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산책길 - 나무 심는 남자가 들려주는 수목원의 사계
한상경 지음 / 샘터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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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산책길>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아침고요 수목원의 설립자 한상경이 쓴 자연 에세이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드러나는 아름다운 나무, 꽃, 땅, 숲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봄부터 시작되는 꽃들의 축제, 여름 한낮 대자연의 향연, 가을날 온 산을 뒤덮은 단풍, 고즈넉한 겨울 아침 설경 등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침고요수목원의 현재를 담은 100여 점의 새로운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아침고요수목원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인생처럼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

저자는 미국 U.C.Davis에 머무르면서 원예미학을 공부했고 선진국에는 국가나 그 도시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정원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한국 정원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정원의 정의를 내리자면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울타리 안으로 옮겨 온 것'을 말한다. 장엄함이 있는 중국이나 인위적이며 섬세한 일본의 정원과 차별화가 있는 정원으로 곡선과 비대칭의 균형인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정원을 만들기로 한다.이것이 중국과 일본 정원에 비하여 자연에 가까운 아침고요수목원 탄생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봄이 오면 생명의 기운이 서서히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며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고 말한다. 기다림의 교훈을 개우치기 위해 해마다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온다. '견디어야 할 겨울, 삶의 힘든 시간들, 그것들을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오는 것'이라는 계절이 진리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지혜를 배운다. 꽃 피어 존재하는 순간이 소중한 것도 꽃은 시들어 사라지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꽃은 아름답다. 단지 몇 날 피어나 우리 마음을 휘저어놓고 가는 꽃은 우리 마음에 오래 남아 있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1996년 미완성의 수목원을 개장하고 재정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여 힘든 시기를 경험했던 내용도 소개된다.​ 우연히 모 신문사의 여기자 한명이 어머니와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았고, 한 신문에 '깊은 산속, 산속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문구와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 일을 계기로 아침고요 수목원이 언론을 통해서 세상에 처음 소개되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자는 아침고요수목원을 자신에게 '비밀의 정원'이라고 말한다. 험한 골짜기를 지나 높은 산에 이르는, 신비롭고도 값진 인생의 묘미를 이상주의자에게 말없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잡초라고 풀리는 풀들은 야생초라 불려야 마땅하며 풀들은 각기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야생화들에게 각자의 살아갈 땅을 마련해주고 그들만의 땅을 야생화 정원해 마련해준 저자의 마음이 자연을 닮은듯 아름답다.

"이제 아침고요수목원에는 '잡초'가 없다. 대신 야생의 신비를 간직한 여러 종류의 풀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사라진다는 것은 내가 만드는 그늘을 없애주는 것이며,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도록 보호하는 숭고한 자기희생의 행위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꽃이 시들어 사라지고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 사라져야 할 때는 아는 것은 중요하다.

"사라지는 것은 생명의 미학이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함께 연출하는 예술이다. 내가 가린 태양으로 인한 그늘을 미안해하며 사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사라져야 할 것과 그 때를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그늘을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잠시 후면 모두가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져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삶은 숭고한 것이고 죽음은 아름다운 것이다."

영악하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 내가 받은 대로 남에게 갚아주는 세상, 조금도 손해 보지 않고 살려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땅은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저자는 땅에서 절망을 배운 사람, 땅에서 기다림과 믿음을 배운 사람 그리고 땅에서 용서를 배운 사람은 온유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땅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품어준다. 사람은 땅에게 가장 더러운 것, 지독하게 냄새나는 것을 주지만 땅은 모든 것을 그냥 받아준다. 모두가 버린 것, 모두가 거부한 것, 그 모든 것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생명이 싹트고 자라난다. 그 더러운 것이 양분이 되어 식물은 자라나고 드디어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우리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인간이 땅에게 준 것과 땅이 인간에게 되돌려 준 것이 얼마나 대조적인가ㅏ. 이것이 바로 땅의 용서요, 땅의 기적이다."


