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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별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요즘 드라마를 통해 원작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는 책 도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혹은 유행에 따르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를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보는 드라마의 원작이 궁금할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는 시간적 제약과 장소적 제약 그리고 상업성이 같이 어우러져 있어서 원작을 상당 부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 가끔 실망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잘 알지 못하던 작가의 원작을 읽는 대신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선호하는 버릇이 생겼을지 모르겠다. 그 일환이 아마도 최문정 작가의 글이 아닐까? 벌써 두 번째 만난다. 다독의 욕심이 불러온 이 참사는 2006년 발간된 책의 개정판을 읽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 책 까지 두 번째 이다. 첫 작품은 조금 역사 소설이라 분류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그 분류에 가까이 가기에는 좀 허전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의 능력이 어떤 부분인지 그리고 전 작품에서 내가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도 다시 보게끔 만드는 그런 수작이 아닐까 한다. 아빠라는 입장이 같아서 일까? 딸을 키우는 아빠,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시아가 잠깐 흐려지는 감동을 느낀 게 얼마만 인지, 꽤 오랜 만에 느껴 보는 뻐근함 이었다. 책에서 느끼는 이 맛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들과 아버지와의 관계도 어색하지만, 더 어색한 관계가 아버지와 딸이라는 관계가 아닐까? 한 없이 사랑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여인이 되어야 할 딸에게 한 없는 사랑을 주고 싶지만 평생에 걸쳐 그 것을 표현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늙어가는 아버지에게 딸은 아버지를 느끼며 찾아가는 길이 그렇게 험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 수민이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는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아버지와 성인이 되어 자신이 선택한 길 그 속에서 힘든 역경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아버지의 모습은 결국 평생의 화해 그리고 가족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발레가 꿈이고 모든 것인 수민에게 아버지는 보잘 것 없는 하사관 출신 해군 장교이다. 아버지의 직업과 주인공의 꿈에서 알 수 있듯이 수민은 혼자 성장하고 자랄 수밖에 없었으며 그 성장과정에서 아버지의 무능력함은 아버지의 평생 빚이 되고 만다. 유명 발레리나로 성장한 수민이 다시 한 남자와 귀국하면서 벌이게 되는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는 수민의 상처와 아버지의 사랑 그 속에서 가족의 참 의미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꿈이란 자기 맘대로 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꿈속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꿈을 꾸는 동안에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결정 따위는 소용이 없었다. (39쪽)
수민의 꿈은 그렇게 시작이 된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고 매달릴 수 있는 일, 역경이 있어도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아가는 일에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이 수민에게는 전부였으며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존경스러운 삶은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었다. 적당히 원칙을 어기기도 하고 슬그머니 윗분한테 아부 떨면서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거였다.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간 취급도 하지 않던 사람들의 빚을 갚아주려 빚을 내고, 그들의 집안일에 끼어들어 간섭하는 아버지는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었다. (210쪽)
갈등은 현실을 부정한다. 현실에서 조금 정직함 보다는 비굴함에 눈이 가고 그렇게 사는 것이 어쩌면 옳은 일이라는 유혹을 던진다. 수민의 갈등은 그렇게 아버지의 부정으로 시작한 다. 그 부정은 옳은 일 혹은 정직함을 때로는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현실에서 어려움을 담는다 하더라도 이야기는 그런 쪽으로 허무하게 가두어 두지는 않는다. 결국 이겨내고 화해하고 하나 되는 모습이 아마도 이 중간 부분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바렘 이었을 터이니 말이다.
수민도 믿고 싶었다. 거짓이라도 상관없었다. 불행한 진실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보다는 행복한 거짓 속에서 웃고 싶었다. (333쪽)
현실의 부정은 그렇게 다시 한 번 현실을 바라보지만 벗어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고비가 찾아온다. 자신이 찾아야 할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조금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복한 척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해피엔딩과 허무가 나뉘게 되는 것이다.
힘든 딸을 위해서 어린 시절 좋아하는 만화작가의 만화책을 사들고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것을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로 만들어준 딸의 모습을 보며 가족은 그렇게 사소한 것에서 다시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사는 공간과 정신적 유대임을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딸 그 사이에 시련은 없고 행복만 있기를 바란다면 그 것은 욕심일까?
쿡쿡, 입을 막고 웃음을 참던 수민과 수지는 동시에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게 가족이었다. 긴 시간 죽어라 싸우다가도 순식간에 어이 없이 화해하는. (435쪽)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