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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의 경제학 - 늙어 가는 세계의 거시 경제를 전망하다 ㅣ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5
조지 매그너스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고령화 사회에 대한 분석과 전망 및 나름의 해결방안을 모색한 의미있는 책이다.
우선 경제학자답게 저자는 유엔인구국(UNPD)의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전세계적 추세인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1,2
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서구사회는 산업화와 폭발적인 경제성장세에 힘입어 젊은층의 비율이 높아진 반면 유년층과 노년층에
대한 사회부양비는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혜택(소위 '인구 구조 배당금')을 누려왔다. 그러나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호시절은 지나가고 이제 인류는 고령화라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젊은층 인구는
줄어들고 노년층 부양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경제성장이 적체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만,
부족자원이 풍족하고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들은 서유럽에 비해 고령화에 따른 폐해를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인 초저출산 국가이자 매우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로
'고령화 문제'는 정치적 이슈이자 사회적 화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저자 역시 아시아에서 한국과 함께
이미 초고령사회인 일본과 경제가 미처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채 고령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중국은 하루 속히 대책을 강구하라고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사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인구구조상 줄어든 생산가능인구(15~65세) 문제에 대체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에서는 경제계와 각종 이익단체들간의 팽팽한 대립 끝에 정년 연장 법안이 통과되었다. 기업은 젊은층 대신 노년층을
고용하면 생산성은 그만큼 낮아지고 비용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해 왔으나 이웃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정년 연장은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고령화 사회를 헤쳐나갈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할 청년층이 점점 부족해지고
숙련공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문제는 고용주와 피고용주 사이의 대립이라기보다는 세대간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 즉, 청년 실업을 해소시킬만큼 경제가 성장하여 고용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젊은이와 노인이 일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도 있고, 연로한 부모가 일을 해서 실업 상태인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 취업 시장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이 경쟁하는 일이 일어날까?
저
자가 지적한 것처럼 실제로 청년층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년 단축이나 조기 퇴직 제도가 앞다투어 도입되었지만 젊은 세대의 고용
비율은 증가하지 않았다. 결국, 이와 같은 제도는 청년층의 실업율을 낮추지도 못한 채 조기 퇴직에 따른 연금 지급 등이 앞당겨
지면서 정부의 사회부양비만 높인 부작용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청년층을 고용하기 위해 노년층을 노동시장에서 일찍
퇴출시켜야 한다는 기업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대에
높고 30대에는 급격히 떨어지다가 다시 40대 이상에서 높아지는 U자형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혼과 출산으로 여성 인력이 취업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모자 보건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걸까? 사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과 출산율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하나로 묶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은 여전히 낮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높으면 출산율이 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일본, 동유럽과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유럽 연합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지만
출산율도 가장 낮다. 반면, 스웨덴, 이이슬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미국, 아일랜드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과 출산율이 모두
높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가?
육아 시설이 열악하거나 이용료가 비싸고 세금 구조가 직장 여성들에게
불리하면 대부분의 여성이 육아와 직장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 내몰리게 된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이 높은 출산율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이 나서서 적절한 육아 시설을 제공하고 더욱 가족 친화적이고 융통성 있는 근무 시간을
마련해 보다 많은 여성이 자녀를 돌보며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 정부는 주택 마련 자금 융자 제도와 각종 유인책을 사용해
젊은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해 되도록 일찍 가정을 꾸리도록 해 주면 된다.
-조지 매그너스, <고령화시대의 경제학> p97~98 中-
그동안 여성 인권 향상 차원에서만 바라보느라 번번히 벽에 부딪쳐야만 했던 직장내 여성 차별 문제가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고용 시장에 존재하는 남여 성차별적 관행들이 사라져 여성의 경제활동이 확대되고 여성의 소득이 남성과
동등해지면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높아진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거의 모든 나라의 연금제도는 말 그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
거 고속 성장으로 역사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웠던 시기에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전후 세대야말로 경제성장의 첫번째 수혜자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역시 청년층이하 세대가 자신의 부모세대처럼
부를 축적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3포세대' '88세대' 등의 신조어은 단순히 철이 덜 든 마마보이나 마마걸의 엄살이
결코 아니다. 그런 그들에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노년층의 부양 의무까지 전가시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고령화 사회의 해법은 없는걸까?
경
제 성장기에 혜택을 많이 본, 부자 노인들이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가난한 노인들의 부양비를 충당하도록 하는 방법이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짜피 부자 노인의 돈은 그들의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니 부의 세대간 이동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이는 부의 대물림과 빈부격차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밖에도 저자는 세계화와 인구문제를 하나로 아우르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선
진국에서 종종 고령화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민 정책은 실(失)은 간과한 채 득(得)만을 강조한 감이 없지 않다. 신대륙
발견 이후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적으로 이루어진 인구 이동은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초강대국 미국이야말로 이와 같은 '제1차 세계화'로 탄생한 국가이지 않은가.
그러나
경제성장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둔화될 가능성이 큰 미래의 고령화 선진사회는 경제활동인구 확대라는 달콤함에 빠져 이미 정책을
확대했다가는 혹독한 댓가를 치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보통 이민은 상대적으로 경제발전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높은 국가로의 인구이동을
말하는데 이들은 거의 대부분은 피부양가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지식층이나 숙련공이 아닌 경우 이민자들은 거의 대부분
3D 직종의 저임금 업종에 종사하는데 선진국 정부의 세율과 복지제도는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층을 돌보는 것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어 이민자들이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앞으로 서유럽 등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국가는 단순 노동력이 아닌, 숙련공이나 기술인력 등만을 선별하여 받아들여야만 하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세계화는 상품과 용역 자본 분야 뿐만 아니라 HIV/AIDS와 같은 전염병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인구구조상 젊은층이 절대적으로 많아 '인구 구조 배당금'을 누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전염병의 만연으로 경제성장이 적체되어 빈곤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프리카와 중동 및 인도 등은 인구구조상 젊은층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발전시켜 실업율을 낮추지 않는다면 비록 인구 고령화에 따른 직격탄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빈곤의 악순환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라는 더 큰 시련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집약산업의 한계는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의 투입에 비례하여 발전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중국을 보라!
중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은 엄청난 인구를 기반으로 한, 저임금 노동집약형 산업을 발전시킨 덕분이었고, 그로 인해 전세계인들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들을 사고 버리는 과소비를 일삼아 왔다. 이와 같은 발전 방식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비록 지역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겠지만 전세계적 관점으로 봤을때,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그렇고 대부분 인구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이 뜻밖에도 이와 같은 문제는 소홀시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우리는 고령화 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 이와
같은 기본적인 전제를 간과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고령화 사회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서둘러 고출산 정책을 난발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구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무작정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다.
소제목만을 보면, 유엔인구국(UNPD)에서 제시된 각종 인구 통계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내놓은 짧은 보고서들을 한권으로 엮은 책이
아닐까 싶다. 인구 구조와 고령화 저출산 문제를 세계적으로 접근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지역별 상황과 특징 또한 놓치지 않고 있는데
아마도 이는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하여, 저자의 창의성이나 통찰력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