사랑의 계절, 생명의 계절인 봄, 태양의 계절인 봄, 정직한 열매를 요구하는 계절인 가을, 무수히 많은 별리를 경험하면서 지나간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계절인 겨울. 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 삶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있다. 나무를 심어야 할 시기에 뿌리는 내리지 못한 삶은 외롭다. 땀 흘려야 할 여름이 무료하며 풍성한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빈곤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안에서 자연의 섭리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아침고요 수목원의 아름다운 자연의 사진을 보며 이 곳을 꼭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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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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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는 서울대 교수 조국이 공부하는 이유에 관하여 쓴 책이다.​ 이 책은 조국 교수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왜 우리가 공부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해서 말한다.

7평 연구실에서 자신의 세상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조국 교수. 그는 '공부란 자신을 아는 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공부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므로 즐겁다. 그는 서울대 교수인 자신이 공부에 대해 말하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학생이 왜 사법고시를 보지 않고 '딴짓'을 했는지, 막 교수가 됐을 때 왜 포승줄에 묶여 감옥으로 가야 했는지, 출소 후에는 어떤 마음으로 무슨 공부를 하여 다시 교수가 됐는가에 대해 말한다.

"공부란 자신을 아는 길이다. 자신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무엇에 들뜨고 무엇에 끌리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아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란 이렇게 자신의 꿈과 갈등을 직시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점에서 공부에는 끝이 없다."

학생은 '나'를 찾아가는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는 조국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 그는 학교 공부는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공부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좋은 성적이 인격, 도덕성, 성공, 행복 등과 직결되는 것처럼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개인이 자신의 소질, 취향, 능력,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동시에 타인을 존중하도록 키우는 것이 교육이다.' 라는 조국 교수의 교육 철학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입시용 공부든 다른 것이든 학생들에게 공부는 필요하다. 가장 예민하게 세상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학생은 '룸펜'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조적인 사람,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유목민'이어야 한다.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왜 삶이 전쟁이 됐는지 알아야 한다. 다른 삶의 방식이 가능한지 공부해야 한다. 그 삶의 방식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도 찾아봐야 한다."​

조국 교수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보며 법학에 호기심을 가졌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불씨를 노력이라는 장작과 부채질로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학자로서 사회참여를 하고 있는 조국교수는 학문과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그는 세상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법학이 전공이다. 세상의 분쟁과 갈등을 다루며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대책을 강구하는 학문이 법학이다. 호기심과 노력, 그것을 이루기 위한 철저한 계획으로 잘못된 법이나 제대로 대해서 공부하는 그의 태도를 배워야겠다.

"무슨 일이든 호기심이나 재미에서 시작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꾸준히 쌓으면 삶의 목표가 점점 뚜렷해지고 성취감도 증가한다."

조국 교수는 변화는 내면의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무작정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거나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프리터족과 니트족이 급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는 내면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주는 용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다른 말 다 젖혀두고 이 말부터 하고 싶다. 겁내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기죽지 마라. 쪽지 마라. 길들여지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굴복하지 마라. 그리고 저항하라. 한국 역사를 보라. 한국인들은 굴복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세계 역사에서 모든 인류는 지배, 억압, 공포에 맞서 싸우고 이기며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처한 어려움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변화는 내면의 작은 용기에서, 즉 저항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며, 공부를 할수록 그 용기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조국 교수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공부할때 담당 교수가 그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다. 반 권위 정신을 지니고, 타인과 구별되는 내 생각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대가들의 의견이나 생각도 언젠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다른 사람의 것을 잘 요약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런 데다 힘쓰지 말게. 자네 보고서에는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어.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더 고민하고 그것을 더 다듬는 데 더 힘을 써야 하네."

조국 교수는 법 공부를 잘하려면, 제일 먼저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학은 '가치 지향적 학문'이지 '가치중릭적 학문'이 아니다. 그는 어떠한 가치를 중심에 놓을 것인가를 스스로 분명히 하고, 다른 가치와의 소통과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을 알아야 한다는 조국 교수의 말에 공감한다. 법학은 독자척인 학문체계와 논리를 갖고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다른 학문의 시각과 성과를 흡수하지 못하면 편벽하고 건조한 개념과 논리의 묶음에 머물고 말기 때문이다.

