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가을이 되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나는 거의 가능성이 없는, 그러나 가장 바라던 바를 향해 발을 내딛기로 했다.
추분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도쿄에서는 드물게도 잠자리 떼가 북서쪽에서 찾아와서 상공을 호버링하고, 전선이나 벽돌담에 앉아 날개를 쉬기도 했다.  이층 베란다에 나가서 빨래건조대와 난간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가까이에서 보았다. 얇은 금속 같은 정교한 날개와 깊은 붉은색을 띤 동체, 복안複眼의 번지는 듯한 광휘, 인간의 손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창조물은 삼십 분도 되지 않아 모두 날아가버렸다.  바람이 없는 건조한 날이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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