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전남 편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이지누 지음 / 알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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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 새벽에 맑은 공기를 맡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가는 느낌, 그 속에 사람은 없고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고 앞서간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느껴질 때, 그런 느낌을 받으며 자신을 보며 앞서간 사람들의 삶을 고민하고 자연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 없이 세상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듯한 느낌. 한 마디로 조용하고 한적한 산길을 혼자 걷고 마음도 몸도 모두 깨끗해진 듯 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그렇게 저자는 역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눈을 돌리지 않는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역사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곳에 지냈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남도 수도에서 멀고 먼 곳으로 여겨진 그 곳에서 그렇게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아 떠나고 수행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자신을 정갈하게 하며, 세상사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자연과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기도 한다.

 

그 장소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곳에 깃들어 살았던 사람들조차 아름답지 않았던 곳은 없다. (6쪽)

 

지금은 그렇게 버려진 것처럼 놓여있고 아무도 찾지 않지만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지금도 그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다 느끼는 저자의 모습에서 경건함 혹은 수행하는 모습을 찾기도 한다.

 

내가 죽은 후 화장을 하여 나의 뼈를 흩는 자는 백대의 원수가 될 것이니, 바라건대 이 작은 생각을 가련하게 여겨서 내 몸을 물가나 수풀 아래에 두어 새와 짐승들이 마음대로 먹게 하시오. 그리되면 이 몸을 잘 보시한 공덕이니 어찌 다 말하겠습니까. 엎드려 빕니다. 여러 큰 도반들은 내 이 짓을 괴이하다 여기지 말고 이 못난 생각을 불쌍하게 여기시어 다비하지 말기를 바라고 또 크게 바랍니다. (88쪽)

 

침굉선사의 유계라고 합니다. 절도 없고 그 분의 이름을 알지도 못하지만 그 절터를 찾은 저자의 눈으로 이 유계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등바등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고 욕심이 넘쳐 도를 넘어선 사람들에게 주는 무언가의 따끔함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는 것인지 저자의 폐사지 여행은 그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사람의 마음을 찾기도 하고 절터의 역사를 찾아가기도 하며 자신을 찾기도 합니다.

 

무엇에게로 가면 미처 그를 제대로 만나기도 전에 내 속의 일천하고 알량한 미술사가 앞질러 현학적인 잣대를 들이대곤 하던 버릇 말이다. 더구나 석조 유물과 같은 것들이 남아 있지 않은 곳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았던 적도 있으니, 어찌 그것을 순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그것은 대상을 부분으로 만나느냐 혹은 전체로 만나느냐의 차이이기도 하다. (185쪽)

 

폐사지를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도 그저 한 적한 시골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사람을 보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그렇게 폐사지를 돌며 사람의 모습을 찾고 자신을 찾고 배우고 반성하고 성찰합니다. 그 한적함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 것이 아마도 그렇게 저자가 폐사지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요.

 

운주사는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운주사를 찾는 사람들 또한 스스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 높낮이가 없으며 넓이가 없는 점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운주사라는 점과 사람이라는 점이 만나면 높이는 여전하되 그 넓이는 무변광대해진다. (176쪽)

 

우리가 사는 것은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 같이 하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을 찾는 것 같습니다. 찬란한 유적이 그대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함이 그렇게 살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폐사지라는 곳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하나 봅니다. 어쩌면 우리 일상에도 그렇게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저자를 따라서 산길을 오르고 산 길을 올라서 맑은 풍경을 보고 감탄하며 자연의 풍광에서 자신의 모습을 조금 찾고 온 것 같습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좋아하다 보니 어쩌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마음이 조금 맑아진 듯 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책은 맑은 이슬 머금은 오래된 석상을 보여주며 맑은 정신과 상쾌한 느낌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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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의 시대 - 통제하다 평화롭다 불안하다
아르망 마틀라르 지음, 전용희 옮김 / 알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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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루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얼마만큼의 자유 롭게 살아갔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스스로가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자유를 생각해 봐도 오로지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자유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사회적 관습과 통념이 내 머리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게 때문이 아닌가한다. 스스로의 자유를 생각한다면서도 이런 사회적 구조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 인간의, 인간이라는 사회는 어쩌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개인의 영역이 아닌 공동체의 영역 즉 집단과 사회국가 그리고 세계의 기념으로 살펴보면 권력을 가진 집단은 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한 감시체계를 발전시키게 된다. 이 책은 그 시스템의 내용과 히스토리를 정리하여 우리에게 감시의 방법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고,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초기 사회의 구성에서부터 민주주의 혹은 그 이후 우리가 산업의 발전과 미국의 패권을 쥐게 되는 시기까지, 그리고 현재 정보의 공유가 자유로운 SNS 세대에 까지 우리시대의 감시를 이끌어온 명분과 정책을 이야기 한다.