"법률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법은 대개 특정 사회의 계급·계층·집단의 이익과 욕망, 그리고 꿈이 충돌하고​ 절충되어 만들어진다. 여기서 '강자' 또는 '가진 자'가 유리한 조건에 서게 됨은 분명하다. 그래서 법학을 제대로 하려면 바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눈이 필요하다. 각 계급​·계층·집단의 요구와 주장과 논변이 무엇인지 꿰뚫어야 한다. 법전을 넘어 현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특히 '약자'나 '갖지 못한 자'가 부당하게 대우받는 일을 막아야 한다."

조국 교수가 사랑하는 지식인르오 버트런드 러셀이 쓴 <러셀 자서전>에 등장하는 세 가지 열정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미국과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98년 이후 약 10년간의 조국 교수는 '탈민족주의 진보적 시민사회론자'의 길을 걸었다. 조국교수는 진보적이지만 독립적인 지식인이다. '지식인은 자신과 이념이나 지향이 같은 사람이나 정당과 함께 하면서도 그 문제점을 직시하고 지적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조국 교수의 의견에 공감한다. 조국 교수는 '지식인은 의도적 고립을 추구하며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는 책상머리에 머무르는 공부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돈 냄새 보다는 사람 냄개가 더 많이 나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공부의 목표라고 이야기하는 조국 교수님의 공부 이야기를 배울 수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만의 행복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타인의 행복까지 추구할 수 있는 가치있는 공부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기 제먹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에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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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프란츠 카프카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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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유대계 독일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판결, 시골 의사, 굴이라는 4개의 작품을 수록한 책이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작가를 생각하면​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그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고독을 표현한 실존주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변신>은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특히 표지 디자인이 매혹적이이여서 눈길이 가는 책이기도 하다.


<변신>은 카프카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변신>은 어느 날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 잠바라는 인물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돌봐주던 가족이 끝내 자신을 져버리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그레고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외판원으로 일하던 그레고리의 모습이 벌레로 바뀌자 고독하고 허무한 존재로 변하게 된다. <변신>은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존재와 고독, 허무를 그린 작품으로 카프카의 문학 세계를 확실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판결>은 자수성가한 아버지와 아들인 카프카의 실제 모습과 닮아있는 작품이다. 친구의 편지라는 소재를 계기로 아들과 아버지와의 갈등와의 갈등을 표현했다. 끝부분에 아버지는 아들에게 익사형을 판결하고 아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시골 의사>는 시골 의사가 아픈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밤중에 왕진을 가지만, 환자인 소년은 멀쩡하고 의사인 자신이 사고로 침대에 눕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굴>은 땅굴에서 안전하게 살고자 하는 동물이 외부에서 나타난 적으로 인하여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현실을 묘사한 작품이다.

"나는 장소를 바꾸었다. 위의 세계에서 내 굴속으로 들어왔으며, 어느새 굴의 영향력을 느낀다. 이곳은 새로운 힘을 솟게 하는 새로운 세계이므로, 위에서는 피로하는 것이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것이다. 너무 힘들고 쓰러질 듯 고단하지만, 예전에 살던 집을 다시 본다는 것, 내가 정리해야 할 작업들, 곧바로 대충이라도 모든 방을 둘러보아야 한다는 사실, 무엇보다도 얼른 성곽 광장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사실, 그 모든 것 앞에서 나는 피로를 느끼는 대신 부지런하고 열성적으로 바귀니, 굴에 발을 디딘 순간 마치 긴 단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다."

 

이 책 끝부분에는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작품에 대한 소개가 친절하게 덧붙여져 있어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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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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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여행작가 변종모의 다섯번째  에세이이다. 여행이라는 주제 안에서 감수성 있는 글과 단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여행이라는 길 위에서 배운 말을 이 책을 통해서 쏟아낸다. 저자에게 말이란 마음이다. 저자는 마음에서 약속된 말이 발을 움직였고 걸음이 다다르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다. 

