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사랑
마르틴 발저 지음, 박종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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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남의 사랑에 색을 입히길 좋아하는 것 같다. 순수한 사랑, 파격적인 사랑, 미지근한 사랑 등 같은 사랑도 받아들이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변색된다. 작가 마르틴 발저는 당시 가장 '핫한 스캔들'이던 74세 대문호 괴테와 19세 기숙사생 울리케의 사랑 이야기를, 편견 없이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복원해낸다.  

스토리로만 따지자면 단순하기 그지없는 작품이다. 서로 좋아한다->그러나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이별한다->아프다. 특별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고풍스럽고 점잖은 대화체, 당시대의 다양한 문화를 알게해주는 배경과 사건 묘사, 시와 음악, 그림 등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모습 등을 보자면, 마치 1800년대의 벽장 속에서 그 시대를 몰래 엿보는 듯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지성과 예술을 최고의 가치로 치던 당시 독일의 상황은, 이 사랑 이야기를 더욱 견고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제3장(후반부)에 이어지는 괴테의 절규이다. 편지 형식과 일반적인 소설 형식을 오고가며, 자신의 내면을 아프게 조각내는 괴테의 모습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여자친구 때문에 울부짖는 군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슬프다가 상대가 밉고 화가 나다가 다시 행복을 빌다가, 슬프다부터 시작해서 다시 무한으로 반복된다.  

소설은 괴테의 이 마지막 사랑이, 소녀를 좋아하는 단순한 성적 취향이냐 아니냐, 이 스캔들 자체가 얼마나 사실이냐 아니냐를 파헤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서도 축복받지 못 하는 사랑, 원하는 것은 대부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도(당시 괴테는 권력과 재산, 명망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던 사랑만은 소유할 수 없었던 한 남자의 마음을 다소 건조하게 그려내고 있다. 

* 신나게 글을 쓰는데 한 번 다 날아가서, 알라딘 고객센터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다시 쓴다. 다시 쓰기 시작하자 글의 맥락과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혀 달라져버렸다. 후. 알라딘, 또 이러면 Y본부로 옮겨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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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5
마이크 마퀴스 지음, 김백리 옮김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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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세계관을 가진 가수 밥 딜런,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에 대한 전부였다. 오래된 음악, 라디오, 빈티지한 느낌. 하지만 이 평전으로 좀 더 견고한 그의 정신세계에 한 발 다가간 기분이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라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는 음악이라는 장르로 자신의 소리(음악/사상)를 성공적으로 세상을 향해 들려준다. 이때 그의 방식은 전통적으로 피 흘리고 절규하는 식이 아니라, 다만 그의 노래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 아주 느긋하지만 꾸준한 저항을 사용한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비틀거리고, 희망보다 절망이 더 많은 지 이미 너무 오래되었다. 때문에 티끌하나 없는 밝음은 무지의 상징이나 어리숙함,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밥 딜런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되 그 위에서 꿈을 노래한다. 노래하는 시인이라는 그의 별명처럼 민중을 향해 현실을 직시하고 포기할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자고 부추긴다.  

밥 딜런의 팬이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노래에 푹 빠져본 적도 없고, 가사가 있는 음악을 안 들은 지 너무 오래되어 독서 중 전율하지는 못 했다.

책 뒤의 성기완 씨의 추천사가 이 책의 모든 것을 잘 요약해서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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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퍼즐 픽션 Puzzle Fiction 2
드니 게즈 지음, 최정수 옮김 / 이지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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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장 긴 숫자가 가장 큰 숫자다', '이 세상에 셀 수 없는 것은 없다' 등의 개념은 언뜻 너무 쉬워보인다. 왜냐하면 수를 배우는 순간부터 0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0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에서마저도 상형문자를 사용하거나, 표기법과 계산법이 각각 다를 정도였다. 거래를 하거나 재산을 관리할 때, 천문학을 공부할 때 등 자꾸만 커지는 수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인간의 불평이 숫자 0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책이다. 이 책에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아에메르가 등장한다. 프랑스 작가 즉, 서양 사람인데 특이하게 동양에서나 흔하게 쓰이는 윤회의 방식으로 여성의 삶을 조명하면서, 그녀가 숫자 0의 비밀에 접근하는 방식을 표현했다.

