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미스터리 박스 1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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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이지만……. 이렇게밖에 살 수 없었어. 겁 많고, 더럽고 저속한 인간이었어. 정말로 타락했어. 싫지만 어쩔 수 없었겠지. 다 마찬가지야. 스스로 원해서 망가지는 인간은 없어. 난 꿈을 잃었어."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中)

제목이 어렵다. 발음하기도 어렵다. 횡메르카토르 도대체 무슨 말이냐? 역시 무식이 죄다. 횡메르카토르도법이라고 지도를 만드는 방법 중의 하나네요.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하는 대축적지도는 모두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다니, 상식 하나 배웠네요. 아, 물론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닌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전율과 경악, 충격의 단편집이라는 홍보 문구. 잔인하고 충격적이고 경악스럽기는 합니다. 우울하기도 합니다. 인간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고, 또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참 무의미하게도 느껴집니다. 보면서 무척 우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물론 다른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요. 잔인함보다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더 궁금한 소설이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이 모든 잔인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제게는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내용보다는 바로 작가의 상상력,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독특한 소재를 미스터리와 스릴러, SF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제가 만일 작가가 된다면 이런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을 것 같아요. 이 작가의 단편소설을 몇 편 읽었는데, 사이코적인 집착과 강박관념을 엉뚱한 상상력을 풀어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암튼 작가의 뇌를 한번 해부하고 싶습니다(먹고 싶다고 하면 이상하겠죠? 혹시 모르죠. 오메가가 될 수 있을지). 암튼 제 취향에 맞는 소설이었습니다. 추천부터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첫 번째 소설 <에그 맨>은 달걀 하나를 세 번에 나눠서 먹는 연쇄살인자의 이야기입니다. 배트맨도 아니고 슈퍼맨도 아니고, 웃긴 에그맨이라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일까?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SF? 작가도 새롭고. 그러니까 사전 탐색이라고 할까요? 이 소설은 SF 호러소설에 가깝습니다. 처음 소설부터 뒤통수 제대로 칩니다.

<오메가의 성찬>은 편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이라는 소설과 함께 무척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체로 잔인한 소설을 좋아하네요. 코끼리 인간(거대 인간, 이 녀석이 오메가입니다)이 폭력배가 처리한 시체를 먹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코끼리 인간과 그를 보조하는 엘리트 출신의 조직 똘마니 '나'의 이야기입니다. 더럽고 지저분한 시체를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오메가. 그리고 어떤 사연으로 인해 시체를 토막 내서 오메가가 먹기 편하게 요리하는 '나'. 암튼 이 인간들 갈 데까지 갑니다. 리만 가설. 뇌를 먹으면서까지 밝히고 싶은 수학적 가설. 천재와 사이코는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니코틴과 소년 - 거지와 노파> 이 소설도 무척 독특했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천재와 사이코는 종이 한 장 차이듯이 폭력과 비폭력도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지 않을까 싶어요. 경계선. 예술과 타술도 그렇고. 남자와 여자. 구원과 절망. 이성과 광기. 거지 노인. 친절한 경찰이 거지 노인을 불태워 죽이려고 했다는 믿지 못할 사실, 친절한 빵가게 아저씨가 거지 노인을 죽이려고 했다는 믿지 못할 사실. 나 '타로'는 믿을 수가 없다. 누구 말이 사실이고, 누구 말이 거짓인가? 친절한 소년 '타로'는 할아버지를 구원할 수 있을까? 전념일까? 본성일까?

<소녀의 기도>는 무척 우울한 소설입니다. 광신도 어머니, 폭력 아버지. 버림받은 소녀. 괴물 같은 소녀. 학교를 빠지는 소녀. 연쇄살인사건. 소녀의 심리 상태가 무척 불안정합니다. 소녀의 기도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소녀의 기도는? '동방신기 오빠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는 절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주세요. 어머니는 딸이 마음에 안 듭니다. 신을 믿어야 하는데, 신을 믿어야 하는데. 수련을 해야 하는데. 암튼 가족이 모두 미쳤습니다. 미친 세상을 벗어나기 위한 소녀의 발악. 신도 아닌 나라도 아닌 잔인한 연쇄살인자에게 기도를 드립니다. 아이러니.