"길 위의 모든 존재가 열어준 나의 마음과 생각들과 낯선 길에게 감사하고 그 길에서 스친 낯선 사람들에게 또한 감사한다. 그대들이 가르쳐준 말들과 내 속에서 훌쩍 탈피한 나만의 언어들. 그것을 당신이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지만 세상을 향해 피어나는 많은 마음의 소리 중 한 가닥 정도로만 이해해준다면 나는 또 그대의 좋은 마음에 용기를 내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길 위에서 만난 말인 길, 꽃, 대화, 여행, 천국, 사랑, 산책, 집, 도시, 시장, 바다, 거울, 진심, 어린이, 청춘, 세월, 봄, 여름, 가을, 겨울, 눈, 안개, 비, 허공, 바람, 그림자, 밤, 새벽, 달, 눈물과 내 안의 말인 꿈, 생일, 존재, 예감, 지금, 현실과 비현실, 맹세, 기억, 구속, 배려, 침묵, 변명, 충고, 마음, 골목, 열정, 선택, 기도, 용서, 우연, 차이, 흔적, 고백과 길 위데 두고온 말로 친구, 노래, 나눔, 생활, 이웃, 동행, 술, 인연, 행복, 희망, 외로움, 문제, 몸살, 축복, 희생, 거짓말, 실수, 귀가, 운명, 끝,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산책은 세상의 단음과 자신의 상음을 교환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길 위에 일기를 쓰는 일
숨 ​붙은 책을 읽는 일.
자신에게 묻고 우주에게 답을 듣는 일.
걷는 동안 얻는 가장 흔한 축복."​

 

 

 

 

저자는 낯선 곳에서 산책을 하는 것은 새로운 책 한권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두 발의 기록, 두 눈이라는 뷰파인더 거기다 가장 완벽한 일기장인 그대의 마음. 그것은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을 그대만의 책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버림받은 느낌이 골수에 덕지덕지 엉겨 붙었다. 이럴 때면 벌떡 일어나 아침부터 밤까지 걸었다.(...)
떠나야 했다. 돌아서야 했다. 등뼈에 묵직하게 걸린 인연 대신 어디든 풀어 헤칠 수 있는 베낭을 메고 마냥 걸어야 했다. 정처가 없었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지만 걷다 보면 어느 낯선 공간에 닿아 조금은 환영받은 것 같은 내가 있었다. 아무런 환호성도 없고 박수도 없는 외로운 환영일지나 그 순간에는 위로였고 가질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기에 걷는 일은 멈출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주저앉아 울음을 쏟는 대신 현기증이 날 만큼 걷다 보면 그 어딘가에는 내 슬픔과 다른 빛을 가진 세상이 존재했고 거기에 새 희망도 있었고 그대라는 따뜻함도 스쳤으니 걷는 일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며 가장 행복한 일이다."

 

 

 

 

 

슬프고 아픈 사람들이 바다를 더 찾는다는 말에 공감한다. 내가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는 이유도 애환을 바다에 내던지고 싶기 때문이다. 바다를 가면 또 다시 바다가 나를 부르는 순간이 온다. 이는 삶의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싶어하는 인간의 의지가 아닐까.

"사람들은 자주 바다로 가려 한다. 가를 수 없는 하나의 존재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은 유독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를 꿈꾼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와서 바다와 마주 서길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슬프고 아픈 사람들이 바다를 더 찾는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바다를 위로라고 여긴다. 백사장의 무수한 발자국을 보라. 어느 것 하나 야무지게 파고들지 않은 것이 있는지.
나는 자주 황량한 마음이 들 때 바다를 생각한다. 내가 보았던 인적 없는 바닷가와 사람들이 남기고 간 수많은 발자국. 생각해보면 한 번도 외롭지 않았을 장소. 세상의 모든 블루가 모여 있기에 나 하나의 슬픔 따윈 파랗게 한 번 부서지면 그만인 곳. 눈앞에서 몇 천 번의 파도가 쳐도 결국 그대로인 그곳에 서면 당장의 흔들림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을 받는다.
바다는 그냥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던지는 곳이다. 쓸어내는 곳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건져내는 곳이기도 하다. 당신이 버리고자 하는 아픔들을 거두고 당신이 바라는 희망을 빌게 된다. 우리가 자주 바다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 것일지 모른다. 바다가......"

 

 

 

 

저자는 생일은 나로 인해 세상이 태어난 날. 나를 잉태한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특히 '생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 '한 사람이 태어날때마나 하나의 우주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라는 말에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진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 스스로를 빛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만의 것은 아니다.

