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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
케빈 마이클 코널리 지음, 황경신 옮김 / 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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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또한 선택의 문제이다. 당신이 세상으로부터 숨기려고 하는 것은 당신이 만들어내는 한계이기도 하다. 성치 않은 무릎이나 서투른 실력을 보여주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그래서 한쪽 구석에 그냥 서 있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춤을 출 수도 없다. 그러면 당신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p.221)

  선글라스를 낀 멋쟁이 아기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는 표지를 보고 이 책을 장애인이 세상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벽에 맞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에세이로 생각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표지에 멋쟁이 아기 사진을 보고 도대체 왜 이런 표지를 사용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 사진은 다리가 없는 이 책의 저자 케빈이 그의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동정적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싫어서 카메라를 들기 시작합니다. 그래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아라! 나는 그런 당신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테니까. 케빈이 17개국을 돌아다니면 찍은 33,000장 이상의 사진은 <롤링 전시회>라는 타이틀의 사진 컬렉션으로 전시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대부분 <롤링 전시회>에 전시된 사진들입니다.

더블 테이크(double take). 원제입니다. 뜻은 '문득 갑자기 다시 돌아보는 것'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람 또는 사건의 의미에 대해 '문득 갑자기 다시 돌아보는 것'을 뜻합니다. 처음에 케빈은 다리가 없다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할 뿐. 그러나 점점 어른이 되면서 자신이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혐오감을 주며, 불편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고통과 좌절, 분노는 그를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정상에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낳습니다. 그래서 스키를 타고, 레슬링을 하며, 휠체어 대신 두 손을 이용하여 스케이트보드를 탑니다. 그런 그가 어른이 되면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합니다. 문득 갑자기 자기 자신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합니다.

이 작업을 계속한 이유는, 내 인생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는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빚어낸, 하나의 영향력이다. 그렇다. 나는 다리 없이 태어났다. 그러나 그건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하나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다리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의 시선이나 혹사당한 손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다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왜 사연을 만들어내고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p.288)

  ‘나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토록 당황스러웠던 건, 한 마디로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반드시 물어봐야 할 질문은,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거야?’(p.289) 이 이야기는 장애를 극복한 성공한 그런 한 남자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더블 테이크(double take). 문득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 그 자리에는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보다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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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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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형법정》, 《황제의 코담뱃갑》 등의 불가능 범죄(밀실사건)를 주로 다룬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존 딕슨 카와 아서 코난 도일의 막내아들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이 공동 집필한 홈즈의 미공개 사건집입니다.

“우리가 데번 주를 방문한 이후…… 홈즈는 두 가지 매우 중요한 사건에 관계했다.…… 하나는 그 유명한 논퍼럴 클럽의 카드 스캔들 사건…… 또 하나는 불행한 몬펜셔 부인 사건이다.” 《바스커빌 가의 개》

  이처럼 《바스커빌 가의 개》에 살짝 나오는 ‘불행한 몬펜셔 부인 사건’은 <검은 준남작의 모험>이라는 이야기로 새롭게 태어나고, ‘논퍼럴 클럽의 카드 스캔들 사건’은 <애버스 루비의 모험>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러니까 셜록 홈즈 애독자분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죠. 이미 셜록 홈즈 시리즈가 막을 내린 시점에서 그 후일담 비슷한 이야기는 확실히 순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셜록 홈즈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없습니다. 굉장히 뒤늦게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어서 홈즈에 대한 향수 그런 것은 당연히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셜록 홈즈의 추리방식을 싫어하는 이유가 가장 크겠네요. 독자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혼자서 알고 있는 내용을 잘난 척(이러한 것이 매력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요) 떠벌리는 것이 싫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은 셜록 홈즈라는 명탐정의 활약보다는 밀실트릭의 대가 존 딕슨 카가 과연 어떠한 트릭들을 준비하고, 그러한 트릭들을 셜록 홈즈 이야기에 잘 녹아들어가게 묘사했는지 그게 궁금해서 읽은 이유가 가장 큽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의 존 딕슨 카의 매력은 별로 보이지 않네요. 셜록 홈즈 이야기의 매력은 많이 살아있지만요. 물론 뭔가 기이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그런 사건들도 있기는 하지만, 사건 해결이 지극히 홈즈스러워서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네요.

