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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역사 100년 ㅣ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 1
이수광 지음 / 드림노블 / 2010년 9월
평점 :
이럴 줄 알았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책을 읽으면서 많이 가슴이 아파올 줄 알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갑갑함을 느낄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었다. 역사는 그런 것 같다. 감추고 싶지만 감추어지지 않는 것, 훌륭하고 짜릿함의 기억보다는 창피하고 감추고 싶은 기억이 더 오래 남아있다는 것,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고 반성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싶은 것 같다. 제목이 전해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좀 실랄하게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무도 언급하고 싶지 않았던 그 현장을 말하고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느꼈다기보다는 아마도 고민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삼별초 항전의 수장 배중손과 그를 정벌하라 지시내린 원종의 사이에서 아마도 나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배중손은 원에 항복한 조정에 반기를 들고 강화도에서 진도로 진도에서 탐라로 본거지를 옮기며 백성들의 고초를 이겨낼 것을 바라며 많은 노동과 약탈을 얻어 갔다. 그의 명분은 좋았지만 그에게 수탈당한 백성들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나라에 항복한 고려는 삼별초를 토벌하라는 원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백성들을 수탈하여 군비를 만들고 원나라 군사들의 만행을 지켜보면서도 동족인 삼별초를 토벌하여야만 하였다. 뭐 높은 사람들이야 별 문제가 없다.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 누가 임금이 되든 나라가 바뀌든 상관없이 그냥 고개 한 번 숙이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고 치자, 그럼 이중 수탈을 당한 백성들은 뭐가 되는 것인가? 그들이 나라를 그렇게 만들지도 않았고, 내라는 세금을 다 내었을 것이며, 때마다 부역도 하였을 것이고, 전장에 나가 군인 노릇도 하였을 것인데, 나라를 말아먹은 두 세력이 원나라에 항복하고 나서도 백성들의 삶은 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중 수탈과 노비징발로 인하여 가족과 헤어지고 길에서 객사하고 여인들은 성노예가 되었다. 이쯤에서 흥분을 좀 가라 앉혀야겠다. 본론은 이것이 아니니까, 배중손의 삼별초가 나쁜 것인가? 삼별초를 정벌하라는 원의 명령을 따는 것이 잘못한 것인가? 나는 누구의 손을 들어 주지 못할 것 같다. 정말 갑갑한 역사의 현실이다.
일본을 정벌하겠다고 다시 원의 압박을 못 이겨 태풍에 몰살당한 고려의 재산은 누가 보상하여 주나? 에고 이부분도 약간 혈압이 상승하는 부분이다. 자신들의 부인은 원나라의 노예로 팔려가고 임금은 원나라 공주와 결혼하여 부마국이 되어 부인에게 지팡이로 두들겨 맞으며, 이름 없는 밀고 하나로 대신들이 고문당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도, 고려는 저항의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완전히 납작 엎드려 원의 충실한 신하가 되어 자신의 임금을 섬기기보다는 원의 실세에 압력을 가하여 임금보다 더한 권력을 가지려 하였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였을까? 말하기 싫은 현실이지만 일제강점기를 또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정이 많은 민족이라 그런가? 매정하지 못한 역사적 현실이 가져온 폐단을 알면서도 그런 현실을 어쩌지 못하고 말았다.
아픈 역사의 뒷길을 읽다가, 현실을 바라본다. 우리는 정말 이런 역사를 재탕하지 않기 위한 길을 가고 있었는지? 우리의 눈은 정말 역사의 흐름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지 말이다. 너무 거창했나? 나는 그런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