삶의 빚을 늘리며 영원을 사채로 써도

당신이 가장 위해야 할 대상은 당신이라는 존재다.

세상의 천지창조는 무한 반복된다.

한 사람이 태어날때마다 하나의 우주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세상은 나를 원한다.

내가 태어난 일은 나의 일이 아니라 세상의 일일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 스스로가 빛을 낼 줄 아는 사람인가?

아니면 세상에 빚만 늘리다가 세상과 등지는 사람인가?

존재엔 이유가 있다. 생명은 이유 없이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촛불을 밝혀라.

자신이 받은 축복을 의심치 말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줄 안다.

자신의 세상을 환하게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지 말라.

그 세상이 있어야 타인의 세계도 보인다."

 

 

 

 

저자는 문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모든 일. 순조롭게 빠져나가고 난 나머지의 일. 그러니까 대부분의 모든 일이라고 말한다.

문제없는 날들의 연속이 삶의 행복이 아니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삶에 대해서 늘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너에게 오늘 하루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자. 아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하자. 그 문제없음이 내일도 모르게 계속된다고 하자.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그것이 너에게 반드시 이롭기만 할까? 그것을 너는 평화롭다고 여길 텐가? 너의 평화가 너의 행복이라면 그것은 행복일까? 불행을 지나오지 못한 행복이 행복일까? 문제를 느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사는 일이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의 잘못만은 아니다. 너 홀로 세상을 살지 않았으니 너의 잘못이 아니다. 타인과 너의 잘못이다. 타인과 너와 그 무엇의 복합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이런 나를 만드는 문제인 것처럼. 문제는 매일매일의 숙제다. 피할 수 없는. 그것을 해결하거나 해결하지 않아도 당장에는 아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말이다. 문제없을 거란 말이 잠시 너를 쉬게 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또 언젠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므로. '어떤 문제가 생겨도 상관없어! 나는 그것을 바로 볼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변종모 작가는 길 위에서 마음속의 단어들을 생각했다. 그가 세상을 떠돌며 길 위에서 배운 말들은 섬세하고 감수성 넘치는 그만의 언어로 탄생했다. 길위에서 피어난 변종모 작가의 다섯번째 에세이 <나는 걸었고 세상을 말했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길 바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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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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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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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은 <7년의 밤>, <28>의 소설가 정유정의 히말라야 여행기이다. 특히 <7년의 밤>을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정유정 작가의 에세이라는 점에서 기대되었던 책이다. 이 책은 김혜나 작가와 함께 떠난 히말라야 여행에서 정유정 작가의 유쾌한 입담을 만나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의 어원은 '눈의 거처'라고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눈을 뜻하는 히마와 집을 뜻하는 알라야의 합성어. 태어나 대한민국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정유정 작가는 소설 <28>을 끝낸 직후 엔진에 이상이 생겼음을 감지했다. 6년 전에 썼던 <내 심장을 쏴라>의 플롯노트를 찾아보니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가 등장했다. 정유정 작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이야기하며 히말라야 여행길에 오른다. 특히 이 책에서는 정유정 작가가 히말라야를 여행하는 장면보다는 작가로서의 고뇌와 정유정이라는 개인의 인생을 풀어놓은 부분들이 더 인상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정유정 작가가 티베트 전통 옷을 입은 여자아이를 보고 마치 환상방황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을 이야기한듯하다.

"낡은 나무대문들이 달린 돌집을 10여 채쯤 지났을까. 나는 흠칫해서 길을 멈췄다. 티베트 전통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대문 앞에 선 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방 골목과 나무대분 사이에 괴상한 미로가 설치된 것 같았다. 나는 안나푸르나 산골마을에서 주문에 걸린 쥐처럼 환상방황을 하고 있는 것이고."


 

 

 

 

정유정 작가가 스무두 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마치 나의 단면을 보는 듯한 정유정 작가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스물두 살은 내 생의 랜드마크였다. 어머니가 투병을 시작한 해였고 질주하듯 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내 등에는 세 동생이 업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아버지마저 내게 기댔다. 나는 싸움꾼이 돼야 했다. 어머니가 가르친 대로, 죽는시늉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어머니의 유언대로, 어머니를 대신해 엄마의 임무를 수행애햐 했으므로.

