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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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세계를 가진다는 건 멋진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작은 세계-머릿속 혹은 진짜로 존재하는 작은 방-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소설가에게는 이런 자기만의 세계가 더욱 중요하리라. 독자들을 울고 웃기는 글들이 거기서 나올 테니까. 하지만 가끔 자기만의 세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소통'이라는 중요한 단어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평소에 무척 좋아하는 김연수 씨의 이 소설집도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나 싶다.

시적이고, 깊은 생각 후에 써내려갔을 그 섬세한 문장 하나하나가 어쩐 일인지 가슴 깊이 스며들지 않았다.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모호한 부분이 많았는데, 수학책이 아닌 이상 소설에 답은 없겠지만, 최소한의 길잡이는 해주었으면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지금은 김연수 씨가 이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김연수의 팬이라면 읽어볼 만하지만, 그게 아니라 순수하게 소설의 기쁨을 찾고 싶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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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랑` 2008-06-15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을 쓰고 싶은 꿈이 있어서 이 제목이 끄려서 서평을 읽게 되었어요^^ 비판적인 서평에 대한 용기가 부럽구요^^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astromilk 2008-06-1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해요. ^^.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읽단 '읽은 사람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저는 기본적으로 김연수 씨에게 애정이 있구요. ㅎㅎ
 
처음 연애 사계절 1318 문고 46
김종광 지음 / 사계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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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는 만화가 앙꼬 씨의 표지 때문에 더욱 호감이 간 책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멋진 표지처럼 내용도 술술 읽혔다. 큭큭거리며 지하철에서 아주 신나게 읽었다.

한 마을 안에서 갖가지 청춘들이 그리는 연애담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민 책이다. 정말 웃기고 골 때리는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책 덕분에 벌써 세월로는 까마득하게 오래전인, 내 첫사랑의 기억도 한 번 떠올려보고 그랬다.

대체로 발랄하고 명랑한 이야기들 속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툭 던지는 작가의 센스가, '아 이것이 이래서 1318문고구나'라고 여기게 했다. 그냥 무조건 웃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성장의 아픔, 떨림, 환희 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모양이 마치 종합 비타민제 같다고나 할까?

아직 시집도 못 갔고, 당연히 애도 없지만 훗날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꼭 읽혀주고픈 책이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난다니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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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김태준.소재영 지음 / 논형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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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든다는 건 힘든 일 같다. 아무리 주제가 '스승' 하나라고는 해도, 저자가 다르고 저자가 꼽은 스승이 다르니 글의 수준이나 깊이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도 한 사람의 보고서처럼 딱딱한 글이 있는가하면, 정말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저자의 스승을 향한 애정이 한껏 드러나는 글도 있다.

주시경, 신채호, 한용운, 함석헌 등 이름만 들어도 묵직함이 느껴지는 시대의 스승들을 향한 제자들의 애뜻한 마음이 담긴 책이다. 스승과의 일화도 있고, 스승의 업적을 꼼꼼하게 찾아 고증해 마지 않는 제자도 있고, 당시 스승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승이란 영웅과는 달라 읽다보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스승이란 성공한 사람을 이루는 말도 아니고, 흔들림 없는 정신으로 하나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렷다. 때문에 공부하고 배우는 낮은 자세로 책을 읽어야만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저자들이 대부분 학자인지라, 글이 너무 가르치려는 느낌이 든 것이 조금 불편했다. 자연스러운 자신의 감정과 스승의 가르침을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연구 학회지' 느낌의 글들이 있어서, 일반 독자에게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책의 본문에 여백이 너무 없어서 눈이 피곤했다. 많은 양의 원고를 한 권에 담고는 싶고, 귀한 저자들의 글을 한 자라도 빼놓기 싫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독자도 가끔은 여백 한 쪽에 눈을 두고 쉬어야 한다는 점은 잊은 것 같다.

아무튼 글에 편차가 있고, 본문이 조금 뻑뻑하기는 하지만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읽길 잘한 책이었다. 혼자 나고 혼자 깨우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 한번쯤 오늘의 내 지식을 스승에 대한 감사로 돌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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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인열전 - 파격과 열정이 살아 숨쉬는 조선의 뒷골목 히스토리
이수광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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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이름만이 바뀔 뿐.

굳이 나를 언더와 오버로 이야기하자면 오버를 향한 열망을 가진 언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가 인정해주는 진정한 오버가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그렇단 얘기다.

이 책은 조선시대 특별한 재주를 가진 잡인들의 이야기다. 저자가 조선 문화에 조예가 깊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자료는 어디서 수집한 것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신기하고 재밌었다. 흥미롭게 슬슬 읽다보니 어느새 책이 끝나 있어 아쉬웠다.

책 읽어주는 일을 주로 하는 남자 이업복, 그 시대 최고의 타짜 원인손, 대리 시험꾼 유광억 등은 다양한 직업(?) 세계를 알려주면서도, 시대의 합리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이렇게 좋은 책에 왜 별을 4개만 주느냐. 그 이유는 이렇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긴 것도 아닌데 정리가 약간 덜 된 듯했고, 내지의 아래와 오른쪽에 줄은 왜 친 건지 의미를 모르겠다. 이 책의 콘셉트와는 전혀 맞지 않는 괜한 치장이었다. 그리고 본문과 크게 상관도 없는 그림들이 자꾸 실려, 내가 뭘 덜 읽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조선 최고의 사기꾼 박막동 내용에 '풍속화첩 중 다양한 형벌들' 그림을 넣는 것 등은 너무 과한 생각의 가지가 아닌가 생각했다.

조선시대 언더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도 누군가 인정해주든 해주지 않든 내 자리에서 한 우물을 파다보면 훗날 이런 톡톡 튀는 잡인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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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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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언젠가 한번쯤 타임머신을 타고 구경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시대다. 여유로운 산천의 풍경,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 청포 물로 머리를 감는 여자들 등, 내가 생각하는 조선 시대란 이렇듯 누구나 생각하는 그 시대가 가진 이미지의 범주를 벗어나진 못하지만 말이다.

<붉은 비단보>는 내가 충분히 편애할 만한 이유-조선 시대-를 가진 작품이다. 주인공 항아는 예술적 끼-그림-가 다분한 여자지만, 사대부집에서 태어나 조신한 어머니로 살아가길 강요받는다. 하지만 항아에게 신분의 차이가 존재하는 한 남자가 다가오고, 항아는 자신이 그동안 보고 익히고 마음에 담은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남자에게 끌린다. 결국 둘은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여전했던 그리움은 항아의 자식들에게까지 여운을 남긴다는 내용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사랑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아를 발견하기를 원하던 옛 사람들의 지혜, 신분 때문에 가로막힌 자신의 미래를 슬퍼하는 젊은 영혼들, 전통을 벗어난 욕망에 대한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얽혀 있어, 읽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을 읽다보면 내용의 이미지들이 너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져 놀라게 된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편안하게 이 책을 대한 후에, 마지막 장을 넘길 때가 다가오자 다양한 생각꺼리들이 밀려왔다.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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