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 - 나를 위로하는 보드라운 시간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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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남편이 외출을 하고

집에 고양이랑 나랑만 있을 때면

둘이 놀다가도 현관 밖 복도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고양이가 귀를 쫑긋 하면서 남편을 기다리는 게 보인다. 


고양이는 그럴 거다.

우리가 출근해 있는 사이에도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집사가 오려나?' 하고 귀를 움직이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겠지.

그 모습이 미치도록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어쩐지 짠하다.


이 책은 이런 고양이의 관찰에서 시작해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의 삶을

앙증맞은 그림과 함께 담았다.


처음엔 그림이 좋아서 술술 보다가

어느 순간 글에 홀려 있는 나를 발견했다.

책 제목은 가볍고 까불거릴 것 같지만

그 통찰이나 메시지는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저자 진고로호는 적성에 안 맞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몇 년간 취미로 그림을 배워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힘의 원천은 다섯 마리의 귀여운 고양이들이 아니었을까. 


퇴근까지 약 다섯 시간 정도 남은 지금,

나도 어서 집에 돌아가 우리 집 고양이를 만나고 싶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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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 단편선
0. 헨리 지음, 김성 옮김 / 책만드는집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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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오 헨리 단편선을 읽고

너무나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다. 

향기에 대한 내용이 있는 페이지에선 향기가 나는 듯했고

공간을 묘사한 페이지에서는 내가 마치 그곳에 있는 듯했다.


그렇게 한 번인가 읽었을 뿐인데

언제나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던 책이다.

 

옛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다시 구입해서 읽었는데

여전히 오 헨리 특유의 공기가 책 속에 가득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적절히 풍자한 이야기들과

사람에 대한 익설스럽고 따듯한 시선이

마치 홍차를 한잔하는 오후 같은 느낌이랄까. 

약간은 옛날 스타일로 그려진 삽화까지도 너무나 정감있게 느껴져서 좋았다.


그런데 약간 설명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어 보였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수 없는 글이 있어서

번역의 문제인지, 부연 설명이 있어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검색도 해봐도 해결이 되지 않는 단편들이 몇 있었다. 


오 헨리를 다시 읽고 싶은 독자라면

단편선 중에 좀 최근 걸로 구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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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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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보다가 말았다.  

일을 대하는 장그레의 태도가 

마치 신을 대하는 것처럼 시종 경건해서 불편했다.


<송곳>도 보다가 말았다.

내내 정규직으로 지내면서도 불평만 했던 

내 과거가 어쩐지 양심에 찔렸고

비겁하게 느껴져서 불편했다.


일은 계속하고 있다.

그 일이 무엇이든지 어떤 방식이든지.

그런데도 이상하게 일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불편했다. 


사랑을 할 때는 사랑영화를 보고 연애소설을 읽고

요리를 할 때는 요리책을 보고 요리방송을 보고

무언가를 할 때는 그에 따른 파생적인 활동이 뒤따르곤 했는데

유일하게 '일'만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다 <사축일기>를 읽게 되었다.

거기에는 비범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 이야기가

내가 매우 좋아하는 블랙코미디 스타일로 잘 버무려져 있었다. 

어떤 미화도 결의도 저항도 없이

정말 회사의 가축처럼 길들여져 살아가는 

99%의 평범 직딩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도록 사실적이게, 그러면서도 우울하지 않게 

'일'에 대한 내 해묵은 애증을 환기시켜주었다.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상황'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는 것을.

그런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사축일기> 속 직장인들의 모습은 묘한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는 대단히 세련되어서 '힘내'라는 진부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비가 오면 같이 비를 맞아주는 친구처럼

나란히 함께 젖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오랜만에 강추하고 싶은 물.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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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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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인생을 보냈던 것일까; 온천, 하면 그야말로 에로의 로망이 가득한 장소 아닌가. 하지만 점잖은 요시다 슈이치 상은 온천이라는 장소가 주는 본능적인 쾌감마저 어쩐지 너무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듯해, 기뻐하며 책을 든 나의 마음을 조금 섭섭하게 했다;;


사실 뜨거운 물은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일본 여행을 3번이나 했지만 온천은 일정에 넣은 적도 없는 나지만 그래도 온천이 주는 그 느긋함과 뜨거운 온기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야말로 비일상적인 공간이랄까? 그래서인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온천욕을 즐길 때처럼 마음의 옷을 벗어버린 느낌이다. 편안하게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 마치 뜨거운 물이 등 뒤로 흘러와 '아' 하고 작게 감탄사를 내는 때처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어쿠스틱 라이프>, <마조 앤 새디> 같은 책들을 보고 '결혼장려만화'라고 하는데, <첫사랑 온천>은 '온천장려만화'라고 부르고 싶다. 그곳에 가면 어쩐지 다들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익숙한 사람에게서 낯선 공기를 느끼게 되고, 자신에게도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어쩐지 단편적인 장면들뿐이다. 목욕, 이라는 보통의 행위가 조금 더 특별해지는 데 일조하는 '온천' 특유의 눅진함을 제대료 표현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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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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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위대한 기술은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던가? 어디선가 들은 말이다. 사람의 기본적인 일상의 패턴을 유지하는 한편 조금 더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좋은, 고급의 기술'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보면 아주 성공적으로 인간의 삶에 안착한 다양한 '사물들'을 이야기해준다. 굳이 단어를 선택하자니 사물이지만, 사실 나는 사물이라는 외형적으로 규정된 성격보다 그것이 가진 본질 즉, 기술이나 발명적인 측면에 더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컴퓨터, 성형수술, 커피 같은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사실 위키피디아풍의 지식 나열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물건들을 통해 인간의 '필요'와 '욕망'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도 나름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이제 미래가 궁금해진다. 앞으로는 또 어떤 시대의 괴물들이 짠, 하고 등장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이내 일상으로 스며들 것인가. 역시 인간으로 태어나 사는 즐거움은 바로 이런 '기대감' 아닐까? 새로운 물건, 새로운 유행,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작은 물건들의 한 발자국에 주목하고 싶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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