숫자 0의 발견과 다양한 삶을 사는 아에메르의 모습도 흥미로웠지만, 거대한 문명의 흐름 속에서 어찌보면 불멸의 돌과 모래만도 못한 인간의 나약함, 하지만 그런 약함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후세대에 전달되는 빛나는 지혜가 참 돋보였던 책이다.

지금은 너무나 쉽고 흔하게 쓰이는 0이지만, 이 책을 통해 0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가장 작으면서도 가장 큰 신비로운 수 제로. 소설적 재미와 지식까지 전달해주는 괜찮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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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읽는 여인
브루노니아 배리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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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레이스를 점술의 대상으로 '뜨고', '읽는'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레이스에서 읽는 마을 세일럼은,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마녀가 사는 곳이라고 오인받기도 한다. 이곳에는 주인공 타우너 휘트니가 산다. 그녀는 정신적 지주이던 고모할머니의 실종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마을을 다시 찾는다. 상처로 얼룩진 타우너 휘트니의 삶은, 마을로 돌아오자 더욱 극대화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질긴 악연과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다. 여성들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레이스와 결부시켜 '그들만의 리그'를 잘 그려내면서도, 상처와 자기 극복, 성숙이라는 주제를 모호한 이미지들-마을, 레이스, 이상한 이웃들, 범죄-과 결합시켜 풀어낸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그다지 잘 맞는 작품은 아닌 듯하다. 일단 레이스가 가진 점술적인 신비로움, 바람에 흩날리는 약하고 성긴 그 모습에서 진실을 읽는다는 소설 전반에 걸친 특유의 코드가, 너무 이국적인 듯싶다. 그래서 작가가 의도한 약하면서도 질긴 주인공의 삶과 주변 환경을 독자가 레이스와 결부시켜 함께 느끼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리고 전체적인 줄거리나 반전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약간 뻔한 플롯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용에 비해 책 두께도 너무 두꺼워서 읽기에 좀 힘이 들었다. 왜 이 책이 뉴욕 출판계에 엄청난 화재를 몰고오고, 단숨에 전 세계 15개국과 출간 계약을 맺었는지 모르겠다. 감동을 주지도, 그렇다고 이슈가 되기에도 힘든 내용과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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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려 태어난 나 -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아주 작은 이야기
마이클 노튼 지음, 환경재단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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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를 하는 듯한 날렵한 몸동작, 그리고 푸른색이 돋보이는 표지와 심플한 제목.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환경 보호를 포함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여러 방법을 알려준다. 의도는 참 좋다. 그런데 그 진행방식이 밑도 끝도 없는 바람에 평소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던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다.

이 책은 제목처럼 그야말로 무조건 세상을 바꾸라고 한다. 그러면서 사례 위주로 시작되다가 나중에는 사이트 이름 같은 팁을 제공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왜?'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환경재단에서 나온 책이다보니, 그들에게 있어서 '기본적인 개념'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조금 급하게 다가오지 않나 싶다. 환경재단이야 매일 세상을 바꾸는 문제로 머리를 싸매는 집단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아직까지는 작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는 입문자인데 '왜' 세상을 바꿔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어떻게' 바꾸는지부터 시작해버리니까, 별로 공감이 되질 않았다.

누가 착한 일을 마다하겠는가. 내게는 푼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주일을 먹이는 돈이 된다면 그건 참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방법을 몰라서 안 할까? 일반 독자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 책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너무나 건조한 매뉴얼만 나열된 지금과 같은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얼마나 위기해 처해 있는지, 그리고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 바꾸는 사람이 꼭 '나'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독자가 공감하고 마음을 움직여야 비로소 이 책의 제목되로 실천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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