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자코 불을 보고 있었다. 장작과 장작 사이에 약간의 틈을 주고 늘어놓으면 그 틈새로 신나게 불길이 솟구친다. 사이를 떼어놓으면 그 순간 불길이 약해지고 빨갛던 장작이 하얀 연기를 내면서 까매진다. 장작을 가까이 갖다붙이면 다시 불꽃이 일어난다. 불꽃은 장작과 장작 사이에서 태어나는 덧없는 생물 같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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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가을이 되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나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그러나 가장 바라던 바를 향해 발을 내딛기로 했다.
추분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도쿄에서는 드물게도 잠자리 떼가 북서쪽에서 찾아와서 상공을 호버링하고, 전선이나 벽돌담에 앉아 날개를 쉬기도 했다.  이층 베란다에 나가서 빨래건조대와 난간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가까이에서 보았다. 얇은 금속 같은 정교한 날개와 깊은 붉은색을 띤 동체, 복안複眼의 번지는 듯한 광휘, 인간의 손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창조물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모두 날아가버렸다.  바람이 없는 건조한 날이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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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낙엽보다 더 외로운 나는
나의 버려진 행복을 싣고
여름의 푸르른 물속에서
고요히 노를 젓는다
죽음의 땅까지
가을의 슬픔이 밀려오는 해안까지

어느 그늘 아래 나 자신을 풀어 놓는다
사랑의 믿음이 없는
행복도 달아난 그늘에
영원의 기약도 없는 그늘에


p 134
여름의 푸르른 물속에서 中

창문

보기 위한 하나의 창문
듣기 위한 하나의 창문
우물 같은 하나의 창문
그 깊은 곳에서 지구의 심장과 맞닿은 우물
지지 않는 푸른빛 광활한 친절을 향해 열려 있는 우물
고독한 작은 두 손을
자비로운 별들이 선물한 밤의 향기로
가득 채우는 하나의 창문
그곳에서는 가능하리라
제라늄 꽃의 고독한 축제에 태양을 초대하는 일이

나에게는 하나의 창문이면 충분하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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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삶이여 나는 여전히
당신이 없어도 당신으로 넘쳐 납니다 그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로부터 도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 P28

나는 사랑합니다. 새벽의 별을
정처 없이 방황하는 구름을
비 내리는 날들을
당신의 이름이 어디에 있든 그것을 사랑합니다

나 스스로를 목말라 하면서도
나는 마십니다
당신의 순간순간 불타는 피를
그렇게 당신으로부터 희망을 받아 마십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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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달콤한 삶‘뿐이라고 여신은 강조한다. 여자의 현실 의식은 남자보다 월등하다. 여자는 현실에 대응하여 완전하게 변할 수 있는 무서운 재능의 소유자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까지 인간이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원초적인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인생이라는 ‘여인숙‘에 잠시머물다 사라질 수밖에 없는 유한한 생명일 뿐이다. 그런데 한 성녀가 현실의 집착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다.
- 테레사(Theresa of Calcutta) - P349

수메르와 그 후대로 이어진 ‘인간창조의 전승‘은 맨 마지막 시대에 가서 한 번 더 꼬리를 물고 있었다.
히브리족의 성서 작가들은 수메르를 비롯한 선조들의 신화적 전승을 또다시 한 번‘ 베끼는 실력을 발휘했다. 신은 신들에게 "사람을 만들어내자. 우리의 모습으로 우리와 닮은 사람을 만들자"고 했고,
그래서 아붸 엘로힘은 흙에서 흙덩이를 떼어내어 사람을 빚었으며,
사람의 콧속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살아 숨 쉬는 영혼이 되게 했다. 그런 뒤에 신은 자신 대신 ‘사람‘을 노동 현장인 ‘동산‘에 투입했다. 엔키를 비롯한 수메르의 큰 신들은 엉뚱하게도로 돌변해 있었다. - P412

 히브리족의 ‘에덴‘은 수메르의 ‘에딘‘ 에서 비롯된 말이다. <베레쉬트>의 작가는 엔릴의 행적을 그대로 모방하여 ‘야붸 엘로힘은 동쪽에 있는 에덴에 동산을 세웠고 사람을 데리고 와서 그곳에 배치했다…………. 야붸 엘로힘은 그 사람을 데리고와서 에덴동산을 가꾸고 지키라고 그곳에 두었다‘라고 폭로했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의 창조주 엔키도 야붸이며, 그의 맞수인 엔릴도 야붸라는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P420

히브리족이 자랑하는 최초의 족장 아브람은 길가메쉬가 왕위에 오른 후로부터 약 700년이 지난 4100년 전쯤에 출생했는데, 



 싸르곤이 수메르의 왕이며, 악카드의 왕(lugal ki-en-girí ki-uri)‘이라며 자랑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최초의 영웅‘은 실존 인물이었던 우루크의 왕 길가메쉬였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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