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아자르 즉,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外
단편소설집


‘마흔 일곱이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아버린 나이‘라고 로맹 가리는 말한다.
마흔 일곱, 그때 그당시에도 난 알고 있는게 별로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마땅히 알아야 할것을 모르고 있다.
어쩌냐.
괜찮겠냐.

너무 많이 알면 가슴이 감당할 수 없어 그 수 많은 작가들은 스스로를 죽일 수 밖에 없었을까. 2019. 9. 8.




당시 그녀는 겨우 열여덟 살이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귀한‘ 것이었다. 마치 자연이 자신의 전지전능한 권위를 과시하고, 인간의 손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그녀를 창조한 것 같았다. 
빛을 받는다기보다는 빛에게 자신의 광채를 빌려주는 듯한 검은 머리채 아래이마와 눈과 입술은 예술에 대한 생명의 도전인 양 조화로웠고, 개성과 꿋꿋함까지 갖춘 섬세한 코는 그 얼굴에 경쾌한 터치를부여함으로써, 위대한 영감의 순간이나 우연의 신비로운 작용가운데 자연만이 도달하거나 피할 수 있는, 지나친 완벽 추구와 거의 언제나 짝을 이루는 그런 차가움으로부터 그 얼굴을 구해주고 있었다. 걸작, 그것이야말로 알피에라의 얼굴을 바라보는이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 P123

쪼그라붙은 초가 헐떡이는 소리를 낸다. 촛농의 작은 웅덩이속으로 갑작스레 불꽃이 빠져든다. 이윽고 천천히 빛이 들어온다. 빛은 창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와, 벽을 따라 흘러내려서는 구석에 이른다. 빛은 거기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라본다. 즈보나르가 웃어 보이자, 빛이 그에게 화답한다. 겨우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줍은 분홍빛 미광 같은 것으로.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데는 분노만 한것이 없다.  - P189

유일하게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 있다면그게 바로 우정이 아니겠는가. - P267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올라간 나는 
침대에 몸을 던질 기운조차 없었다. 
나는 저항할 수 없는 깊은 혐오감에 
사로잡혀 낙담한 채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세상은 다시 한번 나를 
배신했다. 
대도시에서든 태평양의 가장 작은 섬에서든, 천박하기이를 데 없는 계산이 인간의 영혼을 더럽히고 있다. 순수에 대한 내 끈질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정말이지 무인도로 들어가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인가.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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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3-03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로맹 가리의 책들은
읽는데 시간이 더디게 가는
그런 느낌이 들고, 완독도 못
하고 그랬네요.

이 책도 몇 번이나 도전해서
다 읽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HAKUNAMATATA 2023-03-03 22:08   좋아요 1 | URL
저도 간혹 잘 읽히지 않는 책들이 있긴해요
중국작가들 작품 정말 좋아하는데 모옌은 자꾸 밀리더군요
꾸역꾸역 보다는 안읽힐 때는 잠시 미루놓았다가 언젠가 다시~ㅎㅎ
‘모든 건 다~때가 있다! ‘
불금 좋은시간 보내세요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p59
[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에서 학문의 깊이가 더해진다고 믿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창대‘와 ‘정약전‘의 만남은 교학상장의 모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었지
‘다르게 살고 싶으면 만나는 사람을 바꾸든가 이사를 하라‘고.

이전 영화《자산어보》관람후 이준익감독과 질문자로 한공간에서 만남 그런데 어떤 질문을 했었는지 기억을 못하겠네...찾아보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CPU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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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若銓 1758 ~ 1816 (순조16)
1801년 辛酉迫害때 전라남도 신안 흑산도로 유배, 1814년 집필 兹山魚譜

‘사람에게는 다 제 그릇이 있는 법˝

먼 곳에 유배되었지만 丁 Brothers는 
결코 세월을 허비하지 않았다.
丁若鏞(1762~1836)




역시 술은 좋은 것이다. 막힌 데를 뚫어 주고 맺힌 곳을 풀어 주는 묘약이다. 시인 묵객들이 술을 제일의 벗으로 삼은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 P252

창대는 신이 났다. 동리 사람들은 창대를 보고 흑산진 별장도 나몰라라 하는 죄인의 하인 노릇을 자청했다며 손가락질을 했지만 창대는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약전의 인품에 반한 데다 그를 도와서 어보를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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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은 흔들의자와 같다.
계속 움직이지만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 윌 로저스



걱정을 걸어둘 수 있는 나무 한그루 키워볼만하다. The worry tree



"먼저 널 괴롭히는 고민거리를 하나 생각해 내는 거지. 널힘들게 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괜찮아."



