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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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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곽재구 시인이 타고르의 시편들을 찾아가는 여행인 산티니케탄을 다녀온 이야기를 실은 산문집이다. 시란 생의 1초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곽재구 시인의 책 제목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책머리에 쓴 곽재구 시인의 글귀를 보면 생애 두번째 삶이 지닌 1초 1초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느낌을 받았다는 그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루 24시간 86,400초를 다 기억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때였지요. 내게 다가오는 86,400초의 모든 1초들을 다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1초는 무슨 빛깔의 몸을 지녔는지, 어떤 1초는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1초는 지금 누구와 사랑에 빠졌는지, 어떤 1초는 왜 깊은 한숨을 쉬는지 다 느끼고 기억하고 싶었지요. 그런 다음에 좋은 시를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무렵 나는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시들을 사랑했습니다. 2009년 7월 나는 오래 묵힌 마음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12월까지 이어진 이 여행은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시편들을 찾아가는 여행이었지요. 타고르의 꿈과 이상이 고스란히 남은 산티니케탄에서 뱅골 사람들과 살아가는 시간은 기쁨 그 이상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산티니케탄에서 내가 만난 시간의 향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외견상 지극히 가난했지만 아무도 가난에 대해서 구차스러워하지 않았고 불행에 대해서 몰입하지 않았습니다. 산티니케탄에서 나는 내 생애 두 번째, 내 삶이 지닌 1초 1초들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저 시가 무엇인지요? 그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아니겠는지요.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생의 1초들을 사랑하는 일 아니겠는지요. 이기적이고 모순된 삶 속에서도 우리들이 꿈꾼 가장 어질고 빛나는 이미지들을 우리들의 시간 속에 반짝 펼쳐 보이는 것 아니겠는지요."

 

책 속에서는 곽재구 시인이 산티니케탄에서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함께 실려있어서 글과 함께 동일시하며 보기 좋았다.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장은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둘째장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릭샤 스탠드, 셋째장은 마시 이야기, 넷째장은 가난한 신과 행복한 사진찍기이다. 산티니케탄에서 저자가 늘 타고다니던 릭샤를 끄는 릭샤왈라들의 이야기, 저자인 곽재구 시인의 집을 청소해주는 마시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의 따뜻한 마음과 인도의 계급사회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3장 마시 이야기는 곽재구 시인이 일기 형식으로 쓴 글귀여서 더욱 진솔함이 묻어난다.

 

"그들은 타고르의 영혼이 깃든 이곳에서 음악과 미술, 철학과 역사와 시를 공부합니다. 그리고 험난하기 이를 데 없는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이렇게 적은 돈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돈이 생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 많은 돈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돈이 더 가치 있다는 것, 어쩌면 이 사실이야말로 돈의 진정한 의미 아니겠는지요?

가난하고 소박하고 평화롭고 따뜻하게 인생을 배우고 삶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라딴빨리의 노천카페들입니다. 오세요, 당신. 500원이면 하루 종일 당신의 인생과 철학, 예술과 여행에 대해 세계의 젊은이들과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대여, 그대가 이 세상에 처음 왔을 적 몸을 감싸주었던 무명천도, 그대가 세상을 떠날 적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그대의 낡은 몸을 감싸줄 삼베 천도 다 사각형입니다. 그대가 여행 중 매일매일 찍어대는 수백 컷의 사진들, 그토록 쓰기 좋아하는 예쁜 그림엽서들 또한 작은 사각형으로 이루어졌으니 사각형이 없다면 그대의 여행이, 우리들의 인생살이가 얼마나 쓸쓸하고 삭막해질 것인지요?"

 