 

초기행동의 통제로부터 시작한 감시는 자신의 생각을 감시하는 체제까지 발전하며, 잠시하고 있지 않다는 즉 잠시 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 게 끔 발전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무슨 말일까?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하나로 집단에 소속하려 하며 집단이 가지고 있는 관념의 지배를 거부할 때 그 사람의 행동과 행위를 위험하다고 판단 한다. 그런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 아마도 감시의 시작이 아닌가한다. 고대시대 행동을 통제에서부터 무의식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현재 정보화시대에 이르기까지 감시체계와 수단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현대사회에서는 감시에 적합한 도덕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의식을 조성하고 이를 안정적인 수단으로 치부하게 만드는 비도덕적 관념을 심어놓기 위한 여러 가지 매스미디어의 정책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의 자유를 통제하는 수단인 감시는 어떻게 정의 되어 있을까?

 

제러미 벤담의 말을 빌리면 당신은 권력을 얻기 위한 한 방법하나의 영혼이 또 다른 영혼을 지배할 수 있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을 만큼 큰 힘이라고 정의 했다. (15쪽)

 

무서운 말이 아닌가 영혼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 그리고 큰 힘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감시는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행동의 통제에서부터 영원까지 통제하는 것을 모두 말하고 있다. 즉 관념적 사고까지 통제하고 감시하는 수단을 말하는 것이다.

 

근대와 현대의 이르러서는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강한 감시체계를 수립하고 있으며, 강대국일수록 약소국을 테러집단 혹은 게릴라 집단 혹은 인류 전체를 뒤엎으려하는 집단이라는 명목 하에 그들에게 전쟁을 해가며 그들을 고문하고 치료하는 일까지 정당화하는 도덕성에 관념까지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고 sns가 발달되어 정보의 사유화가 이뤄진 마당에는 어떻게 감시체계 유지하게 되었는지 우리 한번 같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 식별코드 즉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번호라 하겠다. 미디어 매체를 통한 여러 가지 범죄행위를 강조함으로써 감시행위 자체가 개인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 안녕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음을 우리는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악용의 소지가 있다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인을 식별하고 구분하는 것은 어쩌면 꼭 필요한 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동명이인이 죄를 범한 다른 사람 때문에 구분이 되지 않아 벌을 준다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 한건이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겠지만, 혹시 모를 이런 일에 대비하여 개인의 성향과 고향 그리고 성별 나이 제한 등 을 구분에서 관리하는 것은 어쩌면 현대사회에서는 금전적인 부분에도 관여가 되어 있을 것이라 본다. 물론 악용되는 경우를 말한다. 개인 식별 및 구분은 어떤 측면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이 악용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차이와 개별의 정보가 세상에 오픈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저자의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경찰의 통계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안정 증대”가 지닌 상호 모순을 해소시켜줄 방식중 하나는 공공안전에 관한 법률과 그것의 실현 조건인 노동권, 교육권, 주거권, 건강권, 커뮤니케이션권과 같은 사회적 권리를 통합시키는 것이다. 이 같은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인간의 존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292쪽)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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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파력 - 1등석 스튜어디스 출신 CEO가 당신에게만 코치해주는 '될성부른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는 법
미즈키 아키코 지음, 이서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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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처음에는 여자들이 소위 말하는 ‘된 남자’ 혹은 ‘될성부른 남자’를 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라 재미가 없었는데, 읽다 보니 웃음이 난다. 그럼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하고 있을까? 작가가 말하는 남자를 보는 관점과 그 남자들의 행동과 언어가 어떻게 다를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을 하였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을 매력 있는 여자, 대학에서는 퀸카로 대접을 받으며 수많은 남자들과 미팅을 하였고, 졸업 후에는 스튜어디스로 근무하면서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정작 자신은 두 번의 이혼을 거치면서 남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고백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신의 경험과 자신의 실수를 이야기 하면서 남자를 간파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된 사람’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저는 아직 될성부른 사람도 된 사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조금만 늦게 나와도 소리를 지르며 동행들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잘하며, 약속시간을 어기는 것을 잘하고, 배려도 없으며, 유행에 민감 하려고 하니 말입니다. 사실 모든 것에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점수를 주다 보니 중하의 점수를 주게 됩니다. 아쉽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많이 부족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보는 남성의 시각에서 간파력이란 제 관점으로 보았을 때, 여러 가지 사례가 있지만, 겸손함과 품위 그리고 실력과, 천박함이 배제된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60가지의 간파력 사례가 나오지만 대부분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약속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는 지 관찰하는 부분에서 독서하는 남자를 선호하는 데 이것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에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남자를 말하는 것 같고, 외모에 있어서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보다 착용감이나 편안함을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 다름을 찾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불만을 이야기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서 부드러운 유머워 위트를 적절하게 섞어서 이야기 하는 남자의 모습 역시 상대를 위한 배려가 아닐까 하구요.

