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넌 누구냐? - 색깔 있는 술, 막걸리의 모든 것
허시명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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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중현을 좋아한다. 비틀즈만큼이나 아름다고 비욘세만큼이나 섹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맥주만큼이나 시원하고 와인만큼이나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 가수 장기하

  소주나 맥주에 비해 값싼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막걸리, 사실은 소주나 맥주에 비해 고급술이더군요. 소주와 맥주의 주세가 72%이고, 막걸리의 주세는 5%입니다. 제조원가를 따지면 막걸리는 소주나 맥주에 비해 꽤 비싼 술입니다. 소주나 맥주는 술값의 대부분이 거의 세금. 암튼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 막걸리를 소개하고, 일본인들이 막걸리를 찾으며, 막걸리 칵테일이 생기는 듯 막걸리 열풍이 불더군요. 물론 지금은 그 때에 비해 많이 잠잠해 진 거 같은데(예전에는 막걸리 프랜차이즈도 무척 많았죠. 얼음 막걸리를 이 때 먹어본 것 같네요), 그래도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맥주나 소주에 비해 응용도 다양하고요. 단, 제발 막걸리 그 특유의 초록색 통은 제발 바꾸기를……. 이상하게 막걸리의 초록색 통은 구수한 막걸리를 먹기도 전에 사람을 질리게 만듭니다. 조금 예쁜 통으로 만들어서 제발 팔았으면 좋겠네요.

  막걸리를 맛있게 만드는 양조장 탐방기도 아니고 막걸리 맛 집 순례기도 아닙니다. 막걸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시작으로 동동주와의 차이, 막걸리의 씨앗인 누룩, 그리고 유명한 양조장, 심지어 막걸리 조제법까지 막걸리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친 막걸리 입문서입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막걸리 정보지입니다. 저자 허시명 씨는 나름 이쪽 분야의 전문가더군요. 술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냈으며, 술 평론가이자 막걸리학교 교장이기도 합니다. 막걸리 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도 여러 번 참여했고요. 암튼 막걸리 전문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막걸리 평론가(?)가 없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네요. 막걸리의 역사가 몇 백 년인데 말이죠.

  이 책을 읽고 느끼거나 실천하고 싶은 점을 정리하면, 우선 집에서 누룩과 고두밥만 있으면 막걸리를 만들 수 있더군요. 그러나 온도 조절도 어렵고 장기간 보존해야 하는 등 조금 귀찮아서 이건 포기. 그러나 술을 직접 만드는 양조장은 한 번 견학을 가보고 싶더군요. 직접 맛을 보면 더욱 좋고요. 우선 포천의 이동주조나 부산의 금정산성막걸리는 한 번 찾아가서 맛을 보고 싶고,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진천의 덕산 양조장도 한 번 견학하고 싶네요.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전주막걸리집입니다. 1만 2천원에 막걸리 한 주전자(2리터)인데 안주가 한 상 가득 나온다고 하네요. 또 한 주전자를 시키면 안주상이 새로 또 나오고요. 전주 음식 맛있다고 하던데, 막걸리도 마시고 안주도 먹고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어요(전주의 삼천동 막걸리골목은 유명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가끔 막걸리를 먹을 때가 있는데 매번 똑같은 막걸리를 주더군요. 막걸리의 종류가 엄청 다양한데, 왜 술집에서는 손님이 골라먹을 수 있게 막걸리를 준비하지 않는 걸까요? 그냥 가게에서 정해준 막걸리를 먹어야 한다니, 뭔가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이것도 큰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손님의 선택권이 없다는 것. 암튼 조만간 막걸리 원정대라도 꾸려야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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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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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토 유야의 단편집으로 지극히 사토 유야스러운 이야기들로 넘쳐나네요. 사토 유야를 은근히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원래 사토 유야는 이런 작가이입니다. 『플리커 스타일』이나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등의 카가미家 연작 시리즈에 비해서는 완결성이나 구성이 조금 떨어지는 감은 있지만 가볍게 읽을 소품으로는 괜찮네요. 물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품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가 붙음 엄연한 빨간책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토 유야의 이런 이야기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선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딱지부터 살펴봐야겠네요. 「시신과……」에서 어린 소녀의 시체를 엠바밍(시체 위생 보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금 리얼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 때문에 19금딱지를 받은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우리나라 삼류 막장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사랑하는 연인이 알고 보니 남매였다는 가족끼리의 섹스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고 남매가 섹스 하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섹스를 했다는 정도. 이런 내용도 19금딱지의 한 원인이겠죠. 또한 여섯 살 소년이 여자 인형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이야기(「태어나 줘서 고마워!」)나 시체에 애정을 갖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시신과……」), 또는 중학교 2학년 소녀가 남자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아버지와 언니, 학교 친구들에게는 학대당하는 이야기(「인형 리카」), 중학생들이 친구들을 총으로 마구 쏴 죽이는 이야기(「욕망」). 생각해보니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그다지 좋아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네요. 장면 묘사의 잔인함보다는 이야기의 불편함 때문에 아마도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지 않았나 싶네요.

