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신간의 풍년이 돌아왔다. 좋은 책들, 고전들이 많이 출간되어 나의 흥미를 끈 달이 7월이다. 이번 달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어차피 신간 평가단이니까 소설을 고를 겸 다른 책들도 골라야지....

 

 

 크세노폰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작가들 중 한 명이다. 『소크라테스 회상』이라는 저서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크세노폰의 또 다른 저작이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그 이름은 '키로파에디아', 키루스(Cyrus)의 교육이라는 부제 역시 가지고 있다. 키루스란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대왕이었다. 이 고전에서는 대왕이 어렸을 때 받았던 교육 및 그가 제국을 건설함에 따라 다른 이들을 교육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 마디로, 자신이 받은 만큼 돌려주는 책임감이 『키로파에디아』의 주제인 것이다. 또한, 크세노폰을 키루스 대왕의 교육론을 통해 리더십의 핵심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이 저서는 리더가 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키로파에디아』가 고대에 쓰여진 고전이라면 마르틴 하이데거의 『언어로의 도상에서』,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특수이론과 일반이론』은 현대에 창조된 고전이라 할 수 있다. 하이데거의 저서는 제목에서 보다시피 '언어'와 '말'에 관한 철학적 성찰인데, '시'에 관한 언급과 일본인과 질문자의 인터뷰 등 풍부한 콘텐츠를 담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공교롭게도,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는 6월에 타 출판사에서 간행되었는데 휴머니스트에서 7월에 출간했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더 나은 번역서를 추구하거나 다양한 번역을 보기 위해 두 권 다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 저서에서 프롬은 중세 사회의 몰락으로 인한 인간의 불안함에 대해 다루는 한편, 자유와 민주주의의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해 하는 현대인의 모습에 관해 살피고 있다. 역시 프롬답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 하나 하나가 우리 가슴 속을 파고든다.

 과학계의 고전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특수이론과 일반이론』이 이번 달에 출간되었다. 한때 나는 상대성 이론이 특수이론과 일반이론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고 '특수이론이 일반이론보다 어렵고 중요하겠구나'라고 편견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이 정반대임을 알게 되자,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렇다면 일반이론이 대체 무엇이길래? 하지만 그의 과학은 너무 심오하고 어려웠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저서이다. 좀 더 쉽게 풀어낸 아인슈타인의 저서,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에게 맞는 수준이라고 하니, 여전히 그는 어려운 모양이다.

 

 

 『채근담』과 『여성 한시 선집』을 전자로 놓고, 『철학의 원리』, 『인간 교육론』을 후자로 간주할 때, 그 분류 기준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렇다. 우선 동양의 고전, 서양의 고전이라는 점에서 전자와 후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이점이 있다. 전자는 7월의 출간 도서이지만 후자는 둘 다 6월에 출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7월의 주목 신간을 정리하는 이 자리에 6월의 '주목' 신간을 넣은 까닭은 한 달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기억되지 못하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책이기 떄문이다. 글로 남기면 오래 기억되기 때문에, 나는 저 두 책을 오래 간직하고자 여기에 넣었다. 『채근담』, 많이 들어봤지만 접근하지도 못했던 동양철학의 고전....... 언젠가 너를 만나리라 약속하고자 널 이 글에 올린다. 제목에서 '채근'의 뜻은, 비약해서 말하자면 '인간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만사를 다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서, 저자가 깨달은 지혜를 곱씹도록 하는 책이다. 동양 고전은 되새김질 할수록 맛있어지는 여물과도 같다. 위편삼절이라는 말이 있듯이, 읽고 깊이 생각하면 진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나는 옛시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 시대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퍼즐과도 같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과서나 시집에는 항상 남자들이 쓴 시만 담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여성의 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문학동네의 '여성 한시 선집'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주었다. 비록 선집이지만 충분히 맛볼 수 있겠지. 특히 한이 많고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조선 시대 여성들은 더 간절하게 말하리라.

 

 데카르트의 『철학의 원리』는 말할 것도 없는 고전이자 그의 대표작이다. 이 의심 많은 철학자는 『방법서설』과 『성찰』 등의 저서에서 말했던 원리들과 결론들을 이 책에 총집합했다. 한 마디로 데카르트 철학의 결정체이자 종결자인 것이다. 데카르트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다.

