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난생 처음으로 19권의 책을 받았다. 겉표지와 두께로 봐서는 다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했지만, 그만큼 나에게 흥미를 가져다줄 것 같았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끝으로 1년만에 이 도서들을 모두 읽었다. 정말 긴 대장정이었다. (http://blog.aladin.co.kr/755125167/5116732)
이제 와서 이 책들을 돌아보는 것이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순위'를 매김으로써 그 책들이 나에게 준 영향들과 인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1위: 물건 이야기(저자: 애니 레너드, 출판사: 민음사)
미국에서는 이미 영화로도 나오고, 꽤 유명한 도서라는 소문이 났던 『물건 이야기』.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물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 우리 삶과 지구에 미치는 나쁜 영향들이 속속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그 불편한 진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를 비롯하여,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된 물건들을 돌아보고, 좀 더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위: 자본주의(저자: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출판사: 미지북스)
가장 마지막에 읽은 책이기도 하고, 디자인이나 두께로는 따라갈 책이 없었다. 특히, 다른 경제학 도서에서는 찾기 힘든 '질문'들과 '돌아보기'는 나에게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돌아보게 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을, 나는 사랑한다. 『자본주의: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바로 이런 책이었다.
3위: 휴버먼의 자본론(저자: 리오 휴버먼, 출판사: 어바웃어북)
휴버먼의 『자본론』은 2위였던 『자본주의』와 같은 책 같으면서도 매우 다르다. 전자는 자본주의 역사와 비판을 담고 있는 '자본주의' 이야기였다면, 후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처럼 자본주의의 한계와 모순을 고발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이념(사회주의)을 제안하고 있다. 각 장마다 정해진 주제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갈수록 심화되는 통찰에 감동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해졌다.
4위: 대통령의 오판(저자: 토머스 크라우프웰, 윌리엄 펠프스, 출판사: 말글빛냄)
가장 커다란 사이즈에 놀라, 인상에 남는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국 대통령이 역사에 길이 남을 오판을 저지른 사건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다양한 자료와 그림으로 나를 자극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벌일 수 있는 오판을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5위: 돈의 인문학(저자: 김찬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2위~4위 책들을 읽기 바로 직전에 『돈의 인문학』을 독파했다. 김찬호의 시각으로 본 돈........ 그것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이 신선했다. 이 책을 읽은 직후 『돈의 본성』이라는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이펙트에 미치지 못했다.
6위: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저자: 존 미클스웨이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출판사: 을유문화사)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읽을 때 매우 소중히 다루었다. 누구도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특히 삼성 같은), 기업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당돌한(?) 외침을 부르짖은 두 저자의 외침이 기억에 남았다. 비록 이 기업의 역사는 자본주의 역사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7위: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저자: 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이제 서서히 우리 사회로 넘어가는 듯 하다. 열정과 노동의 합성어, 즉 '열정노동'은 이 책이 만들어낸 고유명사이다. 나도 이러한 노동을 하고 싶다. 오래 전에 읽어서 열정노동이 긍정적인 뜻인지, 부정적인 의미인지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러고 싶다. 나의 열정만은 존중해달라!
8위: 휴식(저자: 울리히 슈나벨, 출판사: 걷는나무)
항상 바쁜 삶에 찌들어있는 우리에게 부르짖은 휴식의 소리는 나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비록 저 멀리 독일에서 건너온 메아리지만, 조용히 앉아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난 뒤, 나의 삶은 변화되었다.
9위: 심야치유식당(저자: 하지현, 출판사: 푸른숲)
이 책은 심야 치유 식당에서 마치 상담하듯 펼쳐지는 고민을 해결하는 심리상담사 역할을 한다.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여 처음 보는 독자들에게는 재미를, 정말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는 통쾌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전해주었다. 재미로 따지면, 이 책이 둘째 가라면 서럽다. 그렇다면 1위는 누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책은 10위다.
10위: 가난뱅이 난장쇼(저자: 마쓰모토 하지메, 출판사: 이순)
자칭 '가난뱅이', 즉 자본주의와 돈의 굴레에서 해방된 자유인의 프리스타일 여정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재미는 그야말로 '끝장이다'. 친구들과 함께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벌이는 가난뱅이 난장쇼는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에게도 퍼졌다. 그리고 각 장마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만화는 풍자적이면서 유쾌하다. 그야말로 씁쓸한 웃음.
11위: 분노하라(저자: 스테판 에셀, 출판사: 돌배게)
다 좋은데, 짧다. 그래서 쓸 게 없다.
솔직히, 이건 팜플렛이지 책이 아니다.
그러나 그 짧은 외침은 가슴에 깊이 남았다.
12위: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저자: 제이슨 델 간디오, 출판사: 동녘)
글과 수사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방법은 확실하고 강력하다. 그렇기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가능성에 내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13위: 일인시위(저자: 사이시옷, 출판사: 헤르츠나인)
'시위'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투쟁. 그 중에 한 개인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깬 것이 바로 '일인시위'다. 누구도 공감해 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에서, 유일한 호소가 바로 '일인시위'인 것이다. "세상을 향한 알싸한 프러포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여기서 '프러포즈'는 '청혼'보다는 '도전'에 가깝다. 아름답지만 그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작은 도전들이 『일인시위』에 모여있다.
14위: 소금꽃나무(저자: 김진숙, 출판사: 후마니타스)
서술되는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다. 물론 그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김진숙의 고백과 투쟁에 대한 진실이 여기에 담겨 있다. 소금꽃나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직접 뛰어들라.
15위: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저자: 강진만, 출판사: 개마고원)
주제가 매우 심각하다. '실업의 역사'. 수없이 짤린 직장인들에 대한 보고서인가? 제목이 좀 over다. 실업자들의 슬픔은 알겠지만, 영혼까지 언급하는 건...... 솔직히 내용은 분명했지만 나에겐 영 맞지 않는 내용이었다.
16위: 회사 우울증(저자: 아라이 치아키, 출판사: 이매진)
14~16위의 내용과 주제는 나와 맞지도 않고, 무엇보다 너무 어둡다. 이건 뭐 노리고 들어갔다. 회사 우울증의 극복법도 서술되어 있지만, 어째 회사 우울증 사례가 너무 강조된 듯 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좀 불편했다.
17위: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 경제사(저자: 정태헌, 출판사: 역사비평사
이 책은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 다만 20세기의 한국경제사가 잘 정리되었다는 사실은 기억한다.3
18위: 돈의 본성(저자: 제프리 잉햄, 출판사: 삼천리)
『돈의 인문학』과 아예 다르다. 이 책은 다양한 학자들의 주장과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화폐'의 의미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화폐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관심이 가겠지만, 나는 그냥 돈 쓸란다.
19위: 에고로부터의 자유(저자: 누크 산체스, 토머스 비에라, 출판사: 샨티)
이거 재미없음
그래서 읽다 포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