<오퍼런트의 초상>은 SF 소설입니다. 예술이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 스키너(친근한 이름)라는 심리학자가 세운 새로운 세계. 실험으로 인간을 정화시키는 기술(과학). 예술은 타술이 됩니다. 예술을 찬미하고 옹호하는 자들을 처단하는 스키너부의 오퍼런트. 복선과 반전.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그런 미스터리 SF소설입니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는 미야베 미유키의 <나는 지갑이다>처럼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지도가 주인공입니다. 지도의 주인이 표시해 둔 시체 매장 장소. 택시 주인인 지도의 주인은 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을까요? 그런 계기가 된 사건은?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저지르는 아들. 지도는 종이에 그려야 함에도 이 미친 사이코는 인간의 가죽 위에다가 지도를 그립니다. 으스대는 인간 가죽 지도.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 과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는 주인을 지킬 수 있을까요?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와 편도와의 짧은 로맨스(?)도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질투하는 지도의 운명은?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는 이번 단편집에서 분량이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고요. 아마 전율과 경악, 충격이라는 문구는 이 소설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네요. 고민 기술자와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의 심리 싸움. 숫자 강박증에 빠진 고문 기술자. 그에게는 13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런 고문 기술자의 약점을 공격하는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 잔인한 고문이 시작됩니다. 물론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는 자신이 원해서 죽으러 온 것입니다. 손톱이 빠지고, 발톱이 빠지고, 못에 박혀도 살려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 괴물 같은 얼굴의 여자. 묘사가 정말 섬뜩합니다. 그리고 고문 기술자의 꿈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들. 모두 망가지는 인간들. 망가지고 싶어 망가지는 인간은 없을 텐데. 씁쓸한 여운도 조금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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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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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군수사관 출신의 잭 리처는 재즈 가수 블라인드 블레이크의 마을이라는 이유 하나로 우연히 들른 마그레이브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살인 용의자로 체포됩니다. 피해자가 살해된 시간은 자정, 그는 자정에 이곳에 있지도 않았는데, 무조건 살인자로 몰아세웁니다. 알리바이도 확실한데 말이죠. 암튼 초반부터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자,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 난관을 어떻게 벗어날 것입니까? 그런데 잠깐 생각할 틈도 없이 교도소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살인 누명으로 시작한 사소한(?) 이야기는 나중에 엄청나게 스케일이 커집니다. 초기에 이 작품의 제목으로 이야기되었던 <살인자들의 마을>은 이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를 작은 마을에 가둬놓을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오히려 <추적자>가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물론 얼마 전에 개봉해서 흥행한 국내 스릴러 영화 <추격자>가 연상되기는 하지만요.

주인공 잭 리처는 군수사관 출신입니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군 복무 중이었습니다. 군수사관 출신이라 싸움뿐만 아니라 머리가 무척 좋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영미권 추리소설에서 기대하게 되는 (물론 주로 미국 추리소설이기는 하지만) 터프하고 거친 탐정(물론 탐정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애매하지만)은 아닙니다. 장난 비슷하게 홈즈의 추리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개인사를 맞추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그의 추리력이 나중에 엄청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요. 제목처럼 이 소설은 주인공 잭 리처가 자신의 살인 누명을 벗는 동시에 죽은 형의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자들을 추적하는 내용입니다. 10명의(은행가 허블은 제외) 정체를 알 수 없는 녀석들과의 한판 추격전. 그러나 이들은 잭 리처의 동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데, 잭 리처는 이들의 정체를(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전혀 모릅니다. 잭 리처가 죽은 형이나 관계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흔적으로 마그레이브라는 마을에 엄청난 진실을 파헤칩니다.

중반 쯤 넘어가서는 깜짝 놀랬습니다.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거든요.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마을 마그레이브. 여기까지는 사실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을 전체가 조금 수상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마을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 아닐까 혼자 생각을 했는데, 좀 더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네요. 그리고 이 소설 박진감과 긴박감이 끝내줍니다. 주인공 잭 리처가 이런 저런 위험에 처하고 어떻게든 살아남고, 그리고 끝내 범인들을 추적하거든요. 만약 이 소설이 이렇게 끝난다면 다른 추리 스릴러 소설과 큰 차이가 없겠죠. 주인공 잭 리처는 위에서도 말했지만 무척 똑똑합니다. 많지 않은 현장의 증거로 숨겨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그러니까 지적 재미도 있다는 얘기죠. 빠른 행동력과 뛰어난 두뇌를 모두 가진 잭 리처, 그에 매력에 한번 빠져보세요. 추리소설 좋아하시는 분, 스릴러 소설 좋아하시는 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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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동화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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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ZOO>에 이어 읽은 오츠이치의 장편소설. 단편소설만 읽다가 장편소설을 읽었는데, 오히려 단편소설보다 더 괜찮네요. 이미 앞의 작품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단편소설도 꽤 재미있죠. 그러니까 결론은 이 작품 정말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면서 읽었는데, 마무리까지 무척 깔끔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드네요.

