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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몹쓸 인생을 보냈던 것일까; 온천, 하면 그야말로 에로의 로망이 가득한 장소 아닌가. 하지만 점잖은 요시다 슈이치 상은 온천이라는 장소가 주는 본능적인 쾌감마저 어쩐지 너무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듯해, 기뻐하며 책을 든 나의 마음을 조금 섭섭하게 했다;;
사실 뜨거운 물은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일본 여행을 3번이나 했지만 온천은 일정에 넣은 적도 없는 나지만 그래도 온천이 주는 그 느긋함과 뜨거운 온기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야말로 비일상적인 공간이랄까? 그래서인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온천욕을 즐길 때처럼 마음의 옷을 벗어버린 느낌이다. 편안하게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 마치 뜨거운 물이 등 뒤로 흘러와 '아' 하고 작게 감탄사를 내는 때처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어쿠스틱 라이프>, <마조 앤 새디> 같은 책들을 보고 '결혼장려만화'라고 하는데, <첫사랑 온천>은 '온천장려만화'라고 부르고 싶다. 그곳에 가면 어쩐지 다들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익숙한 사람에게서 낯선 공기를 느끼게 되고, 자신에게도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읽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어쩐지 단편적인 장면들뿐이다. 목욕, 이라는 보통의 행위가 조금 더 특별해지는 데 일조하는 '온천' 특유의 눅진함을 제대료 표현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