필요해 의해 선택한 성격과 달리, 나는 태생적인 겁쟁이다. 낯선 일을 싫어하고, 노상 허둥대고, 곧잘 상처받고, 넌더리나게 망설인다. 혼자 욱하고, 혼자 부끄러워한다. 사소한 일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졸렬하게 군다.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이토록 후진 자질로, 극단적인 두 성질의 충돌을 끊임없이 겪으면서 그 기나긴 어둠을 어찌 통과했는지 스스로 신통할 지경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때가 있어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고 삶이 단단해지지 않았겠느냐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 어둠은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인생과 싸우는 법보다는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링이 아닌 놀이터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전의를 불태울 대상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테다. 나는 노는 일마저 훈련해서 노는 인간이 되었다. 그것이 몸과 마음을 정전 상태에 빠뜨린 원인이었다. 내 판단에는 그랬다.

안나푸르나에 오면서, 링이 아닌 놀이터에 나를 부려놓으리라, 결심했다. 죽기 살기로 몰아붙이는 습성을 버리고 가겠노라, 마음먹었다. 싸음꾼의 투지와는 다른 힘을 얻을 수 있겠지, 기대했다. 그 힘으로 내 인생을 상대하고 싶었다. 뜬눈으로 맞은 네 번째 새벽녘에 와서야,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목적은 잊어버린 채 안나푸르나를 상대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고산병 증세와 일치하는 일련의 징후를 감기라고 우기면서."​

이 책에는 히말라야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등장하여 여행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빙하가 흘러내려 생겼다는 강가푸르나 호수의 수면이 유백색인 사진이 독특하다.

 

 

 

 

정유정 작가는 책 속에서 남동생이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자 막내동생이 형에게 콩팥을 주겠다고 수술을 한 이야기도 꺼낸다.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정유정 작가는 자신의 용기가 늘 절박함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청소년 작가로 불리던 정유정 작가가 자신의 벽을 깨기 위해서 노력해왔는지가 엿보였다.

"내 용기는 늘 절박함에서 나온다. 절박해지기 위해 나를 벼랑으로 내몬다. 당시 나는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고 등단한 신인이었다. 청소년작가로 불리고 그 분야에서만 청탁이 오던 시절이었다. '소년, 남자가 되다' 유의 성장소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소년의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가ㅗ 싶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그 이야기가 세상을 홀렸으면 했다. 그러려면 이야기할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해 보여야 했다. 어렵사리 얻은 걸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들어오는 청탁을 모조리 거절해버렸다. 등단하고도, 재등단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내 심장을 쏴라>는 내게 벼랑이었다."

정유정 작가는 자신을 지치게 한 건 삶이 아니었고 안나푸르나를 통해서 죽을때까지 삶을 향해서 덤벼들겠다는 다짐을 얻었다. 나도 지금 내 인생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어떤 이는 여행에서 평화를 얻는다고 했다. 어떤 이는 삶의 행복을 느꼈고, 어떤 이는 사랑을 깨닫고, 어떤 이는 자신과 화해하기도 한다. 드물게 피안에 이르는 이도 있다. 나로 말하면 확신 하나를 얻었다. 나를 지치게 한 건 삶이 아니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링을 좋아하는 싸움닭이요, 시끄러운 뻐꾸기였다. 안나푸르나의 대답은 결국 내 본성의 대답이었다. 죽을 때까지, 죽도록 덤벼들겠다는 다짐이었다. 결론적으로 떠나온 나와 돌아갈 나는 다르지 않았다. 달갑잖은 확신을 얻었고, 힘이 남아돌아 미칠 지경이라는 게 그때와 다를 뿐. 몇 년 후, 어쩌면 몇 달 후, 가까스로 얻은 힘을 전력질주로 써버리고 다시 히말라야를 찾아 올테지. 아니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책 끝부분에 등장하는 '우리는 죽을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인 셈이다. 삶을 배우면서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 나는 안나푸르나에서 비로소, 혹은 운 좋게 어른의 문턱을 넘었다.'라고 말하는 정유정 작가의 글귀에 공감한다. 결국 인생이라는 곳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죽음을 향해가는 어른의 몫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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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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