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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 햇살 냄새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유은실 지음, 이현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평점 :
포근하고 따뜻한 동화 네 편이 실려 있어요. 우리 옆집 사는 아이를 보는 듯, 친근하고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고,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동화입니다. 아이도 또래 친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지하에 살고 있는 예림이네 이야기는 마치 시 한 편을 읽는 듯해요.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하루, 마음이 울적한 사람, 머리가 복잡한 사람, 움직이기 어려워 집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 구겨진 듯 내팽개쳐졌던 빨래들...모두 모두 나와 따뜻한 햇살을 마음껏 쬘 수 있는 여유..읽는 내내 햇살의 파릇한 냄새가 아른아른 했어요.
끊임없이 따지듯 질문하고 궁금해했던 지수 이야기가 나오는 '도를 좋아하는 아이'를 읽으면서 마음이 울그락불그락 해졌어요. 똑똑한 듯 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 어디까지 이해하고 받아줘야 하는지...지수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어요. 궁금하고 알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갖는 것뿐인데...상대를 배려해주면서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기도하는 시간'을 읽으면서 웃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아무튼 너무 재미있었어요. 전도사 아줌마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라요. 마음이 착하고 부지런하고 손도 빠르고...저는 그런 사람이 부러워요. 남을 도와주는 것도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아끼지 않고 뭐든 해주려고 하는 마음이 정말 아름다워요. 아이스크림을 눈앞에 두고 안타까워하고 화내던 선미도 예쁘고요.
'백일 떡'은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예요. 지민이의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됩니다. 10살 어린 동생 보배가 태어나고 겪었을 외로움 서운함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그리고 수줍음 잘 타는 어린 소녀의 마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요. 달걀 껍질을 깨고 나오는 어린 병아리처럼 지민이도 당당한 아이로 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겨요.
곱고 아름답지만, 아이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동화 네 편이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오르게 하네요. 무슨 짓을 해도 예쁘고 다 용서가 되는 그 시절..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