"수보르의 집은 볼푸르 역으로 가는 철로 변에 있습니다. 기찻길 옆에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것은 세상 어디서나 같습니다. 두 칸짜리 작은 흙집, 안의 컴컴한 공기를 들여다보다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전기도 없고 변변한 세간도 없었습니다. 수보르는 맨흙인 방바닥에 주저앉아 쟁반 위에 수북이 쌓인 밥을 소부지(야채볶음)와 함게 먹고 다시 한 차례 더 먹었습니다. 나는 이날 수보르에게 집에 가자고 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상상력은 현실 속에서 태어나지만 그 상상력을 죽이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 선택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외토픽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2위가 어머니이더군요. 어머니보다 더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답은 선물이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어머니조차 광대무변한 인생살이의 시난고난함을 이겨낼 수 있는 한 선물일 테니 말입니다. 산티니케탄에 머무는 동안 나는 참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꽃들이 가득 피어난 길과 꽃향기로 뒤덮인 숲 그늘. 하얀 달빛들. 초롱한 눈망울의 호수. 어떤 크리스마스트리보다 아름다운 반딧불이들의 비상과 점멸. 바울들의 노래. 모르는 내게 웃으며 인사하던 사람들. 잠시 길 위에 멈춰 서서 시를 쓸 때 노트 위에 떨어지던 키 큰 나무들의 화사한 꽃잎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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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비에서 만나는 두 번째 인생
오세웅 지음 / 새로운제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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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번째 인생>은 너무 늦었다는 후회에 빠질때 자책하게 되는 우리들에게 건내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이 책에는 천사의 빵, 방랑니트족, 후라노 라벤더 이야기, 아내에게 바치는 1778가지 이야기, 펭귄부부, 이비사, 미스터 두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일본 최고의 술, 세상에서 가장 얇은 실 52번, 야쿠자와 여교사라는 11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삶의 고비에서 만나는 두번째 인생을 살아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희망과 용기를 배울 수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나카무라 시게오라는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나카무라가 희귀금속이라는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방법은 3현이다. 현장, 현물, 현실. 직접 발로 가보고 눈으로 대상을 보고 분위기를 피부로 느껴 예측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점들이 어느 순간 선으로 이어진다. 선으로 이어지면 이어 면(비즈니스)이라는 입체감을 띤다. 즉, 점과 선을 가공해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게 바로 비즈니스 전략이다. 나카무라의 좌우면은 중국 고전에 나오는 '득의담연 실의태연'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뽐내지 않고 겸허하며, 나쁜일이 생겨도 태연자약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카무라는 형용사를 즐겨쓴다. 회사보다는 '아름다운 회사' '올바른 회사'가 그것이다. 형용사를 붙이면 회사의 개성이 보다 명확해진다. 뚜렷한 가치관은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고 자신의 발전도 꾀한다.  

 

"나카무라 시게오. 그가 54세에 세운 AMJ(Advanced Material Japan)는 사원 20명에 연 매출 3억엔 이상을 올리는 회사다. 사원도 중국, 러시아, 스위스인 등으로 다국적이다. 종교, 성별, 문화, 취미도 따지지 않는다. AMJ 사원들의 업무는 아시아, 몽골 등지의 희귀금속 자원의 개말, 수입이 중심을 이룬다. 사장인 나카무라 시게오의 신조는 왼손에는 로망, 오른손에는 계산기, 등에는 인내다. 그는 오로지 그 기준으로 사원을 선발한다. 또한 자신처럼 방랑니트족을 선호한다. 방랑니트족의 강점은 순발력이다. 주변 상황을 정확히 감지했을 대 발휘되는 순발력은 훗날 성공의 척도가 되어 준다. 나카무라는 하루 24시간을 4등분해서 사용한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11시까지는 입력에 할당한다. 이때는 정보를 모으고 독서를 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기획한다. 11시부터 5시까지는 출력시간이다. 사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거래처와 교섭하며 세미나에 참가하고 프레젠테이션도 한다. 오후 5시부터는 11시까지는 자유시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 스포츠를 즐기고 명상도 한다. 가끔 지인들과 술 한 잔 할 때도 있다. 하루에 할당한 시간 안에는 식사시간과 이동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1시면 잠자리에 든다. 물론 잠자는 시간은 하루의 4등분에 해당한다. 토, 일요일은 물론 해외에서도 똑같은 규칙을 적용한다." 

 

아내에게 바치는 1778가지 이야기의 주인공 마유무라 카구의 이야기에서는 아픈 아내를 위해 글을 쓰는 마유무라 카구의 감동적인 글귀가 인상적이다. 책 속에는 그가 쓴 이야기 중에서 몇가지가 실려 있다.

