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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이규원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7월
평점 :
무려 반세기 전(1961년도)에 쓰여진 이 작품은 그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걸작'일수도 있겠으나, 현재의 시각으로 본다면 '졸작'이라는
평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작가부터 소개하자면 다카기 아키미쓰는 우리에겐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와 더불어 일본 고전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무려 200여편이 넘는 작품수도 그렇지만 6,70년대를 풍미했던 사회파 추리소설과 전통 미스터리
및 하드보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추구했다고 한다.
특히, <유괴>라는 작품은 실제 일어났던 유괴사건를 바탕으로 한 법정실화소설이라고 한다.
작품의 구조 또한 독특해서...
유괴사건을 계획하고 있는 범인 '그'는 앞서 일어난 유괴사건인 기무라 시게후사의 공판을 방청하면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기무라 시게후사의 사형이 구형되는 재판까지 방청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모두 두 건의 유괴사건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하나는 재판 과정을 통해 이미 일어났고 범인이 붙잡힌 유괴사건과 범인인 '그'가
계획하고 시도한 또 다른 유괴 사건이다.
첫번째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당시 일본 사회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유는 범인이
전도유망한 치과의사였기 때문이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가상의 유괴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사채업자인 이노우에 라이조의 아들 세쓰오가 등교길에 사라진다. 범인은 전화로 삼천만엔이라는 거금을 요구하지만, 공개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따돌리고 라이조는 범인과 직접 접촉을 시도한다. 그러나 결과는 현금 삼천만엔만 줬을 뿐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범인과의 전화 접촉 과정에서 아내인 이노우에 다에코의 불륜행각이 들어나고.... 라이조와 다에코는 이혼소송에 들어가게 된다.
한편, 돈가방을 받고 사라진 오카 다미코는 돈가방의 정체를 몰랐으며 애인인 오카야마 도시오와 만날 수 있다는 점만 믿은 채 심부름을 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심부름을 시킨 자가 과연 누구였을까? 그가 바로 범인인데....
다미코를 쫒던 경찰은 범인을 그녀의 애인인 오카야마 도시오라고 생각하지만, 다미코의 집에서 마주한 두 사람이 싸우고 그 와중에 다미코가
죽자, 오카야마 도시오마저 행방을 감춘다. 그러자 경찰의 의심은 확신으로 점점 굳어진다.
물론, 이렇게 쉽게 범인이 추리되선 곤란하다.
범인은 뜻밖에도 형의 재산을 노린 이복동생 이노우에 다쿠지로 판명난다. 그는 조카를 죽이고 형 부부를 이혼시켜 재산을 상속받고자
하지만.... 조카의 시체를 먼 바다에 내다버림으로써 조카를 영원히 행방불명 상태에 빠트리는 우를 범한다. 행불 상태에서는 사망이 아니므로 만약
형이 죽을 경우 재산은 조카에게 상속되고 이혼하더라도 조카의 양육권은 모친에게 있으므로 다에코에게 넘어간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음...
날카로운 두뇌 싸움도, 반전도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전통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시의 사회현상을 반영한 사회파 미스터리물에 가깝게
읽힌다.
어찌됐던,
진범을 쫒는 과정에서 마루네 긴지와 오카야마 도시오 등을 등장시켜 이유없이 이야기를 질질 끌어간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독자를 너무 질리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작품이 쓰여지고 발표되던 시대상황에 비춰보면 당시엔 충분히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도 같지만 말이다.
이 밖에도 작품 속에서는 외국의 유명한(?) 유괴사건들이 언급되는데, 예를 들면 프랑스 자동차왕 푸조의 아들 유괴사건이라던지... 미국
린드버그의 20개월된 아들이 유괴된 사건이라든지....
이 작품을 통해 작품 속 실제 사건인 시게히사 사건이 외국의 유괴사건을 모방하여 일어났을 개연성이 커지면서 당시 일본 사회에서
'유괴사건'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음을 알 수 있었다.
음...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힌 작품이었다.
물론, 읽는 도중 집중력을 흐트릴 만한 일들도 있었지만 일단 스토리 전개가 너무 지지부진하다. 물론, 법정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서 법원의
실제 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려 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