  밀실트릭의 대가 존 딕슨 카는 잊어라! 홈즈와 왓슨 콤비의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즐겨라! 홈즈의 시니컬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느껴라! 무엇보다 사건 의뢰자의 첫 모습만 보고 마치 마술사처럼 이런 저런 것들을 알아맞히는 홈즈만의 독특한 수사방식을 좋아한다면,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홈즈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 일독을 해도 좋을 듯싶네요. 그러나 12편의 이야기에 있는 트릭들은 요즘 시점에서는 조금 유치하고 살짝 썰렁하기도 합니다. 가독성도 조금 떨어지고, 트릭의 신선함도 별로 없고, 홈즈와 왓슨 콤비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는 듯싶어요. 이상은 셜록 홈즈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한 독자의 굉장히 주관적인 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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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넌 누구냐? - 색깔 있는 술, 막걸리의 모든 것
허시명 지음 / 예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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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중현을 좋아한다. 비틀즈만큼이나 아름다고 비욘세만큼이나 섹시하기 때문이다. 나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맥주만큼이나 시원하고 와인만큼이나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 가수 장기하

  소주나 맥주에 비해 값싼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막걸리, 사실은 소주나 맥주에 비해 고급술이더군요. 소주와 맥주의 주세가 72%이고, 막걸리의 주세는 5%입니다. 제조원가를 따지면 막걸리는 소주나 맥주에 비해 꽤 비싼 술입니다. 소주나 맥주는 술값의 대부분이 거의 세금. 암튼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 막걸리를 소개하고, 일본인들이 막걸리를 찾으며, 막걸리 칵테일이 생기는 듯 막걸리 열풍이 불더군요. 물론 지금은 그 때에 비해 많이 잠잠해 진 거 같은데(예전에는 막걸리 프랜차이즈도 무척 많았죠. 얼음 막걸리를 이 때 먹어본 것 같네요), 그래도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맥주나 소주에 비해 응용도 다양하고요. 단, 제발 막걸리 그 특유의 초록색 통은 제발 바꾸기를……. 이상하게 막걸리의 초록색 통은 구수한 막걸리를 먹기도 전에 사람을 질리게 만듭니다. 조금 예쁜 통으로 만들어서 제발 팔았으면 좋겠네요.

  막걸리를 맛있게 만드는 양조장 탐방기도 아니고 막걸리 맛 집 순례기도 아닙니다. 막걸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시작으로 동동주와의 차이, 막걸리의 씨앗인 누룩, 그리고 유명한 양조장, 심지어 막걸리 조제법까지 막걸리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친 막걸리 입문서입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막걸리 정보지입니다. 저자 허시명 씨는 나름 이쪽 분야의 전문가더군요. 술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냈으며, 술 평론가이자 막걸리학교 교장이기도 합니다. 막걸리 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도 여러 번 참여했고요. 암튼 막걸리 전문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막걸리 평론가(?)가 없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네요. 막걸리의 역사가 몇 백 년인데 말이죠.

  이 책을 읽고 느끼거나 실천하고 싶은 점을 정리하면, 우선 집에서 누룩과 고두밥만 있으면 막걸리를 만들 수 있더군요. 그러나 온도 조절도 어렵고 장기간 보존해야 하는 등 조금 귀찮아서 이건 포기. 그러나 술을 직접 만드는 양조장은 한 번 견학을 가보고 싶더군요. 직접 맛을 보면 더욱 좋고요. 우선 포천의 이동주조나 부산의 금정산성막걸리는 한 번 찾아가서 맛을 보고 싶고,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진천의 덕산 양조장도 한 번 견학하고 싶네요.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전주막걸리집입니다. 1만 2천원에 막걸리 한 주전자(2리터)인데 안주가 한 상 가득 나온다고 하네요. 또 한 주전자를 시키면 안주상이 새로 또 나오고요. 전주 음식 맛있다고 하던데, 막걸리도 마시고 안주도 먹고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어요(전주의 삼천동 막걸리골목은 유명하더군요).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가끔 막걸리를 먹을 때가 있는데 매번 똑같은 막걸리를 주더군요. 막걸리의 종류가 엄청 다양한데, 왜 술집에서는 손님이 골라먹을 수 있게 막걸리를 준비하지 않는 걸까요? 그냥 가게에서 정해준 막걸리를 먹어야 한다니, 뭔가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이것도 큰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손님의 선택권이 없다는 것. 암튼 조만간 막걸리 원정대라도 꾸려야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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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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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토 유야의 단편집으로 지극히 사토 유야스러운 이야기들로 넘쳐나네요. 사토 유야를 은근히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원래 사토 유야는 이런 작가이입니다. 『플리커 스타일』이나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등의 카가미家 연작 시리즈에 비해서는 완결성이나 구성이 조금 떨어지는 감은 있지만 가볍게 읽을 소품으로는 괜찮네요. 물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품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지는 않습니다. 19세 미만 구독불가 딱지가 붙음 엄연한 빨간책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사토 유야의 이런 이야기 무척 좋아합니다. 저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선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딱지부터 살펴봐야겠네요. 「시신과……」에서 어린 소녀의 시체를 엠바밍(시체 위생 보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금 리얼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 때문에 19금딱지를 받은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우리나라 삼류 막장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사랑하는 연인이 알고 보니 남매였다는 가족끼리의 섹스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고 남매가 섹스 하는 장면이 노골적으로 묘사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섹스를 했다는 정도. 이런 내용도 19금딱지의 한 원인이겠죠. 또한 여섯 살 소년이 여자 인형을 보고 성적으로 흥분하는 이야기(「태어나 줘서 고마워!」)나 시체에 애정을 갖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시신과……」), 또는 중학교 2학년 소녀가 남자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고 아버지와 언니, 학교 친구들에게는 학대당하는 이야기(「인형 리카」), 중학생들이 친구들을 총으로 마구 쏴 죽이는 이야기(「욕망」). 생각해보니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그다지 좋아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네요. 장면 묘사의 잔인함보다는 이야기의 불편함 때문에 아마도 ‘19세 미만 구독불가’ 판정을 받지 않았나 싶네요.

