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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산티아고로 떠나라, 그녀처럼
이수아 지음 / 자연과인문 / 2015년 5월
평점 :
한 사람이 사랑을 택하였을 때 그 사람의 영원을 생각하고 같이 할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이 시한부였다면 어떤 마음으로 그 사랑을 선택하고 책임지어야 할까? 그런 사랑과 이별 그리고 담기 힘든 경험이 어쩌면 사람을 가장 냉혹하고 처참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 속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방법은 또 다른 사람 그리고 낯선 환경 때로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저자인 이수아는 그런 사람을 살았다. 평생 혼자 살 것을 결심하고 살다가 운명처럼 한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는 몇 달을 같이 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지독한 불면과 상실을 감당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길,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걸어간다.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이 길을 선택한 그녀의 일상이 담긴 책은 힘들고 고단한 일정 속에서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성찰 그리고 같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야기 하고 있다.
프랑스의 생 장 피에드로프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 가 되는 길을 선택한 그녀는 그렇게 단순한 걷기로 수행을 시작한다. 체력이 그 길을 감당하였을까? 아니 그렇지 못하다. 부어오르는 다리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는 불면증 그리고 신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거리는 소화 혹은 구토를 유발하여 일정의 장애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 길은 사람들과 같이하고 자신이 선택하고 무엇을 얻기보다는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었기에 그녀는 걸어간다. 사람들과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그리고 먼저 보낸 남편 고든과 같이 걸어가고 있다.
자신의 느낌과 감정 그리고 신체 상태를 적어낸 일정 속에서 간간히 그녀가 꺼내기 싫어할 것 같은 그녀의 상실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좌절과 같은 고통 속에서 다시 걷기를 결심하고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또 다른 시작을 발견한다. 일정의 마지막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은 다음날의 출발하고 이어짐을 알기에 그렇게 걷고 또 걷는다. 걷는 다는 것이 주는 알 수 없는 수행의 묘미랄까?
책의 첫 페이지부터 옮긴이가 나와서 당황했다. 그리고 옮긴이의 이력 역시 특이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첼리스트의 이야기를 옮겨 적은 이순신 연구소장. 책 속에서 이 책을 옮기게 된 이력을 알게 하지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 속에서 연결 고리가 있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문화가 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산티아고 많이 들어 본 그 길을 오늘은 한 여인의 일정과 같이 했다. 힘들고 고된 여정이었고
그녀의 힘든 길이 어쩌면 나에게는 희망이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무엇을 잊기 위해 혹은 지쳐 있을 때 떠나는 길이 아니라 더 행복하고 즐거워지기 위한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나를 찾는 여행의 시작과 끝은 행복이라는 단어로 연결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