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는 인문, 고전을 위주로 신간 도서 페이퍼를 작성했다면 이번에는 소설 위주로 진행해보겠다. 그전에, 아직 기억해야 할 인문 도서들을 살펴보자.

 

 

 이 네 편의 도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위대한 인물에 대한 '평전'이다.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은 레이먼드 카버라는 어느 작가의 삶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입체화시켰다. 난 이렇게 1000쪽에 가까운 분량의 저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평전의 저자가 부럽다.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니까. 한 인물의 삶을 이렇게 극적으로, 그러나 진실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같은 소설가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나도 이 책의 저자 캐롤 스클레니카처럼 존경하는 인물의 평전을 쓰고 싶다.

 

 샤를 드골. 우린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알아도 프랑스의 대통령, 샤를드골국제공항 정도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300쪽의 평전은 이 위대한 인물의 진실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대항하는 '자유 프랑스'의 지도자였으며 그 말을 지키기 위해 4년간 프랑스 국민들을 집결시켰다. 그의 리더십으로 인해 오늘날의 프랑스가 이렇게 자유롭고 민주주적인 국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영웅이자 대통령이었던 드골은 그가 했던 큰 실수를 제외하고 본다면, 정말 큰 인물이었다.

 

 헤밍웨이에 대한 평전은 흔하디 흔하다. 평전 코너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삶은 항상 흥미진진했으며 그만큼 많은 이미지를 낳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 하면 『무기여 잘 있거라』나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와 같은 걸작들 말고도 아프리카에 사냥하러 다니는 사냥꾼이자, 전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바로 달려가는 특파원, 권총 자살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무리한 인물 등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은가? 실제로 그의 삶은 매우 복잡하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욱동 교수이지 않은가? 수많은 미국 문학을 맛깔나게 번역하고 예리한 해설을 해주는. 최근에 그는 다량의 헤밍웨이 소설을 번역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가 헤밍웨이 사랑의 결정판인 『헤밍웨이를 위하여』를 출간했다. 이 책은 거인이라 불리는 그의 삶뿐만 아니라, 강렬한 또 다른 이미지들 속에 묻혔던 그의 작품들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300쪽 가까이 되는 이 평전에는 간결하고 흥미로운 문장과 더불어 수많은 사진들과 그림들이 있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이다.

 

 『사강 탐구하기』. 조금은 겁이 난다. 아무리 평전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한 인물을 '탐구'한다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저자의 굳은 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그 값을 낸다. 실제로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저자는 그녀의 불꽃같은 삶에 대한 미세한 관찰 하나하나를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탐구가 얼마나 위대할지는, 직접 확인해 볼 수밖에 없으리라. 내가 평전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궁금하지 않은가? 김부식과 일연은 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라는, 언뜻 보면 시리즈 같은 책을 썼을까? 두 사람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 두 책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김부식과 일연은 각자의 책을 통해 삼국시대의 역사를 후세에 알렸지만 그 내용은 매우 다르고, 같은 내용에 대한 묘사도 천차만별이다. 『김부식과 일연은 왜』는 이 두 역사가의 훌륭한 역사서를 비교 및 대조하며 우리 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름이라 그런지 추리 소설, 미스테리 소설, 범죄 소설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매혹적인 피의 세계에 빠져들기 전에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최초의 추리 소설, 미스테리 소설은 누가 썼고, 얼마나 독자들을 시원하게 했을까? 그리고 펼치기만 해도 피 냄새가 나는 소설은 무엇이었을까? 『블러디 머더』는 이러한 궁금증을 모두 해소시켜 준다. '추리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라는 부제가 있는 만큼 이 두 장르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논란의 여지 없이 추리 문학 역사의 금자탑이다.

 

 작년인가, 매우 아쉬운 일이 일어났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하나였던 『롤리타』가 계약이 취소되어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롤리타』의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여전히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러시아 문학 강의』는 말 그대로 러시아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썼던 대부호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보코프의 목소리, 지금 들으러 갑니다.

 

 인문에서 소설로 넘어가기 전에, 아름다운 이야기 한 번 듣고 가시길 권합니다.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로라 슈로프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남부럽지 않은 부와 지위를 갖춘 뉴요커입니다. 어느 월요일, 평소처럼 길을 걷던 그녀는 구걸을 하고 있는 한 흑인 소년을 봅니다. 거지들 중 한 명이겠지 하고 지나가려던 차, 로라는 그 소년을 잊을 수 없어 그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소년에게 점심을 먹자고 제안합니다. 모리스 마지크라는 이름의 소년과 먹었던 월요일의 점심은 이후 30년 동안 유지됩니다. 갱단의 두목인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이 모두 마약 사업에 빠져 있어 불행했던 소년은 그녀와 소소한 시간을 보내면서 희망을 배워갑니다. 이 감동적인 실화, 그 월요일, 기억하겠습니다.

 

 

 정말 빨리 나왔다.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가 나온지 겨우 두 달만인데. 동시에 번역을 했나 보다. 어쨌든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알렉스, 라는 소설에 깊은 인상을 받은 나는 그를 잊을 수 없다. 기대한다.

