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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1
차이나 미에빌 지음, 이동현 옮김 / 아고라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지명도에 끌려 보게 된 책이다. 각종 상을 휩쓴 데다, 사회운동을 했던 특이한 이력까지, 아무튼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지 않은 책 크기에, 두 권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내 생각은 순전히 기우였다.
정교하게 짜놓은 가상 세계 뉴크로부존을 배경으로, 곤충의 머리를 한 매력적인 여성, 그의 애인인 괴짜 과학자, 환각제를 먹고 날로 커가는 애벌레의 비밀, 날개를 잃은 슬픔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반인반조, 갖가지 동식물(?)이 한 몸에 모두 들어가 있는, 심하게 개조된 지하 조직의 리더 등,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개성을 지울 수 없는 페로몬처럼 흘려대고 있다.
이 소설은 확실히 밀도가 있다. 등장인물들의 부지런한 행보도 그렇거니와 사회운동을 한 작가답게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갈등, 환경적, 정신적으로 더러워진 도시, 엄격한 법과 또 반면 법이 없는 빈민가의 대조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때 다소 냉소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작가의 시선은 등장인물들의 인간다움으로 적절히 순화되고, 그 와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직 1권밖에 보지 못했지만 정말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등장인물들이 앞으로 어떤 협조와 모의를 통해 공공의 적을 없앨지 궁금하고, 사회 변화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리뷰를 이렇게 써놓으니 굉장히 정치적인 소설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건 순전히 100% 오락용 소설이다. 그런데 어른을 위한 오락용이다. 사고가 함께 따라가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힘들 수도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