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충격적인 서술트릭으로 국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우타노 쇼고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보다는 훨씬 오래 전(1991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신본격의 대표 작가라고는 해도 거의 20년 전에 발표한 소설이라 트릭의 참신성에 대해 조금 걱정을 했는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네요. 물론 트릭 자체는 조금 신선함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가 있어서 뭐라 언급은 못하겠는데, 공포나 스릴러 영화에서도 이런 트릭을 너무 많이 우려먹어서 조금은 눈치를 채겠더군요. 물론 이 소설은 트릭이 전부는 아닙니다. 트릭을 아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물론 트릭을 눈치 채지 못한 독자들은 반전의 롤러코스터에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고요. 사건이 해결되었다 싶으면 반전이 나오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싶으면 또 반전이 나옵니다. 암튼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트릭에 나름 공을 들이는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오랜만에 유쾌한 작품을 읽었습니다.

  소설은 크게 에도가와 란포(소설 속에서는 ‘히로 라이터’라는 가명으로 등장)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백골귀>라는 소설 속 이야기와 소설 <백골귀>의 진위여부(실제 작가는 누구인가?, 도작은 아닌가?, 정말 무명의 작가가 이 작품을 썼을까? 등등)를 파헤치는 한물간 추리작가의 이야기가 병행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런 과거와 현재의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연결이 되면서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줍니다. 꼬여 있는 이야기를 푸는 재미 또한 괜찮고요.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 구조보다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풍을 모방한 소설 속 소설 <백골귀>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더군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기이하고 우울하며 살짝 변태적인 것이 매력적이죠. <백골귀>에도 그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에도가와 란포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어 그의 일상생활을 살짝 훔쳐보는 느낌도 들고요.

  달을 보며 울부짖는 여장남자의 자살사건이라는 기이한 이야기와 몽환적 분위기도 매력적이고, 에도가와 란포의 그런 작품에 에도가와 란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아이러니 역시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신본격의 대표 작가답게 꼬인 트릭과 반전의 반전으로 독자들을 우롱하려는 작가의 자세 또한 마음에 들고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만큼 충격적인 반전(일부 독자들은 불공정하다고도 하는)은 없지만, 논리적인 트릭과 이지적인 추리,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몽환적 분위기의 절묘한 조화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트릭의 약간의 식상함은 이러한 장점들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 작가의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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