  극한의 고통에 처한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어른들이 대부분의 단편에 등장합니다. 「욕망」에서의 젊은 여교사. 모든 폭력적인 행동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논리에 휘말립니다. 아이들의 그런 잔인한 행동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고리타분한 교사의 표본이죠.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노력의 효과는 제로입니다. 「대홍수의 작은 집」에서는 대홍수가 일어났음에도 자신들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 자식들이 두렵고 부담스러워서 그냥 버립니다(간접 살인). 「인형 리카」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딸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리고 성욕을 해소할 곳을 찾은 어른들은 집단 강간을 하며 좋아하고요. 무능력한 상담교사와 실천하는 여성인권행동가의 결말도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어른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더군요.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은 파괴하고 고통을 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냅니다. 「대홍수의 작은 집」에서의 삼남매는 타인의 세계를 철저하게 배척합니다. 「시신과……」에서의 어린 여자아이 시체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죽어서도 편히 땅에 묻히지 못하고 여기 저기 배회를 하고요. 「욕망」에서는 그러한 어른들의 세계에 길들여진 마음 없는 아이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사람들을 죽이고요.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에서는 남매 부모를 둔 아이들의 고통과 혼란스러움이 전해집니다. 불편하다면 불편한 이야기이고, 노트에 휘갈겨 쓴 낙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뜯어보면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의미라는 것이 조금은 유치하고 불친절하게 보이기도 하지만요. 사토 유야의 카가미家 연작 시리즈에 비해 높은 점수는 주기 힘들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파고드는 작가의 장인정신(?)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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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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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충격적인 서술트릭으로 국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우타노 쇼고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보다는 훨씬 오래 전(1991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신본격의 대표 작가라고는 해도 거의 20년 전에 발표한 소설이라 트릭의 참신성에 대해 조금 걱정을 했는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네요. 물론 트릭 자체는 조금 신선함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가 있어서 뭐라 언급은 못하겠는데, 공포나 스릴러 영화에서도 이런 트릭을 너무 많이 우려먹어서 조금은 눈치를 채겠더군요. 물론 이 소설은 트릭이 전부는 아닙니다. 트릭을 아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물론 트릭을 눈치 채지 못한 독자들은 반전의 롤러코스터에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고요. 사건이 해결되었다 싶으면 반전이 나오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싶으면 또 반전이 나옵니다. 암튼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트릭에 나름 공을 들이는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오랜만에 유쾌한 작품을 읽었습니다.

  소설은 크게 에도가와 란포(소설 속에서는 ‘히로 라이터’라는 가명으로 등장)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백골귀>라는 소설 속 이야기와 소설 <백골귀>의 진위여부(실제 작가는 누구인가?, 도작은 아닌가?, 정말 무명의 작가가 이 작품을 썼을까? 등등)를 파헤치는 한물간 추리작가의 이야기가 병행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런 과거와 현재의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연결이 되면서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줍니다. 꼬여 있는 이야기를 푸는 재미 또한 괜찮고요.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 구조보다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풍을 모방한 소설 속 소설 <백골귀>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더군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기이하고 우울하며 살짝 변태적인 것이 매력적이죠. <백골귀>에도 그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에도가와 란포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어 그의 일상생활을 살짝 훔쳐보는 느낌도 들고요.