 

간파력의 여러 가지 사례를 읽으면서 여자가 남자를 보는 눈을 키우라는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스스로 행동과 언행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고 큰 소리 치는 모습에, 브랜드 제품에 눈이 가는 그런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나만의 옷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이 어떻게 보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 가는 모습으로 저자의 말을 하나하나 읽었습니다. 여성에게 남성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은 부록처럼 여성이 남성에게 잘 보이게 하는 법, 매혹력이라는 부제와, 자신의 남자친구를 ‘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육성력 이라는 부분을 두고 있습니다. 남성에게는 자신을 다지는 간파력으로 싱글인 여성에게는 매혹력으로 자신이 마음에 둔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는 방법을, 짝이 있는 여성에게는 육성력으로 자신의 남자를 더 멋지게 만드는 법을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남성의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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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별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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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를 통해 원작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는 책 도 어쩌면 시대의 흐름에 혹은 유행에 따르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를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보는 드라마의 원작이 궁금할 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는 시간적 제약과 장소적 제약 그리고 상업성이 같이 어우러져 있어서 원작을 상당 부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 가끔 실망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잘 알지 못하던 작가의 원작을 읽는 대신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선호하는 버릇이 생겼을지 모르겠다. 그 일환이 아마도 최문정 작가의 글이 아닐까? 벌써 두 번째 만난다. 다독의 욕심이 불러온 이 참사는 2006년 발간된 책의 개정판을 읽어 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이 책 까지 두 번째 이다. 첫 작품은 조금 역사 소설이라 분류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그 분류에 가까이 가기에는 좀 허전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의 능력이 어떤 부분인지 그리고 전 작품에서 내가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도 다시 보게끔 만드는 그런 수작이 아닐까 한다. 아빠라는 입장이 같아서 일까? 딸을 키우는 아빠,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시아가 잠깐 흐려지는 감동을 느낀 게 얼마만 인지, 꽤 오랜 만에 느껴 보는 뻐근함 이었다. 책에서 느끼는 이 맛 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들과 아버지와의 관계도 어색하지만, 더 어색한 관계가 아버지와 딸이라는 관계가 아닐까? 한 없이 사랑하지만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여인이 되어야 할 딸에게 한 없는 사랑을 주고 싶지만 평생에 걸쳐 그 것을 표현하는 법을 알지 못하고 늙어가는 아버지에게 딸은 아버지를 느끼며 찾아가는 길이 그렇게 험하고 힘들었을 것 같다. 수민이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는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아버지와 성인이 되어 자신이 선택한 길 그 속에서 힘든 역경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아버지의 모습은 결국 평생의 화해 그리고 가족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발레가 꿈이고 모든 것인 수민에게 아버지는 보잘 것 없는 하사관 출신 해군 장교이다. 아버지의 직업과 주인공의 꿈에서 알 수 있듯이 수민은 혼자 성장하고 자랄 수밖에 없었으며 그 성장과정에서 아버지의 무능력함은 아버지의 평생 빚이 되고 만다. 유명 발레리나로 성장한 수민이 다시 한 남자와 귀국하면서 벌이게 되는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는 수민의 상처와 아버지의 사랑 그 속에서 가족의 참 의미를 찾아간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꿈이란 자기 맘대로 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꿈속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꿈을 꾸는 동안에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결정 따위는 소용이 없었다. (39쪽)

 

수민의 꿈은 그렇게 시작이 된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고 매달릴 수 있는 일, 역경이 있어도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아가는 일에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그런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이 수민에게는 전부였으며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존경스러운 삶은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었다. 적당히 원칙을 어기기도 하고 슬그머니 윗분한테 아부 떨면서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거였다.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간 취급도 하지 않던 사람들의 빚을 갚아주려 빚을 내고, 그들의 집안일에 끼어들어 간섭하는 아버지는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었다. (210쪽)

 

갈등은 현실을 부정한다. 현실에서 조금 정직함 보다는 비굴함에 눈이 가고 그렇게 사는 것이 어쩌면 옳은 일이라는 유혹을 던진다. 수민의 갈등은 그렇게 아버지의 부정으로 시작한 다. 그 부정은 옳은 일 혹은 정직함을 때로는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게 현실에서 어려움을 담는다 하더라도 이야기는 그런 쪽으로 허무하게 가두어 두지는 않는다. 결국 이겨내고 화해하고 하나 되는 모습이 아마도 이 중간 부분을 읽는 모든 독자들의 바렘 이었을 터이니 말이다.