<암흑동화>는 '눈의 기억'이라는 단편의 암흑동화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동화입니다. 말을 할 수 있는 까마귀. 그는 사람과 말을 하고 싶지만 말하는 까마귀는 사람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죠. 눈이 먼 장님 소녀. 까마귀는 그녀에게 다가가 인간인 척 행동을 하며 다가섭니다. 누구도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는 소녀에게는 이런 말하는 까마귀는 무척 반가운 친구죠. 둘은 친해집니다. 까마귀는 이런 눈 먼 소녀를 위해 사람들의 눈알을 뽑아서 선물로 갖다 줍니다. 정말 멋진 동화이지 않습니까? 눈 먼 소녀는 까마귀가 갖다 준 눈알을 통해서 눈알의 주인의 삶을 간접 경험합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엔딩은 더 멋집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기억과 왼쪽 눈을 잃어버린 여고생 '나미'. 외할아버지의 돈으로 어려운 각막이식수술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왼쪽 눈으로 그 눈알의 주인의 삶을 보게 됩니다. 그녀는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부모에게나 선생님에게나 반 친구들에게나 소중한 존재였으나 기억을 잃은 그녀는 소외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합니다. "예전에는 너는 피아노도 잘 쳤는데…….", "예전에 너는 안 그랬는데…….", "너는 이상하게 변했어." 등 기억을 잃은 '나'가 아닌 그(그녀)들이 기억하는 '나미'의 모습을 보기를 원합니다. 암튼 어떤 연상 작용에 의해서 보게 되는 눈알의 주인의 삶(횡단보도에 있으면, 눈알의 주인이 횡단보도에서 경험했던 일이 보입니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추리소설의 재미가 시작됩니다. 왜냐? 눈알의 주인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거든요. 그리고 무시무시한 동화를 쓰는 작가의 출현. 이 작가의 삶은 공포입니다. 왜냐? 암튼 읽어보시면 압니다. 호러와 미스터리와 암흑동화까지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마지막을 기대하셔도 좋을 만큼 엄청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읽었습니다. 기존의 단편소설을 몇 권 읽어서 대충 그런 느낌일 줄 알았는데, 훌쩍 뛰어넘네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습니다. '눈의 기억'이라는 소설 속 암흑동화 하나만으로도 그 재미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더 많은 것들이 이 소설에 있어요. 오츠이치라는 작가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죠. 그런데 확실히 상상력 하나는 정말 풍부한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암튼 본격 미스터리 좋아하시는 분들, 무시무시한 공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 추천합니다. 사족으로 이 소설 꽤 잔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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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드랜드
미치 컬린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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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의 미치 컬린의 기괴하고, 슬프고, 아름답고, 가슴 아프고, 우울한 그런 잔인한 11세 소녀의 현실 세계를 그린 소설. <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은 노년의 홈즈의 생활을 그린 소설로 추리적인 요소는 많지 않지만, 묘한 여운과 감흥을 전해주고 있어 읽고 나면 가슴 한켠이 훈훈해 집니다. 암튼 <타이드랜드>는 미치 컬린이 2000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한 마디로 최고였습니다. 이런 독특한 어린 소녀가 나오는 소설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전직 락커이자 마약쟁이 아버지, 그리고 어린 소녀(자신의 딸)를 부려먹고 때리는 (역시나) 마약쟁이 어머니 사이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머리만 있는 바비 인형과 이상한 놀이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때로는 빙글빙글 도는 놀이도 합니다. 왜? 재미있으니까. 너 참 이상한 아이구나! 맞아야. 젤리자 로즈라는 소녀는 무척 이상해요. 암튼 마약쟁이 어머니는 죽고(재수 없고, 냄새 난다고 아버지란 작자가 태워 버리려고 하더군요, 시체를, 암튼 아버지도 제 정신은 아님), 아버지와 시골 텍사스로 갑니다. 마약쟁이 아버지 역시 죽습니다. 과연 11세 소녀는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이 소설은 무척 잔인합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가정환경이 너무 안 좋아요. 그리고 아이는 점점 이상해지고요.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어머니가 되어서 자신과 대화를 하고, 머리만 있는 바비 인형과 대화도 합니다. 다중 인격자가 같기도 하고, 아니면 스스로가 처한 현실에 나름대로 대처하기 위한 방어인지도 모르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신보다 강한 바비 인형(클라시크)을 만들어서 힘들게 어려운 상황들을 이겨냅니다. 두려움도 배고픔도 슬픔도 아픔도 그렇게 이겨냅니다. 그런데 무척 잔인한 현실 세계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상하게 소설은 슬프거나 잔인하게 느껴지지가 않아요. 젤리자 로즈라는 소녀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무척 웃깁니다. 그리고 그 소녀 주변 인간들. 델(마녀?)과 디킨스(보그맨 = 좀비 또는 미라) 암튼 이 두 인물도 이상합니다. 제 정신이 아니에요. 암튼 제 정신 아닌 인간들이 잘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암튼 이 소설 무척 독특합니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젤리자 로즈라는 아이 무척 귀엽습니다. 물론 현실은 잔인하지만 젤리자 로즈만의 세계에는 그런 잔인한 세계가 전혀 잔인하지가 않고 한편의 판타지 같습니다. 잔인한 동화?