"마유무라 카구, 그는 1년밖에 못 산다는 아내를 구하려고 글을 썼다. 그의 글 덕분인지 아내는 4년을 더 살아주었다. 글은 신을 움직인다는 말이 허투루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인은 곳곳에서 신을 구한다. 곳곳에서 신을 발견한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일본 열도에 밀어닥치는 때도 없는 지진, 쓰나미는 오늘 하루에 인생을 걸게 만든다. 일본인들이 벚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활짝 핀 벚꽃도 시기가 기울면 사정없이 땅에 곤두박질친다. 일본인에게는 '오늘의 벚꽃'만이 존재한다. 그래야 맘껏 즐길 수 있다. 그 오늘이 매번 살아 숨 쉬는 과정이 인생이다. 적어도 일본인 중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마유무라가 암 투병을 하는 아내를 위해 쓴 글은 17,78가지이다. 거의 5년 가까이 매일 글을 썼다."

 

혹독한 자연 세계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은 거친 삶의 증거로 몸에 어느 정도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 상처는 야생에서의 당연한 삶의 결과다. 그 상처를 있는 그대로 살린다면 가죽이 지닌 생생한 질감을 고객에게 선사해줄 수 있다는 게 이시다의 회장 요시다의 신념이다. 현재 이시다의 회장인 요시다가 추구하는 고객 서비스는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다. 잃어버린 관계,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상실'의 관계는 사람의 온기과 온기가 맞교환되는 지점에서 회복된다.

"요시다는 가방을 만드는 과정을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기로 했다. 여기에 AS를 영구적으로 해주는 조건을 달았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물건을 만드는 사람과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 사이에 확실히 존재한다면, 물건을 만드는 회사의 존속과 성장의 이유는 분명해진다. 반대로 물건을 함부로 쓰고 일시적인 마음만 도사린다면 그런 물건에 가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사람의 마음이 버려지는 곳에 물건도 따라 버려지고 이내 그 물건은 고아가 되고 찾는 부모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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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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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서 

 은희경 작가의 <생각의 일요일들>을 읽어나가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   

작가님이 나와 사고방식이 아주 흡사하다는 점. 그래서 글을 읽어나가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다는 점. 글귀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산문집이었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은 글귀들이 많아서 책을 읽고 또 읽고 싶어진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이 글들을 써내려갔다. 나는 소설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작가의 꿈이 샘솟기 시작한다. 

이 책은 작가 은희경이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하면서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작품을 쓰는 장소, 작품을 쓰는 내내의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은희경작가가 트위터에서 쓴 글들까지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은희경 작가의 산문집니다. 

"'독자와의 만남'같은 행사를 마친 뒤에는 늘 같은 생각을 해요. 왜 이렇게 나는 진지한 것일까. 게다가 그런 진지한 분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던진 어색한 농담들은 또 뭐고...
그래서 쓴 짧은 글.
사소한 나쁜 짓을 해야 삶을 책임지는 억울함이 약간 가신다.
하다못해 폭음이라도.
근데 남을 끌어들이면 대가를 치러야 하고
또 너무 일찍 깨치면 나쁜 일을 할 시간이 많아서 곤란하다.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악의를 해소하는 일...... 간단치 않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나는 반드시 새 노트를 산답니다.
거기에다 전체 테마, 인물, 플롯, 분위기, 장소, 상징, 톤, 디테일, 대화.... 이런 것들의 틀을 일단 세워놓고요.
연습장에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적어가면서 소설과 병행하는 거죠.
'소년을 위로해줘'를 쓰면서 벌써 연습장을 세 권이나 썼군요.
또 달력을 찢어 벽에 붙여놓고 거기에 매일의 시간 관리 내용과 일한 매수 등을 적어요.
포스트잇, 이것 역시 잊어버리지 않아야 할 것들, 새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필수.
수첩도 필요해요. 전체 틀을 흐트러지지 않게 꿰어주는 끈이라고 할까요.
매회 무슨 내용을 썼으며 앞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전체 흐름과 매수를 조절하는 또 하나의 노트도.
그리고 필요한 자료를 조사해 옮겨 적어놓을 다른 노트 한 권.
그리하여 지금 내 책상 위에는 랩탑, 노트 세 권, 연습장, 달력, 두 종류의 수첩(갖고 다니는 것과 놓고 다니는 것), 각종 포스트잇(인물과 사건과 장소별로 색깔을 달리해보려고 하죠.).
형광펜과 볼펜과 연필들, 또 지금까지 연재한 원고를 챕터별로 묶어 놓은 프린트 뭉치들이 있다니다.
커피와 알람시계와 핸드폰과 귀이개와 스탠드 등과 CD와 내게 용기를 주는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진도.
어휴, 그러니 항상 어지럽게 늘어져 있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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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사람살이의 슬픔, 상처, 고통을 이야기하는데도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은 온기와 희망으로 차오르게 하는 작가 정호승. 작가생활 4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시와 산문을 발표하며 사람들에게 삶의 상처마저도 희망의 씨앗으로 키우는 지혜를 선물해 온 그가 우리가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하는 화두는 무엇인가를 다시 묻고 답한다.