 

수민도 믿고 싶었다. 거짓이라도 상관없었다. 불행한 진실 속에서 허우적대는 것 보다는 행복한 거짓 속에서 웃고 싶었다. (333쪽)

 

현실의 부정은 그렇게 다시 한 번 현실을 바라보지만 벗어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고비가 찾아온다. 자신이 찾아야 할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조금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복한 척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해피엔딩과 허무가 나뉘게 되는 것이다.

 

힘든 딸을 위해서 어린 시절 좋아하는 만화작가의 만화책을 사들고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것을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로 만들어준 딸의 모습을 보며 가족은 그렇게 사소한 것에서 다시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사는 공간과 정신적 유대임을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딸 그 사이에 시련은 없고 행복만 있기를 바란다면 그 것은 욕심일까?

 

쿡쿡, 입을 막고 웃음을 참던 수민과 수지는 동시에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게 가족이었다. 긴 시간 죽어라 싸우다가도 순식간에 어이 없이 화해하는. (435쪽)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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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신 1 - 그들, 여신을 사랑하다, 개정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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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었을까? 일본의 천황 중에 여자가 있었다. 호사가들의 말인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본의 천황은 백제의 후손이라는 말도 있다. 이 한 줄의 말이 가져온 위력은 대단하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백제와 왜 즉 일본과의 관계를 찾고 증명하는 일에 열중하게 만든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일제 강점기를 겪은 사람이라면 일본을 얕잡아 보고 싶은 마음에 결국 한반도의 문물을 받아들여 그렇게 성장한 미개 민족인 주제에 하는 생각에 일본을 깔보게 만든다.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보아도,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 경기를 하던지 일본에 패한 한국 선수들의 고개는 예선 탈락한 선수의 모습보다 더 비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역사를 가설할 수 있는 것 혹은 소설은 그 한 줄의 코멘트를 중심으로 상상의 날개를 편다.

 

히미코라는 주인공이 일본의 태양의 여신이라 추앙받는 천황이 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하나의 커다란 역사의 얼개를 만들어 간다. 획이 굵거나 거창하지는 않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거나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다만 히미코라는 여인의 출생과 일본에서의 입지, 그리고 일본의 생활상을 상상하고 증명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그리고 그 속에서 얽힌 권력과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어쩌면 역사 소설이라는 것의 굴레를 벗어나려 한다면 역사적 검증이 필요할 것이나 다만 그 검증 보다는 역사적 기록 속에 한 두 줄을 끌어 들여 만든 이야기라고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글은 생각 보다 매끄럽지는 못하다. 비약 혹은 생략이 많고 감정을 표현하는 수준에 높낮이가 없다. 가끔 은유와 직역 그리고 사건의 긴장감을 주는 다른 팩트들 혹은 역사적 사건의 비유 같은 것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줄거리는 생각 보다 단순하다. 히미코, 백제의 의후,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일본의 세자 와타나베 이 세 사람이 주축이다. 히미코에게는 없어서는 않되는 두 사람은 의후는 영토 확장과 백제의 문물을 전달하고, 와타나베는 일본에서 히미코의 입지를 구축하느데 큰 역할을 한다. 자신이 세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죽이면서 히미코를 도와주는 인물이다. 구다라의 왕자 의후는 근초고왕 언저리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왕자에 대한 기록에서 추출한 인물로 보인다. 일본의 역사를 모르니 의후의 이야기를 하자면 요서 정벌에 대한 기록 그리고 일본으로 넘어가 히미코와 결혼을 하면서 문화와 전파와 전쟁을 통한 정벌에 대한 기록 그 장면이 좀 더 세밀하게 그려졌다면 역사 소설이 가질 만한 흥미에 더 가까웠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소설을 이야기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애정과 치정 그 속에서 여인들의 암투와 지고지순한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만 보였다는 것이 좀 아쉬울 뿐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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