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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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은 보다가 말았다.  

일을 대하는 장그레의 태도가 

마치 신을 대하는 것처럼 시종 경건해서 불편했다.


<송곳>도 보다가 말았다.

내내 정규직으로 지내면서도 불평만 했던 

내 과거가 어쩐지 양심에 찔렸고

비겁하게 느껴져서 불편했다.


일은 계속하고 있다.

그 일이 무엇이든지 어떤 방식이든지.

그런데도 이상하게 일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불편했다. 


사랑을 할 때는 사랑영화를 보고 연애소설을 읽고

요리를 할 때는 요리책을 보고 요리방송을 보고

무언가를 할 때는 그에 따른 파생적인 활동이 뒤따르곤 했는데

유일하게 '일'만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다 <사축일기>를 읽게 되었다.

거기에는 비범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 이야기가

내가 매우 좋아하는 블랙코미디 스타일로 잘 버무려져 있었다. 

어떤 미화도 결의도 저항도 없이

정말 회사의 가축처럼 길들여져 살아가는 

99%의 평범 직딩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도록 사실적이게, 그러면서도 우울하지 않게 

'일'에 대한 내 해묵은 애증을 환기시켜주었다.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상황'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는 것을.

그런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사축일기> 속 직장인들의 모습은 묘한 위로를 건넨다. 

그 위로는 대단히 세련되어서 '힘내'라는 진부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비가 오면 같이 비를 맞아주는 친구처럼

나란히 함께 젖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오랜만에 강추하고 싶은 물.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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