<12몽키즈>, <그림형제>, <브라질(여인의 음모)>의 테리 길리엄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할 생각을 안 하네요. 테리 길리엄 감독의 <타이드랜드> 무척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팀 버튼 감독이나 <판의 미로>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들었어도 무척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무엇보다 <사일런트 힐>의 조델 퍼랜드라는 아역 배우의 연기가 무척 보고 싶습니다. 포스터와 스틸을 잠깐 봤는데, 무척 잘 어울리네요. 암튼 이 소설 무척 독특하고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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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08-07-0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암흑의 경로로 영화를 봤는데요. 영화 정말 잘 나왔습니다. 그래서 책도 사보려구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1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1
최혁곤 외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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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에 이어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을 출간했습니다. 국내 공포소설과 추리소설이 독자들에게는 별로 인기가 없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겠지만, 우선 장르소설 마니아들의 눈높이가 높고, 그리고 장르소설을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도 이런 국내 작가들의 장르소설이 나오면 무엇보다 너무 기쁘고, 너무 설렙니다. 물론 때로는 실망도 하지만 말이죠. 이번에 출간된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을 읽고, '이 작품 하나는 정말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물론 괜찮은 작품은 많았지만, 정말 끝내주는 작품이라고 할까요?(우수상이 아닌 최우수상의 작품) 그런 작품은 사실 없었습니다. "눈높이가 너무 높은 거 아니냐?", "아니면 작품을 읽을 줄 모르는 거 아니냐?"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저 역시 일본 추리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독특하고 신선하고 끝내주는 작품이 없다는 것은 저 역시나 무척 아쉬웠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국내 추리소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흥미 있는 요소들을 놓친 부분도 분명히 있을 테고요. 우선 10인의 작가들의 10편의 단편소설들은 기존의 국내 추리소설에 비해서는 소재가 무척 다양합니다(물론 킬러의 등장은 다소 식상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사 추리소설은 이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영원한 제국>,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등 무척 재미있는 소설들은 이미 오래 전에 읽어서인지 가슴에 확 와 닿는 부분은 조금 적었고요). 밀실 트릭, 추리 스릴러, 제주 4.3 항쟁, 트랜스젠더, 연예인과 팬, 음독 살해 등 암튼 우선 소재 자체는 무척 다채로워서 좋았습니다. 불륜, 치정, 강간, 섹스 암튼 자극적인 요소를 다룬 단편소설은 한 편도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이번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은 완성도라고 할까요?(완결성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우선 장편소설을 한 권이라도 발표하신 분들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스토리(구성) 자체가 무척 튼튼하더군요. 최혁곤, 정명섭, 김유철 씨 등의 작품이 그러했습니다. 이대환 씨의 소설은 밀실 트릭을 다룬 소설인데, 트릭 자체나 형식(잡지)은 좋았는데, 문장이 잘 읽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글을 써 본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글을 조금 다듬었으면 더 좋았을 뻔 했습니다.