 빌헬름 폰 홈볼트의 『인간교육론』은 매우 흥미롭다. 이미 많은 사상가들이 인간의 교육에 대한 책을 저술했다. 위의 크세노폰 역시 일종의 교육론이라 할 수 있는 『키로파에디아』를 썼고,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는 교육론의 고전인 『에밀』을 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인간이 꿈꾸는 것은 제각기 다르다. 따라서 빌헬름이 생각했던 교육 방식은 그들과 달랐다. 이 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는 이 고전이 '대학'의 개혁에 대해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학은 각 분과학문을 통괄하는 종합적 지식을 담당해야 하고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정점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하여 국가의 간섭은 최소화하고 지원은 최대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짧은 내용이지만 이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오늘날 우리 대학의 모습은 그저 관례대로 가는 또 하나의 학교에 불과하며 취업을 위한 발판일 뿐이다. 학생들 대부분은 대학을 대학으로 여기지 않는다. 등록금, 자살, 교수들의 타락....... 홈볼트가 이 사회를 본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도널드 서순의 『유럽문화사』....... 내가 이 페이퍼를 쓴 결정적 계기이다. 문화라는 건 한 시대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자료이며 그 시대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유럽은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을 겪었다. 따라서 문화의 변동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그 맥을 끝까지 따라잡았고 독자들도 그 끈을 잡고 여행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배려해 주었다. 유럽의 도서 문화, 음악 문화, 연극 문화 등 다양한 유럽 문화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유럽 문화는 어떤 모습인지 책을 통해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르마다』는 내가 이번 달에 가장 주목한 역사서이다. 역사서치고는 단순한 표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영국의 역사를 부흥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엘리자베스가 드레이크와 함께 에스파냐의 무적함대(아르마다)를 꺾지 못했다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칭호도, 오늘날 영국의 영광도 없었으리라.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를 다룬 결코 잊을 수 없는 책이다. 이 고전이 얻은 명성만큼이나 『아르마다』가 읽고 싶다.

 『중세의 가을』은 1997년에 나온 문학과지성사 '구판'의 신판이다. 이 책은 중세 시대의 14, 15세기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제목의 비유가 정말 멋졌다. 그 당시 중세는 르네상스의 열풍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저자는 그것을 몰락이라 부르지 않고 '가을'이라 불렀다(물론 '가을'을 뜻하는 fall에는 '몰락'이라는 뜻 역시 가지고 있지만). 신과 함께 한 중세인의 마지막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 

 

 한 때 나는 『먼나라 이웃나라』에 푹 빠졌다. 1권부터 12권까지 5번 이상 탐독했다. 만화가 너무 재미있었고 그림체도 좋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세계사에 대한 나의 지식이 많이 해박해졌다. 그 때 나는 제 2판을 읽었는데 또 다시 새로 쓰인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간되었다. 게다가 이번엔 아직 읽지 못한 중국판까지 있었다. 난 여전히 이 만화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만간 다시 읽을 계획이다.

 

 

 『가족기담』은 『전을 범하다』와 같이 우리의 옛 동화에 대한 재해석과 성적 알레고리를 밝혀내는 책이다. 언뜻 식상해보이지만 흥미로워서 거부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번 책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재해석이라 좀 더 우리 정서에 맞으리라 생각한다.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의 30계명』은 그저 삶의 가르침을 본받고 싶었기 때문이지, 내가 그들처럼 공부벌레가 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난 단순히 30계명 중 인상 깊은 것을 내 삶에 적용시키고 싶었을 뿐이다.

 

 인류 역사는 헤겔이 말했던 '정 반 합'의 원리로 이루어진다. 그 중 '반(反)'에 속하는 '저항'은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이다. 현대 사회에도 그러한 저항자들이 있다. 『프로테스트!』는 그들에 관한 50년의 역사이다. 사진과 함께 보는 역사인지라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하고 투쟁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난 그들의 외침을 듣고 싶다. "프로테스트(저항하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한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장 지글러의 저서를 연상시키는 책,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 두 저자의 공저인 이 책은 크게 두 가지에 관해 다룬다. 소위 '잘 사는' 이들의 음식물 낭비, 그리고 제 3세계 사람들의 굶주림. 좀 더 폭넓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이 고질병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길 바란다. 똑같은 책은 수없이 많으니. 특별히,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싶다면 말이다. 나는 기대한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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