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산책길 - 나무 심는 남자가 들려주는 수목원의 사계
한상경 지음 / 샘터사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아침고요 산책길>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아침고요 수목원의 설립자 한상경이 쓴 자연 에세이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드러나는 아름다운 나무, 꽃, 땅, 숲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봄부터 시작되는 꽃들의 축제, 여름 한낮 대자연의 향연, 가을날 온 산을 뒤덮은 단풍, 고즈넉한 겨울 아침 설경 등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침고요수목원의 현재를 담은 100여 점의 새로운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아침고요수목원 안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인생처럼 닮아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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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 U.C.Davis에 머무르면서 원예미학을 공부했고 선진국에는 국가나 그 도시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정원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한국 정원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정원의 정의를 내리자면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을 울타리 안으로 옮겨 온 것'을 말한다. 장엄함이 있는 중국이나 인위적이며 섬세한 일본의 정원과 차별화가 있는 정원으로 곡선과 비대칭의 균형인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이 담긴 정원을 만들기로 한다.이것이 중국과 일본 정원에 비하여 자연에 가까운 아침고요수목원 탄생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봄이 오면 생명의 기운이 서서히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며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고 말한다. 기다림의 교훈을 개우치기 위해 해마다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온다. '견디어야 할 겨울, 삶의 힘든 시간들, 그것들을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오는 것'이라는 계절이 진리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지혜를 배운다. 꽃 피어 존재하는 순간이 소중한 것도 꽃은 시들어 사라지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꽃은 아름답다. 단지 몇 날 피어나 우리 마음을 휘저어놓고 가는 꽃은 우리 마음에 오래 남아 있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가 1996년 미완성의 수목원을 개장하고 재정적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여 힘든 시기를 경험했던 내용도 소개된다.​ 우연히 모 신문사의 여기자 한명이 어머니와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았고, 한 신문에 '깊은 산속, 산속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문구와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 일을 계기로 아침고요 수목원이 언론을 통해서 세상에 처음 소개되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자는 아침고요수목원을 자신에게 '비밀의 정원'이라고 말한다. 험한 골짜기를 지나 높은 산에 이르는, 신비롭고도 값진 인생의 묘미를 이상주의자에게 말없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잡초라고 풀리는 풀들은 야생초라 불려야 마땅하며 풀들은 각기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각각의 야생화들에게 각자의 살아갈 땅을 마련해주고 그들만의 땅을 야생화 정원해 마련해준 저자의 마음이 자연을 닮은듯 아름답다.

"이제 아침고요수목원에는 '잡초'가 없다. 대신 야생의 신비를 간직한 여러 종류의 풀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사라진다는 것은 내가 만드는 그늘을 없애주는 것이며,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도록 보호하는 숭고한 자기희생의 행위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꽃이 시들어 사라지고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 사라져야 할 때는 아는 것은 중요하다.

"사라지는 것은 생명의 미학이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함께 연출하는 예술이다. 내가 가린 태양으로 인한 그늘을 미안해하며 사는 사람,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사라져야 할 것과 그 때를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일수록 더 많은 그늘을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잠시 후면 모두가 그렇게 아름답게 사라져가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래서 삶은 숭고한 것이고 죽음은 아름다운 것이다."

영악하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 내가 받은 대로 남에게 갚아주는 세상, 조금도 손해 보지 않고 살려는 사람들의 세상에서 땅은 진정한 용서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저자는 땅에서 절망을 배운 사람, 땅에서 기다림과 믿음을 배운 사람 그리고 땅에서 용서를 배운 사람은 온유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땅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품어준다. 사람은 땅에게 가장 더러운 것, 지독하게 냄새나는 것을 주지만 땅은 모든 것을 그냥 받아준다. 모두가 버린 것, 모두가 거부한 것, 그 모든 것을 말없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생명이 싹트고 자라난다. 그 더러운 것이 양분이 되어 식물은 자라나고 드디어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우리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 인간이 땅에게 준 것과 땅이 인간에게 되돌려 준 것이 얼마나 대조적인가ㅏ. 이것이 바로 땅의 용서요, 땅의 기적이다."


사랑의 계절, 생명의 계절인 봄, 태양의 계절인 봄, 정직한 열매를 요구하는 계절인 가을, 무수히 많은 별리를 경험하면서 지나간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계절인 겨울. 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들 삶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있다. 나무를 심어야 할 시기에 뿌리는 내리지 못한 삶은 외롭다. 땀 흘려야 할 여름이 무료하며 풍성한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빈곤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안에서 자연의 섭리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아침고요 수목원의 아름다운 자연의 사진을 보며 이 곳을 꼭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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