 고문을 맡은 적이 있었다. 임진각까지 20일 동안 걷는데 남녀 학생들의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을 보았다. 죽어서 다 흙이 되는데 나보다 앞서서 죽어간 그 사람들의 피가 내 속으로 들어온다. 신토불이라는 말을 할 때 저 흙이 내 몸이고 저 바람이 내 영혼이 되는 것이다. 대장정을 끝내고 마지막 들어오는 장면은 참 감동적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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