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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가방
황선미 지음, 김중석 옮김 / 조선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가정은 아이에게 평온함을 주지요. 눈치 볼 일도 없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기쁜 일이 생기면 서로 좋아해주면서 살아갑니다. <열한 살의 가방>에는 위탁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부모님이 계셔도 사정이 생겨서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도 있고, 주인공 믿음이처럼 태어날 때 버려진 아이도 있어요. 누군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은 평생 안고 갈 깊은 상처일 거예요. 믿음이는 세상 아무도 믿지 않아요.

디자인 아줌마와 같이 살고 있는 믿음이는 골프도 배우고 승마도 배우고 영어도 배워요. 넉넉한 가정에서 자라는 평범한 아이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믿음이의 마음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어요.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아픔이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어요. 디자인 아줌마는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도우미 아줌마는 차가운 눈길로 믿음이에게 또다른 상처를 줍니다. 욕을 하거나 야단을 치지 않아도 아이는 상처받을 수 있어요. 도우미 아줌마가 내뱉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믿음이에게는 깊은 아픔으로 남아요.

그래서 버려질 때부터 갖게 된 이불과 인형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센터에서 일하는 미나 선생님은 믿음이가 믿고 따르는 어른이에요. 디자인 아줌마에게 오면서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고요. 믿음이가 불편해 하는 것들이 뭘까 생각해 봤어요. 사소한 것에 실망하고 작은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누구의 잘못인가, 또다시 디자인 아줌마를 떠나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고요.
엄마 아빠와 사는 평범한 가정만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 모두가 꼭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나만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무시하고, 내 위주로 생각하면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어요. 우리 사회가 안고 가는 문제를 짚어주는 따뜻한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