  달을 보며 울부짖는 여장남자의 자살사건이라는 기이한 이야기와 몽환적 분위기도 매력적이고, 에도가와 란포의 그런 작품에 에도가와 란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아이러니 역시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신본격의 대표 작가답게 꼬인 트릭과 반전의 반전으로 독자들을 우롱하려는 작가의 자세 또한 마음에 들고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만큼 충격적인 반전(일부 독자들은 불공정하다고도 하는)은 없지만, 논리적인 트릭과 이지적인 추리,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몽환적 분위기의 절묘한 조화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트릭의 약간의 식상함은 이러한 장점들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 작가의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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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수수께끼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91
도바 료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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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4권 중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단편집입니다. 『청색의 수수께끼』나 『적색의 수수께끼』에 비해서 아는 작가도 없고, 또한 대략적인 줄거리를 읽어보니 미스터리보다는 액션의 비중이 높아서 뒤로 미루어 두었다가 이제야 읽었네요. 확실히 『청색의 수수께끼』나 『적색의 수수께끼』에 비해서는 재미나 추리적인 요소는 조금 약하네요. 그래도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소소한 재미는 줍니다. 첩보 스릴러의 특성을 가진 단편이라고 소개가 되어있으나 첩보 스릴러에 어울리는 작품은 「검찰 수사 특별편」과 「920을 기다리며」 뿐 다른 작품들은 색깔이 전혀 다릅니다. 그래도 작품의 무게는 묵직하네요. 자위대와 북한군, 게다가 일본 방위청과 암살자까지 등장을 하거든요. 큰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인지 나름 재미있게 읽었네요.

  「사령의 손」은 도바 료의 작품으로 배경은 현대가 아닙니다(에도시대가 아닐까 싶은데). 「방탕아의 귀감」과 함께 조금 가볍습니다. 낚시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나미노스케라는 나리가 동반 자살 사건으로 보이는 사건에 참견하게 되면서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체형이 마른 남자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미스터리가 떠오르더군요. 시대 분위기나 주인공 나미노스케의 행동 등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작품의 분위기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요. 나름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도 있습니다. 동반 자살 사건 뒤에 연이은 살인이 터지고,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목덜미에 난 멍. 나미노스케가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은 꽤 재미가 있는데, 목덜미의 난 멍의 정체(트릭)나 밝혀지는 범인은 조금 아쉽습니다. 소소한 재미는 주나 큰 한 방이 없어서 조금 아쉽네요. 미스터리보다는 나미노스케라는 캐릭터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 괜찮을 듯싶어요.

  「검찰 수사 특별편」은 나카지마 히로유키의 작품으로 시작이 무척 마음에 들더군요. 마약에 취해 보이는 이상한 남자가 현경 본무 앞에서 깽판을 부립니다. 이 남자는 왜 이런 짓을 했을까요? 그 남자를 형무소에 집어넣은 여검사의 시점으로 그 동기가 파헤쳐집니다. 사실 동기가 엄청난 것은 아닌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역시나 이 작품도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동기는 조금 약합니다. 여검사가 사건 이면에 숨은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고난과 역경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 괜찮을 듯 싶네요. 자위대와 북한군, 마약, 검사, 마약 수사관, 경시청, 현경 등 스케일은 무지 큽니다. 사건의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도 괜찮고요.

  「920을 기다리며」는 후쿠이 하루토시의 작품으로 『망국의 이지스』의 바로 그 작가입니다(영화 《망국의 이지스》의 원작소설입니다. 우리나라 배우 채민서가 출연했는데, 개봉 당시 극우영화로 알려져서 말이 많았죠. 그런데 이 작품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오오야부 하루히코상,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 수상 등 수상경력이 엄청 화려하네요. 극우영화는 아니라는 얘기가 있던데 원작이 무척 궁금하네요. 「920을 기다리며」는 전혀 그런 쪽이 아닙니다. 내부 고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방위청 정보국의 비상근 공작원(AP)입니다. 일이 없을 때는 택시 운전으로 먹고살고요. 경찰이 밝은 곳에서 일을 한다면 이들은 어두운 곳에서 일을 합니다. AP, CO, SOF 등 생소한 직업이 등장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상부로부터 내려 온 지시. 그런데 뭔가가 이상합니다. 일이 이상하게 꼬여가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소설입니다. 영화 《차우》를 보면 맷돼지를 잡기 위해 엄청난 덫을 놓죠. 이 소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덫입니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가장 강하고, 이번 단편집에서 재미도 가장 있네요.

