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홍준 교수의 일본 역사 여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모든 흔적을 다 밟아 볼 수는 없었겠지만 그 중심부에 있는 교토의 문화유적을 돌아보며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여정이었다. 항상 일본을 이야기 할 때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수식어를 따로 놓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우리 역사의 굴곡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저자 역시 현재의 일본의 정치와 우리와의 외교 관계가 악화 되는 시점에 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현실과 역사는 또 다른 해석을 가져 올 수 있지만 저자가 바라보는 일본의 문화유산과 그들만의 독특한 양식은 또 다른 재미와 지식을 전달하여 준다.
이번 답사의 주안점은 일본의 정원 문화와 다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게 돌아보는 여정에 저자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속에 인물들을 전면으로 끌어내서 건축 양식의 특징 그리고 우리 문화와의 이질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초반에 그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조금 인용하면 일본 문화유산의 특징은 극대(極大)와 극소(極小), 화려함과 검박함, 호방함과 조심함이 공존한다고 한다. 극과 극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 가치로 존재하는 문화를 성립해 왔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와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은 조화로움을 강조하는 우리의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차이의 기반을 두고 생성된 일본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우리의 정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책의 후반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답사여행의 동반자와 대담에서 저자는 우리네 것과 일본 정원의 차이를 ‘일본의 정원은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 공간으로 보고 있으며, 우리의 정원은 자연 공간 안에 인공적 건물들을 들여놓은 것’ 이라고 이야기 한다. 많이 들어 본 이야기 같기도 하고 일본의 특징을 말할 때 들어 본 것 같기도 하다. 한 마디로 일본은 자연을 추구하는 인공적 공간이고, 우리는 자연에 곁들여 망가지지 않는 자연을 추구 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의 정원은 저자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하는 부분역시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 각론 보다는 느낌을 표현한 한 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낱낱이 뜯어보면 화려한 구석이 없는 데 지천회유를 하고 난 내 느낌은 너무 화려한 시각적 기쁨으로 충만 했다.’ 지천회유(池泉回遊)란 연못을 중심으로 산책하듯 한 바퀴를 걸어 조망하는 구조를 말한다. 즉 각각의 것은 눈에 잘 차지 않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그 화려함이 비할 대 없었다는 의미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정원을 설계할 당시부터 작정가라는 전문인이 그 설계를 담당하고 그 일의 수장이 국사로 대접받는 사람이었다고 하니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당대의 최고의 예술품을 정원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자의 일본 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도래인 즉 한반도를 통해서 전달된 문화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문화를 전달해 주었다는 국사를 배운 우리들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자는 이 부분 역시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그 들이 분명 한반도를 통해 일본으로 넘어간 것은 사실이나 일본에서는 일본인으로 살았고 그 역사와 문화에 맞게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남겼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우리와 다르게 일본인들에게 배워야 할 점을 짚어 가면서 저자는 분명히 다른 문화이고 독특한 문화를 발전 시켰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 예로 우라센게 대덕사 부분에서 명확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 다도(茶道)문화이다. 혹자는 우리의 문화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발전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을 저자는 우리의 것에서도 중국의 그것 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일본만의 문화라고 단정 짓는다. 처음에는 조금 반감도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도 다완이라 칭하는 그들의 찻잔에서도 우리와 다른 모습을 찾을 수 있었고, 자기가 아닌 도기에 차를 마시며 오래된 도기의 변색 과정을 느끼는 것 역시 생경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세노 리큐라고 하는 다조(茶祖)라 불리우는 사람의 일생과 그가 가꾼 우라센게의 모습은 차를 어떻게 대하였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문화유적이 그렇듯이 그 속에는 역사를 담고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은 말이다. 유일하게 천황이 두 명이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대각사를 통해서 알 수 있었고, 금각사를 통해서 선종양식과, 천황의 양식, 그리고 사무라이라 칭하는 무가의 양식을 한 곳에 담은 건축물의 의미도 알 수 있었다. 그 역사의 흐름은 북산 문화와 동산 문화로 이어진다는 것 역시 처음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내용이다.
일본의 마지막 편을 집필하는 작가의 마음은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 역시 빼놓지 않고 담아낸다. 답사기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인생과 경험을 빼 놓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에 잔잔한 재미와 작가를 알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나 할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흡연구역이 없어진 것을 안타까워하는 작가의 말이나, 건축양식을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는 작가의 이야기 속 어머니의 이야기는 한 사람으로서의 작가의 모습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모습이었다고 해야겠다.
일본역사에 익숙하지 않고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장황한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을 작가 역시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걱정만큼 어렵지는 않다. 시각적 이미지와 그 건물이 담은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더 크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적지 않은 분량이고 생소한 일본어가 앞장을 다시 돌아보게 하더라도 그 맥락 속에서 역사의 흐름을 따라 유적을 찾아가는 저자의 노력만큼이나 읽고 난 뒤의 즐거움은 그 이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