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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읽는 여인
브루노니아 배리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레이스를 점술의 대상으로 '뜨고', '읽는'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레이스에서 읽는 마을 세일럼은,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마녀가 사는 곳이라고 오인받기도 한다. 이곳에는 주인공 타우너 휘트니가 산다. 그녀는 정신적 지주이던 고모할머니의 실종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마을을 다시 찾는다. 상처로 얼룩진 타우너 휘트니의 삶은, 마을로 돌아오자 더욱 극대화되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질긴 악연과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다. 여성들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레이스와 결부시켜 '그들만의 리그'를 잘 그려내면서도, 상처와 자기 극복, 성숙이라는 주제를 모호한 이미지들-마을, 레이스, 이상한 이웃들, 범죄-과 결합시켜 풀어낸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그다지 잘 맞는 작품은 아닌 듯하다. 일단 레이스가 가진 점술적인 신비로움, 바람에 흩날리는 약하고 성긴 그 모습에서 진실을 읽는다는 소설 전반에 걸친 특유의 코드가, 너무 이국적인 듯싶다. 그래서 작가가 의도한 약하면서도 질긴 주인공의 삶과 주변 환경을 독자가 레이스와 결부시켜 함께 느끼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리고 전체적인 줄거리나 반전이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약간 뻔한 플롯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용에 비해 책 두께도 너무 두꺼워서 읽기에 좀 힘이 들었다. 왜 이 책이 뉴욕 출판계에 엄청난 화재를 몰고오고, 단숨에 전 세계 15개국과 출간 계약을 맺었는지 모르겠다. 감동을 주지도, 그렇다고 이슈가 되기에도 힘든 내용과 문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