동화와 우화를 통한 정호승 작가가 전해주는 인생 이야기, 읽어보고 싶다. 

 

 

 매일매일 쉼 없이 이야기를 길어올리며 15년 동안 40편 이상의 장편소설을 펴낸 이야기꾼 김탁환. 그는 한 편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까? 어떤 마음으로 이야기를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고, 어떤 자세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어떤 각오로 이야기를 완성시킬까? <김탁환의 쉐이크>는 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 창작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불멸의 이순신>의 작가 김탁환이 펼쳐내는 창작 이야기, 정말 기다려지는 책이다. 

 

 

개그맨 김병만의 자전 에세이이다. 남보다 많이 배운 것도, 가진 것도, 특별한 것도 없는 개그맨 김병만이 코미디의 한 장면을 위해서 어떻게 참고, 극복하고, 노력해 왔는지 그 과정이 가감없이 그려져 있다. 김병만은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얘기도 있지만 삶에 지친 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개그맨 김병만은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한다. 김병만의 자전에세이를 통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하는 김병만의 삶을 배우고 싶다. 

 

 

 

여기 한 신부가 있다. 어느 날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를 접하게 된다. 꿈꾸는 법을 잊어버린 줄 알았던 사창가의 아이들이 카메라를 잡으면서 희망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 그는 이 영화를 보면서, 카메라와 사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잠비아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27컷, 필름에 담긴 아프리카 아이들이 직접 찍은 아프리카. 그 사진들 속에는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꿈이 있다.  

 

 

 

MBC 라디오 [푸른밤 정엽입니다]의 ‘사랑이, 그래’의 작가 신경민의 첫 번째 에세이. 그녀의 글은 늘 사랑과 이별의 언저리를 오간다. 그러나 가수 정엽의 말처럼 “섣불리 그립다거나, 힘들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넌지시 그때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하느냐고 물을 뿐이다. 사랑과 추억과 사람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청춘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눕히고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우리의 뜨거운 청춘. 신경민의 글은 바로 우리를 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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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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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R.P.G>는 일본 최고의 미스테리 작가 중 한명이라고 불리어지는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다.  책 제목인 R.P.G는 'Role-Playing Game'의 약자이다. 롤플레잉이란 실제 상황을 상정하여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면서 문제 해결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학습법, 실제 역할연기법이다. 

 

도쿄 도내에 있는 식품회사 과장이었던 48세인 도코로다 료스케라는 남자와 나오코라는 여자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두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의심하면서 범인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도코로다 료스케와  시부야에서 살해당한 이마이 나오코 사이에 개인적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오코는 도코로다의 식품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도코로다와 나오코가 만나왔던 사실이 밝혀진다. 자신의 남자친구를 가로챈 경험이 있는 나오코로 인해 살인사건을 의심받는 'A코'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 와중에 경찰은 도코로다가 인터넷상에서 '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역할놀이를 한 사실이 발견한다.

 

"도코로다 료스케가 소지했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조사한 결과 그가 회사와 가정의 인간관계 외에 인터넷상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코로다 료스케에게는 인터넷상에 또 다른 '가족'이 있었던 것이다. 아내와 딸과 아들, 도코로다 료스케를 포함해 4인 가족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아버지', '어머니','가즈미','미노루'라고 부르며 빈번히 메일을 주고받았고 채팅으로 대화를 했다. 또한 그들의 관계는 인터넷상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어도 한 번은 얼굴을 마주한 듯도 했다. 도코로다 료스케가 가즈미에게 또 만나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가장 먼저 확인했지만 닉네임 어머니는 도코로다 하루에가 아니었고, 가즈미도 도코로다 가즈미가 아니였다. 그녀들은 도코로다 료스케가 인터넷상에서 '아버지' 역할을 연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진술했다."

