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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5금(禁) 조치’를 당한 21세기 중국판 금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옌롄커의 문제작이 또 국내에 소개가 되었네요. 중국의 문학작품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라는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쉽게 손이 안 갔는데, 은근히 좋은 작품들이 많이 있네요. 『딩씨 마을의 꿈』 역시 출간 후 판금조치를 당했다고 하네요. 아마도 중국 사회(특히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딩씨 마을의 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피를 팔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서민 계층들이 피를 팔아(매혈 운동) 부자가 되려고 하였으나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에이즈(AIDS)’라는 열병과 정부의 버림으로 인한 사망 선고입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의심과 질투, 살인, 그리고 가난한 자(집단) 사이에서의 또 다시 생겨나는 권력과 돈, 그리고 죽음. 고통과 절망의 수레바퀴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인민들의 잔인한 실상이 주인공 소년의 할아버지의 꿈과 뒤섞이면서 잔인한 환상으로 되살아납니다, 마치 좀비처럼…….
주인공 소년의 할아버지는 꿈을 통해 미래에 벌어질 잔인한 현실을 내다봅니다. 할아버지가 꾸는 꿈은 마치 무릉도원을 걷는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그 꿈들은 미래에 벌어질 잔인한 사건들의 전초 단계라서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잔인한 꿈이자 환상입니다. 할아버지의 꿈은 무척 아이러니합니다. 잔인한 현실을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반면, 오히려 현실의 잔인함을 더욱 잔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할아버지가 꾸는 그런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꿈을 꾸고 나면 꿈보다 더욱 잔인하고 비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화자는 할아버지의 죽은 손자입니다. 죽은 손자의 시점으로 딩씨 마을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사건들이 묘사되는데, 할아버지의 꿈만큼이나 잔인함을 부추깁니다. 한 마디로 무척 잔인하고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딩씨 마을. 작은 공동체. 어느 날 마을에 주삿바늘 하나가 들어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민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꼽습니다. 피를 팔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팔기 시작합니다. 피 장사를 통해서 이윤을 남기는 이들도 생겨납니다. 500을 뽑아야 할 피를 600을 뽑고, 300을 줘야 할 돈을 200만 줍니다. 그리고 위생 상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주삿바늘을 너도나도 공유를 합니다. 사람들의 얼굴빛은 모두 창백하게 변해버립니다. 피를 계속 팔아 힘이 없는 인민들을 시체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에이즈라는 열병이 마을에 돌기 시작합니다. 모든 인민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는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인간들의 이성과 인성은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자본주의적 환상은 인민들의 피를 빨아 먹고 쑥쑥 자라 그들을 잡아 먹어버립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뿌옇게 흩날리는 흙먼지뿐. 멸망. 이것은 꿈인가 현실인가? 너무나 잔인하고, 너무나 생생하고, 너무나 가슴 아프고, 너무나도 아픈 그런 딩씨 마을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