 

 문제작 납셨다. 『나치와 이발사』. 독일 나치 시기를 이렇게 가볍게 그려도 되는 거야? 그것도 가해자의 입장으로? 혹시 나치를 옹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유도 이 작품과 작가는 이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독일계 유대인이었던 작가는 오히려 피해자였고, 따라서 이 블랙코미디는 나치를 풍자하기 위한 소설이었다. 이 웃을 수 없는 코미디에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실련지......

 

 놀라운 상상력이다. '비를 먹는 사람들'이라니, 심오하면서도 판타지적이다. '탐험가 연대기' 중 하나인데, 벌써부터 나의 흥미를 끈다. 『에메랄드 아틀라스』를 연상시킨다.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된 모험,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탐험, 주인공 오스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장인물이 너무 부족하여 사실 조금은 걱정이 된다. 이런 책은 5명 정도는 되어야 재미있는데. 뭐, 난 저자를 믿는다.

 

 난 '~을 위하여'나 '~에 대하여'라는 제목에 너무나 끌린다. 케빈, 넌 누구냐?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 충격이었다. 영화와 소설이 함께 하면 엄청난 효과를 낳는다. 영화 다음에 나오는 소설보다, 소설 다음에 나오는 영화가 더 인상적이다. (『7년의 밤』,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케빈 이야기는 잊을 수 없다. 이 이야기는 모성애와 가족을 건드리는 위험한 작품이다. 이건, 그 자체로 독자를 소름돋게 만든다. 난 지금 진실로 떨고 있다.

 

 

 필립 딕 걸작선이 하나 둘씩 출간되는 것에 기쁨을 표한다. 이번 달의 소설은 『작년을 기다리며』. 이건 딱 봐도 '시간'과 관련된 SF일 것이다. 하지만 필립 딕은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다양한 SF적 요소를 섞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은 일종의 우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태양계로 진출한 인류가 먼 조상으로 여겨지는 릴리스타 제국과 동맹을 맺고 곤충을 닮은 리그인들과 전쟁을 벌인다........ 여기에 주인공과 지구의 운명이 걸린 사건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셉션>을 연상시키는 작품, 『쿰을 쿠다』. 제목에 일종의 언어 유희를 사용한 걸 보니, 만만한 작품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진짜 이유는 작가의 이름 때문이었다. '작가K'라니, 익명의 이름을 사용한 필명인가? 작가의 대담함에 나는 감탄했고, 이 작품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인셉션>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위대한 작가는 픽션의 소재가 된다. 특히, 의문의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후세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찰스 디킨스의 의문스러운 죽음 역시 매튜 펄이라는 작가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역사 추리 소설의 대가가 쓴 디킨스의 최후는 어떤 모습일까?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과 관련된 미스테리, 필즈 앤드 오스굿 회사, 찰스 디킨스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 그리고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의 충격적인 결말....... 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없다. 난 그저 저자만 믿겠다.

 

 매튜 펄이 역사 추리 소설의 대가라면, 일본의 다카스기 료는 경제 소설의 대가이다. '경제 부식 열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경제 부식 열도』는 거품이 지난 뒤 닥쳐온 일본 금융계의 부패상을 고발한 소설로, 제목의 '경제 부식 열도'는 다름 아닌 일본 자신을 말한다.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뒤 닥쳐 온 일본의 경제 위기를 리얼하고 생생하게 쓰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음모에 뛰어든 저자, 그렇게 해서 탄생한 엄청난 소설. 주목하겠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회사 3부작', 일본에 '금융 부식 열도' 시리즈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회사 3부작'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시리즈를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를 통해 끝마쳤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답게 이야기는 좀 더 진지해졌다. 회사 3부작은 회사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까지 환원하려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고발하고 있다. 나아가, 선과 악의 문제의 근원까지 파고드니, 얼마나 깊고 놀라운 이야기인가?

 

 『경성 탐정 이상』은 『별이 스치는 바람』을 떠올리게 한다. 후자가 윤동주 시인에 대한 역사 픽션이라면 이 책은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활약을 담은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이다. 주인공이 끌리면 소설도 끌리는 법. 조용하고 진지한 이미지의 이상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저자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거기에 구보까지! 이 콤비는 셜록 홈즈와 왓슨 콤비를 울릴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배경을 잊지 않고 코미디 속에 알맞게 주제를 암시한다.

 

 『프랑스 혁명』은 명백히 6월의 신간이지만 잊고 싶지 않아서 여기에 올렸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역사 소설은 무조건 환영한다. 다섯 권이나 되니, 즐거움을 오래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브라이언 셀즈닉, 정말 'wonder(놀라운)'한 작가이다. 소설의 형식에 어디까지 도전할 것인가? 벤과 로즈의 이야기도 정말 대단하지만 이 형식에 감탄한다. 50년을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전통적인 소설에 반항한다. 벤의 이야기는 글로 진행되는데, 로즈의 이야기는 그림으로 진행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시도인가? 이 놀라움(wonder)이 나를 강타했다(str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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