 

소설 <R.P.G>를 읽어나가는 중간 중간에 인터넷상에서 도코로다 료스케를 중심으로 '가족' 역할 놀이를 한 이메일을 볼 수 있었다. 가즈미가 미노루에게 썼다는 이메일, 아버지가 가즈미에게 쓴 이메일 등 가족 역할 놀이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가즈미(딸), 미노루(아들) 이라는 가족 구성원이 등장한다. 

 

"알 수 없는 일들뿐이라 생각하는 데도 질렸어. 어째서 난 이모양일까? 미노루는 불안하지 않아?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불안해. 나는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일까?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때때로 내가 있을 자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야. 내가 사라져도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 미노루도 그렇지? 또 새 친구를 찾으면 그만이잖아. 부모도 그래.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게 부모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변변치 못한 아이라면 없는 편이 나아. 나는 부모님 기대에 아무 보답도 못 하고 있어. 어재서 우리 딸은 이 모양일까, 부모님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실걸."


"미노루가 걱정 많은 가즈미에게 한마디 해주라고 부탁하더구나. 아버지도 어머니도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착한 아이야."

 


살해된 도코로다의 친딸 가즈미는 몇달 전부터 스토커에게 미행당한 사실과 아버지와 관련된 수상한 사람의 이야기를 경찰에게 전한다. 가즈미는 성적이 우수하고 똑똑한 학생이었다. 가즈미는 경찰서에서 아버지 도코로다가 인터넷에서 '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역할놀이를 하며 교류가 있었던 세 사람인 닉네임 '가즈미', '미노루', '어머니'를 만난다. 가즈미가 취소실밖에서 세 사람을 보고있는 동안 경찰은세 사람을 순서대로 불러 심문을 시작한다.

 

"리쓰코(가즈미)는 시네마 아일랜드 게시판과 채팅방에서 속내를 털어놓게 되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 학교도 시시하고, 친구와는 표면적으로밖에 사귀지 못하고,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이야기. 남자친구도 없다. 이대로는 앞날이 불안해서 못 견디겠다. 내 인생은 텅 빈 상태로 지나가버리는 것 아닐까? 그런 불안을 의논할 상대도 없다. 부모님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뿐이다. 아버지는 가정에 무관심하고, 어머니도 냉담하다. 어머니는 나를 친구처럼 대하지만 그건 그냥 그러는 편이 어머니도 적당히 편하지 때문이다. 결코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지는 않는다. 그 누구도."

 

"자기 생각을 말하고, 누가 그 생각에 대해 이것저것 말해주는 게 굉장히 즐거운 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어머, 그래? 마음대로 해.' 이게 아니라 제가 열심히 생각한 걸 열심히 받아주고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기뻤어요. 집에서는 부모님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잔뜩 써버렸어요. 그 글에도 역시 반응이 많았어요. 그것 말고도 이런 영화를 보면 좋다는 추천도 받았고, 쓸쓸해도 지면 안 된다는 위로도 받았고, 정말 즐거워서....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 이름이에요. 가즈미. 초등학교 4학년 때 오사카로 전학 가버렸어요. 동경이랄까? 전 어렸을 때 가즈미가 되고 싶었거든요. 굉장히 착한 아이였어요. 상냥하고 귀엽고, 게다가 똑똑해서 모두들 그 애를 좋아했어요. 집에 놀러가면 가즈미네 어머니도 굉장히 상냥하셨고요."

"나는 이 세상에 있을 자리가 없고, 늘 그렇게 느꼈다고 썼어요. 그랬더니 많은 사람들이 위로도 해주고, 설교도 해주고, 조언도 해줬어요."

 

리쓰코에게는 고민을 들어주고, 진지하게 의논해주고, 이해심 많고 상냥하고, 딸의 행복을 첫 번째로 생각한다고 말로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아버지'가 생긴 것이다.

 

"'가즈미, 아버지란다.' 첫머리가 그랬어요. "네가 이 사이트에 드나드는 줄 이제야 알았구나. 글을 읽고 놀랐다. 아버지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너를 몹시 쓸쓸하게 만들었구나, 미안하다."그런 글이었어요. 전..... 기뻐서 눈물이 날 뻤했어요. 아버지하고 가즈미는 부녀지간. 인터넷 속에서 아버지가 생긴 거에요. 늘 원했던 타입의 아버지 말이에요."

