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1
정길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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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는 곧잘 심야 라디오방송을 듣곤 했다. 새벽 3시와 5시 사이에 들려오는 진행자의 낮고도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조용한 음악들. 정길연의 <변명>은 어쩐지 그런 시간대, 그런 음성과 어울리는 소설이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조금 건조한 듯도, 조금 냉정한 듯도 하다.  

만일 내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우리가 헤어지게 된다면 어떨까? 종종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것만큼 큰 상처가 없다고들 한다. 나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 태희는 남자와 부부 사이였으므로 그 슬픔이 더 컸으리라.  

하지만 희안하게도 주인공 태희는 남편의 외도 후 자신이 이끌어왔던 주변의 관계와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비로소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별한 사랑 없이 지속되어왔던 부부 사이, 어머니의 산소 앞에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당신의 삶, 남편이 다시 만나는 첫사랑 은묘에 대한 부러움보다는 그 둘 사이의 깊은 사랑을 인식하면서 내적으로 자신을 다져간다. 자신 안으로 순수하게 부서지는 태희의 모습은 섬세하다기보단 아이 '마리'가 있어 어머니다운 힘 있는 구석이 돋보인다.  

이렇게 특별한 삼각관계 속에서 남편이 교통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되고, 그러면서 이혼까지 하고 현재는 동반자가 된 은묘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 병실에 있는 세 사람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소설을 정점으로 이끈다.  

이 소설은 곧 드라마화가 된다고 한다. 아주 특별한 여자 이야기가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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