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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의 남자
왕상한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5월
평점 :
386이라는 말도 오래간만에 들어 보는 것 같다. 그 세대가 있었나? 컴퓨터의 CPU를 말하는 것 같은 이 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때로는 추억으로 때로는 증오로 때로는 후회로 남는 시기의 말인 것 같다. 무언가를 갈망하고 요구하며 변화를 주도했던 이름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이름으로 혹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과 적으로 보았을 때 한 나라에 두 개의 국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철저한 대립과 상호 존중을 생각할 수 없는 문화의 축이 되었고, 한 측면에서는 변절자라는 이름으로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권력과 집권의 트레이드마크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무엇을 만들어 놓았을까? 그들은..
저자인 왕상한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스스로도 386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두면서 그 속에서 갈등한 자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이야기하고 가족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그 시절 변화를 요구했던 사람들의 현실에 굴한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어떻게 의미를 두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좀 더듬어 보아야 할 것은 저자의 약력이다. 글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아마도 시대적 환경과 그가 살아온 길을 보면 되지 않을까?
네이버를 대충 살펴보니, 서강대 법학부 교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통상전문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 산업통상부 FTA 대책위원회 위원, 그 이전은 책을 통해 나와 있듯이 조선일보 기자, 현재 TV 프로 진행, 라디오 프로그램 <왕상한의 세계는 우리는>을 진행한다고 되어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저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그 이전에 진행하던 사람이 아마도 개그우먼 김미화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자리를 이어 받은 사람이 저자이고 그가 비슷한 포맷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책은 386세대를 살아온 저자의 회상과, 50을 넘긴 자신의 일상, 그리고 젊은 시절의 소회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뜨거운 20대를 보낸 386세대는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의 시대를 만들었고, 민주주의를 외치며 좋은 선배였던 사람은 현재 후배를 룸쌀롱에 대리고 가서 청탁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한민국의 50대가 넘은 나이의 사람들이 가진 가족과의 서먹한 모습도 이야기하고 있다. 주로 예가 되는 것은 방송에 나온 이야기 미생의 이야기 혹은 책 이야기 이다. 아마도 저자가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기 때문 인 것 같다.
엇갈린 평가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386세대는 분명 우리의 기억에는 무언가 한 획을 그었던 세대임은 확실 하다. 그 들이 기성세대로 들어서면서 분열 혹은 자기 합리화 혹은 생계 등의 이유로 그 시절의 생각을 다른 방식을 펼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때로는 그들이 던진 질문이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할 시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50대의 남자가 가정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설 자리는 자신의 유연성을 발휘하고 들어야 하는 것 같다. 소통이 문제가 되는 시대에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것에 익숙하고 사회의 규율과 방식에 익숙해져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포를 설득하고 전횡을 일삼은 동탁을 처단하게 한 왕윤을 칭찬하기에 앞서, 통탁을 지지하며 아부하던 왕윤과 같은 사람이 세상의 영웅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더 좋은 것은 아마도 동탁과 같은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더 큰 바램이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생각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때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하는 것도 고민하게 한다. 그리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한 회상 그리고 그 일상의 변화를 조금 볼 수도 있지만 그의 경력으로 보면 일반인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