  「방탕아의 귀감」은 『뇌남』의 슈도 우리오의 작품입니다(『뇌남』이라는 작품으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것 같은데 평가는 좋지가 않네요. 참고로 이 작품은 국내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장편 『뇌남』은 잘 모르겠지만, 단편 「방탕아의 귀감」은 짧고 강렬하고 심플하네요. 중간에 애교 수준의 트릭도 재미있고요. 어느 날 늙은 자산가의 젊은 아내가 남편의 상태가 이상하다면 주인공 의사에게 왕진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이미 자산가는 죽어있는 상태. 아내의 살인이었죠. 기울어져가는 병원을 살리기 위해 사고사로 처리하고 병원을 살립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알고 찾아오는 방문객. 그런데 이 방문객이 조금 이상합니다. 암튼 이 작품은 큰 재미는 없지만 소소한 재미는 있습니다. 마지막 엔딩이 마음에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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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마을의 꿈>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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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금(禁) 조치’를 당한 21세기 중국판 금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옌롄커의 문제작이 또 국내에 소개가 되었네요. 중국의 문학작품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라는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쉽게 손이 안 갔는데, 은근히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네요. 『딩씨 마을의 꿈』 역시 출간 후 판금조치를 당했다고 하네요. 아마도 중국 사회(특히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딩씨 마을의 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피를 팔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서민 계층들이 피를 팔아(매혈 운동) 부자가 되려고 하였으나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에이즈(AIDS)’라는 열병과 정부의 버림으로 인한 사망 선고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의심과 질투, 살인, 그리고 가난한 자(집단) 사이에서의 또 다시 생겨나는 권력과 돈, 그리고 죽음. 고통과 절망의 수레바퀴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인민들의 잔인한 실상이 주인공 소년의 할아버지의 꿈과 뒤섞이면서 잔인한 환상으로 되살아납니다, 마치 좀비처럼…….

  주인공 소년의 할아버지는 꿈을 통해 미래에 벌어질 잔인한 현실을 내다봅니다. 할아버지가 꾸는 꿈은 마치 무릉도원을 걷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그 꿈들은 미래에 벌어질 잔인한 사건들의 전초 단계라서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잔인한 꿈이자 환상입니다. 할아버지의 꿈은 무척 아이러니합니다. 잔인한 현실을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반면, 오히려 현실의 잔인함을 더욱 잔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할아버지가 꾸는 그런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꿈을 꾸고 나면 꿈보다 더욱 잔인하고 비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화자는 할아버지의 죽은 손자입니다. 죽은 손자의 시점으로 딩씨 마을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사건들이 묘사되는데, 할아버지의 꿈만큼이나 잔인함을 부추깁니다. 한 마디로 무척 잔인하고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딩씨 마을. 작은 공동체. 어느 날 마을에 주삿바늘 하나가 들어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민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꼽습니다. 피를 팔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팔기 시작합니다. 피 장사를 통해서 이윤을 남기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500을 뽑아야 할 피를 600을 뽑고, 300을 줘야 할 돈을 200만 줍니다. 그리고 위생 상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주삿바늘을 너도나도 공유를 합니다. 사람들의 얼굴빛은 모두 창백하게 변해버립니다. 피를 계속 팔아 힘이 없는 인민들을 시체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에이즈라는 열병이 마을에 돌기 시작합니다. 모든 인민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는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인간들의 이성과 인성은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자본주의적 환상은 인민들의 피를 빨아 먹고 쑥쑥 자라 그들을 잡아 먹어버립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뿌옇게 흩날리는 흙먼지뿐. 멸망.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너무나 잔인하고,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가슴 아프고, 너무나도 아픈 그런 딩씨 마을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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