"그런 다음 그 걱정을 네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거야. 물론상상으로 말이야. 이렇게 ………."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그 걱정거리 가운데를 꽁꽁묶는 거야. 그리고 맨 위에 이렇게 고리를 만들어 크리스마스트리에 거는 장식처럼 말이야. 그 다음엔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고리를 살짝 집어서 나뭇가지에 걸어 놓는 거야. 바로 이렇게 말이다."

"걱정 나무에 사는 동물들이 아침까지 네 걱정들을 지켜 줄거야 쉽게 말해서 네가 잠을 자는 동안 동물들이 대신 걱정을해 주는 거지."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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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살 더글러스 스폴딩의 1928년 여름.
더글러스 스폴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깜찍하고 발랄하고 은근은은훈훈한 문장의 향연, 빛바랜 추억의 소환과 위안을 받기에 충분한1974년에 쓴 레이 브래드버리(1920.8.22~2012.6.5.)의 소설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글풍이 있다.
창작은 모방에서 비롯 되고 밑줄 긋는 문장을 반추할 때면 작가를 폄하하려는 것은 추호도 아니지만 혹시 ‘하루키도 여기서...‘, 음~ ‘김연수도 여기서...‘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밑줄긋었겠다 싶은
-김연수의 소설《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2007년- 제목만으로 김연수라는 소설가를 예사롭게(?) 보지 않고 그의 작품들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메리 올리버의 시《기러기》1992년- 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래 그랬어 역시 먼저 알았을 뿐이야 여기서 차용했어‘ 라고.


#원조 #발견 #차용 #표절 #모방








조용한 아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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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완연한 여름 느낌이었다. 
세상은 천천히 따뜻한 숨을 길게 내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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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아침이 열릴 것이다.
열두 살인 더글러스 스폴딩은 이제 막 잠에서깨어났다. 이른 아침에 흘러 들어온 여름이 그의 곁에 빈둥대고 있었다. - P17

 ‘와인을 병에 담을때마다 1928년을 몽땅 안전하게 모아 두는 것이다.‘ 
이런 표현은 어때, 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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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최초로 싸우고 혼남. 1928년 여름, 6월 24일 아침. 뒷면의 발견과 계시 칸에는 이렇게 썼어. 
어른과 아이가 싸우는 이유는 서로 다른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라, 우리와 다르지 않은가? 우리를 보라, 그들과 다르지 않은가? 서로 다른 종족이며 ‘둘이 결코 일치할 수 없으리니.‘ 
이 말들을 음미해 봐, 톰. - P55

완벽한 침묵이었다.
이런 침묵은 생전 처음이다.



천만 개의 달팽이 촉수가 움츠러들듯이 별빛이 거두어졌다.
귀뚜라미들이 노래했다.
어둠은 놀라고 충격 받아 화를 내며 물러섰다. 막 잡아 먹으려는 찰나에 그렇게 무례하게 뛰어들자 식욕을 잃고 물러난 것이었다.  - P77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보이는 건 늙은이의 특권이야. 하지만 그것도 연기고 가면이야. 다른 연기나 가면과 마찬가지로 우리 늙은이들 사이에선 서로 윙크를 하고 웃으며 ‘내 가면, 내 연기, 내 확신이 어때?", "인생은 어차피 연극 아니야?‘, ‘내 연기가 썩 괜찮지 않았어?"라고 하지." - P230

그는 눈을 감았다.
6월의 새벽, 7월의 정오, 8월의 저녁이 끝나가고 끝났으며 영원히 사라졌다. 그의 머릿속에 느낌만 남긴 채. 이제 가을 전체가, 하얀 겨울이 시원한 초록빛 봄이 지난여름을 결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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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잠들었다.
그리고 그가 잠자는 동안1928년 여름이 끝났다.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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