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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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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여행작가 변종모의 다섯번째  에세이이다. 여행이라는 주제 안에서 감수성 있는 글과 단어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여행이라는 길 위에서 배운 말을 이 책을 통해서 쏟아낸다. 저자에게 말이란 마음이다. 저자는 마음에서 약속된 말이 발을 움직였고 걸음이 다다르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다. 

"길 위의 모든 존재가 열어준 나의 마음과 생각들과 낯선 길에게 감사하고 그 길에서 스친 낯선 사람들에게 또한 감사한다. 그대들이 가르쳐준 말들과 내 속에서 훌쩍 탈피한 나만의 언어들. 그것을 당신이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지만 세상을 향해 피어나는 많은 마음의 소리 중 한 가닥 정도로만 이해해준다면 나는 또 그대의 좋은 마음에 용기를 내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길 위에서 만난 말인 길, 꽃, 대화, 여행, 천국, 사랑, 산책, 집, 도시, 시장, 바다, 거울, 진심, 어린이, 청춘, 세월, 봄, 여름, 가을, 겨울, 눈, 안개, 비, 허공, 바람, 그림자, 밤, 새벽, 달, 눈물과 내 안의 말인 꿈, 생일, 존재, 예감, 지금, 현실과 비현실, 맹세, 기억, 구속, 배려, 침묵, 변명, 충고, 마음, 골목, 열정, 선택, 기도, 용서, 우연, 차이, 흔적, 고백과 길 위데 두고온 말로 친구, 노래, 나눔, 생활, 이웃, 동행, 술, 인연, 행복, 희망, 외로움, 문제, 몸살, 축복, 희생, 거짓말, 실수, 귀가, 운명, 끝, 시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산책은 세상의 단음과 자신의 상음을 교환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길 위에 일기를 쓰는 일
숨 ​붙은 책을 읽는 일.
자신에게 묻고 우주에게 답을 듣는 일.
걷는 동안 얻는 가장 흔한 축복."​

 

 

 

 

저자는 낯선 곳에서 산책을 하는 것은 새로운 책 한권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두 발의 기록, 두 눈이라는 뷰파인더 거기다 가장 완벽한 일기장인 그대의 마음. 그것은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을 그대만의 책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 버림받은 느낌이 골수에 덕지덕지 엉겨 붙었다. 이럴 때면 벌떡 일어나 아침부터 밤까지 걸었다.(...)
떠나야 했다. 돌아서야 했다. 등뼈에 묵직하게 걸린 인연 대신 어디든 풀어 헤칠 수 있는 베낭을 메고 마냥 걸어야 했다. 정처가 없었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지만 걷다 보면 어느 낯선 공간에 닿아 조금은 환영받은 것 같은 내가 있었다. 아무런 환호성도 없고 박수도 없는 외로운 환영일지나 그 순간에는 위로였고 가질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기에 걷는 일은 멈출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주저앉아 울음을 쏟는 대신 현기증이 날 만큼 걷다 보면 그 어딘가에는 내 슬픔과 다른 빛을 가진 세상이 존재했고 거기에 새 희망도 있었고 그대라는 따뜻함도 스쳤으니 걷는 일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며 가장 행복한 일이다."

 

 

 

 

 

슬프고 아픈 사람들이 바다를 더 찾는다는 말에 공감한다. 내가 산보다 바다를 더 좋아하는 이유도 애환을 바다에 내던지고 싶기 때문이다. 바다를 가면 또 다시 바다가 나를 부르는 순간이 온다. 이는 삶의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싶어하는 인간의 의지가 아닐까.

"사람들은 자주 바다로 가려 한다. 가를 수 없는 하나의 존재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은 유독 바다를 그리워하고 바다를 꿈꾼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와서 바다와 마주 서길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슬프고 아픈 사람들이 바다를 더 찾는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바다를 위로라고 여긴다. 백사장의 무수한 발자국을 보라. 어느 것 하나 야무지게 파고들지 않은 것이 있는지.
나는 자주 황량한 마음이 들 때 바다를 생각한다. 내가 보았던 인적 없는 바닷가와 사람들이 남기고 간 수많은 발자국. 생각해보면 한 번도 외롭지 않았을 장소. 세상의 모든 블루가 모여 있기에 나 하나의 슬픔 따윈 파랗게 한 번 부서지면 그만인 곳. 눈앞에서 몇 천 번의 파도가 쳐도 결국 그대로인 그곳에 서면 당장의 흔들림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을 받는다.
바다는 그냥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던지는 곳이다. 쓸어내는 곳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건져내는 곳이기도 하다. 당신이 버리고자 하는 아픔들을 거두고 당신이 바라는 희망을 빌게 된다. 우리가 자주 바다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바다가 우리를 부르는 것일지 모른다. 바다가......"

 

 

 

 

저자는 생일은 나로 인해 세상이 태어난 날. 나를 잉태한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특히 '생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 '한 사람이 태어날때마나 하나의 우주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라는 말에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진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 스스로를 빛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만의 것은 아니다.

삶의 빚을 늘리며 영원을 사채로 써도

당신이 가장 위해야 할 대상은 당신이라는 존재다.

세상의 천지창조는 무한 반복된다.

한 사람이 태어날때마다 하나의 우주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세상은 나를 원한다.

내가 태어난 일은 나의 일이 아니라 세상의 일일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 스스로가 빛을 낼 줄 아는 사람인가?

아니면 세상에 빚만 늘리다가 세상과 등지는 사람인가?

존재엔 이유가 있다. 생명은 이유 없이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촛불을 밝혀라.

자신이 받은 축복을 의심치 말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줄 안다.

자신의 세상을 환하게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지 말라.

그 세상이 있어야 타인의 세계도 보인다."

 

 

 

 

저자는 문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모든 일. 순조롭게 빠져나가고 난 나머지의 일. 그러니까 대부분의 모든 일이라고 말한다.

문제없는 날들의 연속이 삶의 행복이 아니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삶에 대해서 늘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너에게 오늘 하루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자. 아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하자. 그 문제없음이 내일도 모르게 계속된다고 하자.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그것이 너에게 반드시 이롭기만 할까? 그것을 너는 평화롭다고 여길 텐가? 너의 평화가 너의 행복이라면 그것은 행복일까? 불행을 지나오지 못한 행복이 행복일까? 문제를 느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사는 일이 문제의 연속이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의 잘못만은 아니다. 너 홀로 세상을 살지 않았으니 너의 잘못이 아니다. 타인과 너의 잘못이다. 타인과 너와 그 무엇의 복합이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이런 나를 만드는 문제인 것처럼. 문제는 매일매일의 숙제다. 피할 수 없는. 그것을 해결하거나 해결하지 않아도 당장에는 아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말이다. 문제없을 거란 말이 잠시 너를 쉬게 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또 언젠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일 것이므로. '어떤 문제가 생겨도 상관없어! 나는 그것을 바로 볼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변종모 작가는 길 위에서 마음속의 단어들을 생각했다. 그가 세상을 떠돌며 길 위에서 배운 말들은 섬세하고 감수성 넘치는 그만의 언어로 탄생했다. 길위에서 피어난 변종모 작가의 다섯번째 에세이 <나는 걸었고 세상을 말했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길 바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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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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