  극한의 고통에 처한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어른들이 대부분의 단편에 등장합니다. 「욕망」에서의 젊은 여교사. 모든 폭력적인 행동에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설득하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논리에 휘말립니다. 아이들의 그런 잔인한 행동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고리타분한 교사의 표본이죠.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노력의 효과는 제로입니다. 「대홍수의 작은 집」에서는 대홍수가 일어났음에도 자신들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는 자식들이 두렵고 부담스러워서 그냥 버립니다(간접 살인). 「인형 리카」에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딸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리고 성욕을 해소할 곳을 찾은 어른들은 집단 강간을 하며 좋아하고요. 무능력한 상담교사와 실천하는 여성인권행동가의 결말도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어른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더군요.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은 파괴하고 고통을 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지냅니다. 「대홍수의 작은 집」에서의 삼남매는 타인의 세계를 철저하게 배척합니다. 「시신과……」에서의 어린 여자아이 시체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죽어서도 편히 땅에 묻히지 못하고 여기 저기 배회를 하고요. 「욕망」에서는 그러한 어른들의 세계에 길들여진 마음 없는 아이들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사람들을 죽이고요.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에서는 남매 부모를 둔 아이들의 고통과 혼란스러움이 전해집니다. 불편하다면 불편한 이야기이고, 노트에 휘갈겨 쓴 낙서로 보일 수도 있지만, 뜯어보면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의미라는 것이 조금은 유치하고 불친절하게 보이기도 하지만요. 사토 유야의 카가미家 연작 시리즈에 비해 높은 점수는 주기 힘들지만, 그래도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파고드는 작가의 장인정신(?)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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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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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적인 서술트릭으로 국내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우타노 쇼고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보다는 훨씬 오래 전(1991년)에 발표된 소설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신본격의 대표 작가라고는 해도 거의 20년 전에 발표한 소설이라 트릭의 참신성에 대해 조금 걱정을 했는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네요. 물론 트릭 자체는 조금 신선함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가 있어서 뭐라 언급은 못하겠는데, 공포나 스릴러 영화에서도 이런 트릭을 너무 많이 우려먹어서 조금은 눈치를 채겠더군요. 물론 이 소설은 트릭이 전부는 아닙니다. 트릭을 아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요소가 많습니다. 물론 트릭을 눈치 채지 못한 독자들은 반전의 롤러코스터에 정신을 못 차릴 수도 있고요. 사건이 해결되었다 싶으면 반전이 나오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싶으면 또 반전이 나옵니다. 암튼 재미있는 작가입니다. 트릭에 나름 공을 들이는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오랜만에 유쾌한 작품을 읽었습니다.

  소설은 크게 에도가와 란포(소설 속에서는 ‘히로 라이터’라는 가명으로 등장)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백골귀>라는 소설 속 이야기와 소설 <백골귀>의 진위여부(실제 작가는 누구인가?, 도작은 아닌가?, 정말 무명의 작가가 이 작품을 썼을까? 등등)를 파헤치는 한물간 추리작가의 이야기가 병행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런 과거와 현재의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는 마지막에 연결이 되면서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줍니다. 꼬여 있는 이야기를 푸는 재미 또한 괜찮고요. 그런데 사실 이런 이야기 구조보다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풍을 모방한 소설 속 소설 <백골귀>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더군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기이하고 우울하며 살짝 변태적인 것이 매력적이죠. <백골귀>에도 그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에도가와 란포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어 그의 일상생활을 살짝 훔쳐보는 느낌도 들고요.

  달을 보며 울부짖는 여장남자의 자살사건이라는 기이한 이야기와 몽환적 분위기도 매력적이고, 에도가와 란포의 그런 작품에 에도가와 란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아이러니 역시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신본격의 대표 작가답게 꼬인 트릭과 반전의 반전으로 독자들을 우롱하려는 작가의 자세 또한 마음에 들고요.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만큼 충격적인 반전(일부 독자들은 불공정하다고도 하는)은 없지만, 논리적인 트릭과 이지적인 추리,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몽환적 분위기의 절묘한 조화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트릭의 약간의 식상함은 이러한 장점들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 작가의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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