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전남 편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이지누 지음 / 알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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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 새벽에 맑은 공기를 맡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가는 느낌, 그 속에 사람은 없고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고 앞서간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느껴질 때, 그런 느낌을 받으며 자신을 보며 앞서간 사람들의 삶을 고민하고 자연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 없이 세상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듯한 느낌. 한 마디로 조용하고 한적한 산길을 혼자 걷고 마음도 몸도 모두 깨끗해진 듯 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그렇게 저자는 역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눈을 돌리지 않는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역사의 이야기 그리고 그 곳에 지냈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남도 수도에서 멀고 먼 곳으로 여겨진 그 곳에서 그렇게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아 떠나고 수행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자신을 정갈하게 하며, 세상사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자연과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기도 한다.

 

그 장소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곳에 깃들어 살았던 사람들조차 아름답지 않았던 곳은 없다. (6쪽)

 

지금은 그렇게 버려진 것처럼 놓여있고 아무도 찾지 않지만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지금도 그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다 느끼는 저자의 모습에서 경건함 혹은 수행하는 모습을 찾기도 한다.

 

내가 죽은 후 화장을 하여 나의 뼈를 흩는 자는 백대의 원수가 될 것이니, 바라건대 이 작은 생각을 가련하게 여겨서 내 몸을 물가나 수풀 아래에 두어 새와 짐승들이 마음대로 먹게 하시오. 그리되면 이 몸을 잘 보시한 공덕이니 어찌 다 말하겠습니까. 엎드려 빕니다. 여러 큰 도반들은 내 이 짓을 괴이하다 여기지 말고 이 못난 생각을 불쌍하게 여기시어 다비하지 말기를 바라고 또 크게 바랍니다. (88쪽)

 

침굉선사의 유계라고 합니다. 절도 없고 그 분의 이름을 알지도 못하지만 그 절터를 찾은 저자의 눈으로 이 유계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등바등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고 욕심이 넘쳐 도를 넘어선 사람들에게 주는 무언가의 따끔함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는 것인지 저자의 폐사지 여행은 그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사람의 마음을 찾기도 하고 절터의 역사를 찾아가기도 하며 자신을 찾기도 합니다.

 

무엇에게로 가면 미처 그를 제대로 만나기도 전에 내 속의 일천하고 알량한 미술사가 앞질러 현학적인 잣대를 들이대곤 하던 버릇 말이다. 더구나 석조 유물과 같은 것들이 남아 있지 않은 곳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았던 적도 있으니, 어찌 그것을 순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그것은 대상을 부분으로 만나느냐 혹은 전체로 만나느냐의 차이이기도 하다. (185쪽)

 

폐사지를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도 그저 한 적한 시골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사람을 보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그렇게 폐사지를 돌며 사람의 모습을 찾고 자신을 찾고 배우고 반성하고 성찰합니다. 그 한적함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 것이 아마도 그렇게 저자가 폐사지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요.

 

운주사는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운주사를 찾는 사람들 또한 스스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서로 높낮이가 없으며 넓이가 없는 점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그러나 운주사라는 점과 사람이라는 점이 만나면 높이는 여전하되 그 넓이는 무변광대해진다. (176쪽)

 

우리가 사는 것은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 같이 하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을 찾는 것 같습니다. 찬란한 유적이 그대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함이 그렇게 살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폐사지라는 곳에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하나 봅니다. 어쩌면 우리 일상에도 그렇게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 있을 것이지만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저자를 따라서 산길을 오르고 산 길을 올라서 맑은 풍경을 보고 감탄하며 자연의 풍광에서 자신의 모습을 조금 찾고 온 것 같습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좋아하다 보니 어쩌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마음이 조금 맑아진 듯 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책은 맑은 이슬 머금은 오래된 석상을 보여주며 맑은 정신과 상쾌한 느낌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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