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토 유야의 단편집으로 지극히 사토 유야스러운 이야기들로 넘쳐나네요. 사토 유야를 은근히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원래 사토 유야는 이런 작가이입니다. 『플리커 스타일』이나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등의 카가미家 연작 시리즈에 비해서는 완결성이나 구성이 조금 떨어지는 감은 있지만 가볍게 읽을 소품으로는 괜찮네요. 물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품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가 붙음 엄연한 빨간책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토 유야의 이런 이야기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선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딱지부터 살펴봐야겠네요. 「시신과……」에서 어린 소녀의 시체를 엠바밍(시체 위생 보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금 리얼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 때문에 19금딱지를 받은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우리나라 삼류 막장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사랑하는 연인이 알고 보니 남매였다는 가족끼리의 섹스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고 남매가 섹스 하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섹스를 했다는 정도. 이런 내용도 19금딱지의 한 원인이겠죠. 또한 여섯 살 소년이 여자 인형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이야기(「태어나 줘서 고마워!」)나 시체에 애정을 갖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시신과……」), 또는 중학교 2학년 소녀가 남자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아버지와 언니, 학교 친구들에게는 학대당하는 이야기(「인형 리카」), 중학생들이 친구들을 총으로 마구 쏴 죽이는 이야기(「욕망」). 생각해보니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그다지 좋아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네요. 장면 묘사의 잔인함보다는 이야기의 불편함 때문에 아마도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지 않았나 싶네요.

  극한의 고통에 처한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어른들이 대부분의 단편에 등장합니다. 「욕망」에서의 젊은 여교사. 모든 폭력적인 행동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논리에 휘말립니다. 아이들의 그런 잔인한 행동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고리타분한 교사의 표본이죠.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노력의 효과는 제로입니다. 「대홍수의 작은 집」에서는 대홍수가 일어났음에도 자신들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 자식들이 두렵고 부담스러워서 그냥 버립니다(간접 살인). 「인형 리카」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딸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리고 성욕을 해소할 곳을 찾은 어른들은 집단 강간을 하며 좋아하고요. 무능력한 상담교사와 실천하는 여성인권행동가의 결말도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어른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더군요.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은 파괴하고 고통을 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냅니다. 「대홍수의 작은 집」에서의 삼남매는 타인의 세계를 철저하게 배척합니다. 「시신과……」에서의 어린 여자아이 시체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죽어서도 편히 땅에 묻히지 못하고 여기 저기 배회를 하고요. 「욕망」에서는 그러한 어른들의 세계에 길들여진 마음 없는 아이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사람들을 죽이고요.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에서는 남매 부모를 둔 아이들의 고통과 혼란스러움이 전해집니다. 불편하다면 불편한 이야기이고, 노트에 휘갈겨 쓴 낙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뜯어보면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의미라는 것이 조금은 유치하고 불친절하게 보이기도 하지만요. 사토 유야의 카가미家 연작 시리즈에 비해 높은 점수는 주기 힘들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파고드는 작가의 장인정신(?)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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