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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궁극의 아이>에 이어서 장용민의 두번째 장편소설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첫번째보단 두번째가 더 좋았다. 물론,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에 적응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편보다 이야기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집중이 잘 됐다.
이 느낌, 뭐랄까...?
아, 맞다! 퓨전 음식을 먹은 그런 기분이다. 그만큼 장용민의 작품들은 서구의 하드보일드계 문학과 중국의 무협소설을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인상이다.
목각 인형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힘이 굉장하다. 특히, 중국 고대에서 조선말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시간적
배경과 한중일 세 나라를 넘나드는 공간적 배치가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유방-항우의 대결과 불로초를 찾아나선 진시황 이야기 및
갑신정변 등을 '괴뢰희'의 창시자 창애와 여섯개의 인형으로 묶어낸 솜씨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뛰어난 요리사가 흔한 재료와 잘 알려진 요리법을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퓨전 음식을 만들어내듯, 역사적 사실과 허구(전설/설화) 및 작가적 상상력을 결합시켜 재밌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진중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
물론,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드라마의 대유행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 한국 드라마 분위기가 이쪽으로 기울어서 작품의 신선함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야기는 소더비 경매장에서 괴상망측하게 생긴 목각 인형이 2천만 유로(약 3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낙찰되면서 시작된다.
한편, 일백 미술관의 큐레이터인 주인공 정가온은 췌장암 진단을 받은 그날 자신과 엄마를 버린 남사당패 꼭두쇠인 아버지 정영후의 부고 소식을
받는다. 그리고 사라진 아버지 대신,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여동생인 설아와 5일 뒤에 있을 삼우회에 참석하라는 초대장 한장이 그에게
남겨진다.
결국, 이야기는 불로 즉 영생의 비밀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여섯 개의 인형을 차지하기 위한 일본의 천황파와 홍콩 삼합회, 그리고 한국
재벌가의 충돌을 기둥으로 삼아 펼쳐진다. 특히, 꼽추로 태어나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찾아나선 서복을 따라가 그를 도와 일본에서 나라를 세운 창애에 관한 이야기는 한편의
아름다운 전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는 줄거리 쫓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독후감을 쓰면서 반추해 보니,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참 의미심장하다.
불로장생...
살아 생전 무소불위의 권력도 모자라 영생을 탐하는 인간의 욕망...
작품의 결말은 이에 대한 신(神)의 답변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반전에 제대로 주저앉은 나, 그래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참고로,
그는 나처럼 중국어를 잘 할 것 같다.
그리고 나처럼 중국, 특히 서안에서 머문 경험이 있을 것 같다.
그냥, 작품을 쓰기 위한 단순한 자료조사라고 하기에는 중국 대륙과 중국어에 대한 작가의 식견이 너무 넓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