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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천, 삶이 역사가 되다 ㅣ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김영수 지음 / 창해 / 2016년 3월
평점 :
국내에서 사기에 대하여 조예가 깊은 분 중에 하나인 김영수교수의 사기에 관한 책이 나왔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완역 사기를 지금 편집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이에 나온 책이라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도 있었고, 완역 사기를 집필 중에 어떤 단초를 찾아서 집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완역 사기 본기 1, 2 권을 읽은 나로서는 그의 답사 실력과 현장감 있는 사기 해석이 좋았었기에 의심 없이 책을 접하게 된다.
이번 책은 특이하게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과 저자의 문답형식이라 이해가 빠르고 정리도 잘 되는 특징이 있는 반면 이 책은 사기의 해석을 다루고 있지 않아서 그간 저자의 책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사마천의 삶에 대한 고찰과 사기가 가진 중국내에서 위상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저술한 사람의 관점과 인생을 이해하여야만 역사서를 바르게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이번 책은 사마천의 일생과 그의 사상을 점검하면서 사기를 이해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게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려운 사기를 아무리 쉽게 해석한다고 해도 조금 어렵던데. 어찌되었든 사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기초인 사마천의 생과 현재 중국이 사마천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하여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먼저 저자는 현재 중국의 정세와 사마천의 생가가 있는 고장의 변화에 대한 연관 고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고향에서 멀지 않은 사마천의 고향이 어떻게 발전이 되고 있고 자신이 바라본 사마천 제사의 변천을 보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과 사상에 대한 발전 방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변화를 이야기 해주고 있다. 얼마 전 [마르크스와 공자의 화해](푸른숲출간 2016년) 읽으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어떻게 세계화 시킬 것인가에 대한 중국의 정책과 방향을 읽으면서 놀라면서 부럽기도 하였는데, 저자인 김영수 역시 사마천의 입지를 다시 세우고 유적을 관리하고 재편하는 중국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사기의 해석과 달리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은 사마천의 출생, 죽음, 그의 젊은 시절의 여행과 그의 스승들의 사상, 사마천의 아버지인 사마담의 행적과 사상, 그리고 그가 궁형을 받기까지의 상황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사마천의 인생에서 사기가 나오기까지의 인생 역정과 그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한 해석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주목해서 생각해 본 부분은 황로사상과 유가 사상을 모두 접한 사마천이 마음가짐과 의식의 이동과, 한 무제와 사마천과의 애증의 관계에 대한 그 당시 이릉의 사건에 대한 전말과 당시 조정의 분위기를 주목하면서 고민하게 하였다. 두 가지 사상적 충돌 즉 아버지 사마담의 황로사상과 자신의 스승들에게 전수 받은 유가사상의 충돌 속에서 사마천은 유가사상이 통치에 더 유리한 사상이라는 생각에 더 기울어지지 않았을까? 한 무제와의 갈등은 자신이 정치를 잘 몰라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사시를 집필하기 위한 신념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 무제 였고 그리고 그 무제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2000년 전의 역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우리에게 준 조연이 결국 한 무제 였다는 것이니 그도 사기의 위대함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직도 사기를 다시 읽으면 생소하고 읽을 때 마다 느낌이 다르다. 5000년 중국의 역사중에 사마천이 기록한 3000년의 역사는 그가 집필하면서 글자 수를 사기에 밝힐 정도로 역사서의 중요함과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해석과 권력자들의 역사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그의 역사관이 실로 존경스러운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처음 저술 할 때부터 한 부를 더 만들어 보관하려 하였던 그의 역사가로서의 자질과 세상을 보는 눈은 그냥 역사 저술가가 아니라 중국 역사의 성인이라 칭하는 사람들의 반열에 올라야 할 만큼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냥 읽는 사기보다는 재미있다. 이 책이 마지막이 아니고 두 권이 더 출간 되어야 마무리 될 모양이다. 이 책을 다 읽어 보고 다시 사기를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마천을 이해하고 아니 조금 알고 읽어 보는 사기는 다른 때 읽는 사기보다 좀 더 깊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