최혁곤 씨의 <푸코의 일생>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구성 자체가 무척 안정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여름'과 '겨울' 2부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입니다. 추리 스릴러라고 해야 하나요? 암튼 그런 긴장감 위주(청부살인업자의 그의 주변 인물들 간의 긴장)의 추리소설이었습니다. 물론 겨울 편에서 반전도 준비되어 있지만, 반전 자체보다는 긴장감 위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대환 씨의 <알리바바의 알리바이와 불가사의한 불가사리>는 밀실 트릭을 다룬 추리소설입니다. 밀실의 방에 죽어 있는 시체, 그리고 그 방에서 들려오는 범인의 목소리, 그리고 문을 열자 사라진 범인.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읽으면서 조금 불안하다고 할까요? 암튼 트릭 자체는 좋았습니다.

김유철 씨의 <암살>은 제주 4.3 항쟁을 외국인(앙리라는 프랑스계 미국 수사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 자체가 무척 안정감이 느껴졌고요. 프로필을 보니 여러 작품을 발표하신 것 같더군요. (역시 글이란 많이 써야 하나 봅니다. 물론 많이 쓰는 것이 반드시 좋은 글이 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요.) 미국이나 일본인보다 친미파, 친일파가 그 당시에 더 끔찍했었죠. 나쁜 짓도 더 많이 저지르고요. 그런 인간의 대표적인 인물 박 대령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앙리라는 수사관이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범인을 잡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범인이 너무 쉽게 자백을 해서 조금 아쉽더군요.

류삼 씨의 <싱크홀>은 우선 재미있더군요. 소설이 무척 빨리 읽힙니다.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공포소설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살인범에게 쫒기는 여성(+아이)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사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이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싱크홀>은 기존의 이런 스타일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살인범의 어머니(?), 살인범이 부르는 노래, 살인범이 하고자 하는 일, 청각장애아와 살인범 등등.

나혁진 씨의 <안녕, 나의 별>은 티렉스라는 인기 힙합가수를 좋아하는 불량소녀 미미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도 문장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우선 큰 무리 없이 글이 잘 읽히더군요. 연예인의 사생활, 연예인과 팬의 관계, 그리고 살인사건. 개인적으로 (물론 팬과 연예인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많기는 하지만) 좀 더 깊게 파고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외국에는 많지만 국내에는 이런 소재를 다룬 소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과일 트릭은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반전 강박증이 있는 것은 아닌데, 결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미미와 지혜의 관계에 조금 의심을 했었거든요. 이건 뭐 개인적인 취향이기는 합니다.

강지영 씨의 <거짓말>과 박지혁 씨의 <일곱 번째 정류장>은 <싱크홀>과 함께 이번 작품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입니다. <거짓말>은 사실 추리적인 요소보다 공포적인 요소가 많더군요. 마지막의 미옥이라는 여자의 독백 부분이 좋더군요. 작품 스타일도 조금 어둡고, 제 취향과 조금 잘 맞는 소설 같아요. <일곱 번째 정류장>의 인간 이면에 숨어 있는 악의를 유쾌하게 표현한 작품 같아요. 초반에는 재미있는 트릭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 추리소설 중에 이런 방면으로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 있기는 하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정명섭 씨의 <불의 살인>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입니다. 이 소설도 최혁곤 씨나 김유철 씨의 소설처럼 무척 안정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성이 튼튼하다고 할까요? 관리 문달이 방화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밝혀지는 인간들의 어두운 욕망을 그린 소설인데, 여러 가지 우연들(선의일수도 있고, 악의일수도 있는)에 의해 벌어지는 사건이 재밌더군요.

한이 씨의 <피가 땅에서부터 호소하리니>는 판타지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습니다. 뭔가 시작하려는 순간에 이야기가 끝나더군요. 아브라힘, 부리엘, 마아가 등 등장인물들이 너무 빨리 등장했다 퇴장하는 것 같아서 이야기에 빠지기도 전에 끝나더군요. 이 소설은 단편보다는 장편의 호흡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김재희 씨의 <오리엔트 히트: 스푼 메이커스 다이아몬드>는 첩보 스릴러입니다. '한'이라는 국제 첩보 조직원이 터키에서 사라진 스푼 메이커스 다이아몬드를 찾는 내용입니다. 무척 잘 읽히고, 재미도 있는데,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더군요. 사실 첩보원 나오는 영화를 어린 시절부터 많이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평범했습니다.

암튼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네요. 사실 추리소설에 대해 그다지 알지도 못하고, 국내 작가의 소설이라 뭐라 말하기도 조금 힘들어서 안 쓰려고 했는데, 그냥 막무가내로 씁니다. 흥미 있는 요소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각 작품들의 색깔이 모두 달라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 많이 발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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