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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김사과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창비라는 출판사 이름은 그동안 얼마나 도서의 질적인 수준을 약속해왔는가? 산뜻한 표지에 김영하의 그럴듯한 추천까지 있는 이 책 미나는 순진한 나의 창비를 향한 믿음으로 읽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김사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고, 큰 기대나 들은 입소문 하나 없이 읽어갔다.
반쯤 읽었을까? 나는 이 소설에 너무 지치고 말았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건 주인공들의 고뇌에 눌린 몽상, 그 구름 위에의 커피 한 잔 같은 아스라하고 모호한 그 이미지인 걸까? 아이큐 400 이상의 허경영이 아닌 내가 이해하기에는 애매했다.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하고, 여자들이라면 이해할 그녀들만의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이 잘 나타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부족하고, 주인공의 행동에서 1/20만큼의 공감이나 타당함, 이해심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이 텍스트가 주는 힘이 많이 떨어진다는 뜻일 것이다. 마치 이국의 언어로 진행되는 매우 추상적인 연극의 한 부분을 보는 느낌이랄까? 나의 이 괴리감이 '당신이 요즘 10대를 너무 몰라서 그래'로 치부된다면, 오히려 '요즘 10대'가 '나의 10대'랑 다른다고 구분짓는 것 자체가 칙칙한 짓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모르겠다. 창비는 이런 텍스트의 허술함을 신선함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굉장히 불편한 감정으로 끝까지 겨우 읽은 책인데 여러 언론에서 주목받는 걸 보고 솔직히 좀 웃겼다.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아마 찾아서 볼 거라고 믿는다, 첫 책이니까-아무도 당신의 인형놀이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옛날처럼 트렌드를 억지로 만들기에는 이제 힘이 달리는 걸 인정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특히 문학으로 장난치는 짓은 그만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