 

"우리는 다들 외로워. 현실 생활 속에서는 그 누구도 도저히 진정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진정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독한 거야. 마음을 이어줄 끈이 필요해."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잖아요? 하지만 인간은 얼굴을 마주하면 얼굴밖에 안봐요. 외면만 본다고요. 마음을 이어주는 진정한 끈은 그런 외면을 초월한 곳에만 있는데, 친구도, 부모도, 제가 웃으면 즐거우니까 웃는다고만 생각해요. 저는 진정한 나를 감추고 남들한테 맞추는 건데 말예요.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시늉을 하고, 제가 그렇게 힘겹게 따라하는 줄 알아차리지도 못해요. 아무도 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지 않아요. 그냥 풍경인 거예요. 하지만 인터넷 속에서라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고, 진정한 내 모습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도코로다 료스케와 도코로다 하루에, 도코로다 가즈미의 불행의 원천, 크게 떠들만한 소리를 아니지만 그곳에는 엄연한 사실이 있다. 부모자식 간에도 궁합이 있어, 인간적으로 서로 맞지 않는다면 혈연도 저주스러운 속박이 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시간만 있다면 그 속박을 길들여 적당히 거리를 재며 서로 상처 주는 일 없이 생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도코로다 가정은 그럴 시간을 잃었다.  

 

소설 <R.P.G>의 마지막 부분에 반전에 놀랐다. 도코로다 료스케의 친딸 가즈미는 자신만의 정의를 쫓다가 스스로에게 무너져버렸다. 누구든 나를 배반하고 상처 입히는 존재는 결코 용서치 않겠다는 가즈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일이라고 말하는 가즈미였다. 가즈미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강하게 의지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불사한다.  

 

"치카코 형사님, 나 말이죠. 어렸을때는  아버지가 정말 귀여워해 주셨어요. 어화둥둥, 보물처럼 대해주었죠. 그래서 난 아버지를 정말 좋아했어요. 아버지에게도 저는 자랑스럽고 귀여운 딸이었고요. 너무나 아름다운 관계죠? 아버지는 나라는 딸이 아니라 아름다운 관계를 사랑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어려서 자기 의사가 없이 아버지의 깜찍한 인형으로 있는 동안에는 한없는 애정을 쏟아주셨던 거에요. 아버지의 바람기도 제가 어리고 귀여운 가즈미였을 무렵에는 조금 잠잠했을 거에요."

 

"정의요. 누구든 이기심 때문에 남을 상처 입히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는 거야. 그뿐이에요. 당연한 일이죠.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에요."

 

도코로다 요스케는 그가 구축한 인간관계는 어디까지나 그를 둘러싼 인간관계일 뿐이었다. 중심은 도코로다 료스케였다. 그는 그의 위성으로 움직여주는 인간만을 원했다. 하지만 가즈미는 처음으로, 더군다가 그의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면서 자기 의사로 그것을 부정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는 아내를 길들인 것처럼 딸도 길들이려 했다.

 

"만일 도코로다 가즈미가 인터넷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어땠을까? 허망한 상상이지만 다케가미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가즈미가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목소리도 들려주지 않고, 닉네임의 그늘에 온전히 몸을 숨기고 그 속내를 누군가에게 말할 기회를 얻었더라면? 분노로 어둡게 그늘진 눈동자나, 상심으로 완고하게 일그러진 입매는 숨긴 채, 그저 언어로 그런 감정을 누군가에게 쏟아낼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 인터넷 속의 누군가는, 피와 살을 갖추고 행동력이 있었던 탓에 어설프게 가즈미에게 휘둘린 이시구로 다쓰야가 하지 못했던 역할을 해주었을지도 모른다. 가즈미에게 사로잡히지 않고, 가즈미에게 휘말리지 않는 거리에게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그녀를 보듬으며, 그녀의 분노를 이해하는 역할을." 

 

소설 <R.P.G> 끝부분에 도쿠가나가 읊었던 사이조 야소의 '나비'라는 시가 인상적이었다.

" - 나비 -

 

이윽고 지옥에 내려갈 때,

그곳에서 기다릴 부모와

친구에게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랴.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서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그리하여 건네면서 말하리라.

 

일생을

아이처럼, 쓸쓸하게

이것을 쫓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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