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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 - 안니바오베이 장편소설
안니바오베이 지음, 서은숙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5월
평점 :
소설을 읽는 내내 꽃상여를 지고 걸어가는 한 쌍의 남녀가 보였다. 꽃상여 안에는 이미 죽어버린 영혼의 짝 즉, 소울메이트가 들어 있다. 더불어 태어남과 동시에 상처받기 시작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슬픔이 깃들어 있다. 이 상여는 중국의 오지인 모퉈가 최종 목적지.
반복되는 육체의 질병 속에서도 소설가로서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잃지 않는 여자 칭자오, 오래전에 친구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속에서 잠시 벗어난 남자 샨셩. 그리고 무난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천진하고 낙관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샨셩에게 생각과 감정의 확장을 도모하게 도와준 여자 네이허가 등장한다.
칭자오와 샨셩은 일행이 되어 모퉈를 향하고, 그곳에서 네이허를 만날 것을 기대하지만 네이허는!(이건 약간의 반전이라서-ㅅ-;;; 생략)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 정신적인 부분과 계속해서 풍경이 변하는 모퉈의 묘사에 중점이 주어진다. 그래서 일반적인 서사를 기대했다간 약간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는 확실히 문장이 깊다. 글에도 향이 있을 수 있다면, 한자로 깊은 의미를, 다중적인 의미를 실은 중국소설이야말로 그 범위 안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를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않지만, 어쨋든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을, 세 명의 남녀를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조용히 피어나는 연꽃을 바라보는 시간처럼, 세계를 견지하고 나아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막장 드라마, 피로 흥건한 추리소설, 교과서 속 문학과 한 발자국도 다르지 않은 본격소설에 지친 독자들에게는 콧방울을 간지럽힐 새 바람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