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요즘 부족하다. 

  

 먼저 소설 신작부터 살펴보자.  

 우리가 세계지도에 있는 나라를 모두 외울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나라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볼리비아라는 나라다. 매우 생소한 이름의 이 나라는 남미에 있는 어느 작은 나라이며 독재정권치하에 있어서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하다. 그리고 『마에스트로』는 이 나라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아픔에 시대의 아픔, 그리고 국가의 아픔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아름다운(마에스트로가 지휘하는 듯한) 필체로 묘사하고 있다. 구두닦이로 일하며 여동생 루시아와 생명을 연명하는 사투르니노와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해준 어느 신사와의 만남, 그리고 그를 통한 음악과의 만남....... 이러한 이야기들이 몰려서 따뜻한 소설 한 편이 완성된다. 

 김숨의 소설은 환상 또는 악몽과도 같다. 꿈의 세계라서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속에서는 무궁무진한 상상과 해석이 담겨 있다. 『노란 개를 버리러』는 노란 개를 버린다는 행위보다는 그 과정 속에 담긴 소년의 악몽을 담고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고, 여기서 이렇게 "어떤 소설이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이것은 일종의 도전이 될 것이다. 

 『부메랑』, 황순원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작품. 언제나 그렇듯 문학상 수상작은 신뢰를 준다.  

 『백은의 잭』은 『새벽 거리에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2 콤보를 먹은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두 편씩이나 번역되다니, 팬들에겐 즐거운 비명이 아닐 수 없으리라. 표지나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번 소설은 스키장과 스노보드에 관련된 '눈의 추리소설'이자 '흰 색 추리소설'이다. 큰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나의 이스마엘』, 왜 이리 제목이 좋은 건지. 문명비판소설이라는 말에 얼마나 기대감을 느꼈는지. 『고릴라 이스마엘』의 후속작인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로 오늘날의 문명까지 비판하는 뛰어난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이라서 내용도 마음에 든다. 

 『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다. 이번엔 유머에 대해 다룬다고 한다. 아직 정식 표지는 안 나왔고, 원서 표지만 나왔다. 그래, 이제 또 다른 시작인 거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이라니, 너무나 기쁜 일이다. 이미 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고 많은 깨달음을 주는 작가이다. 가난 속에 잠겨 미래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크리스티네에게 어느 날 찾아온 기회, 그녀는 그 기회로 대성공을 하고 그녀의 인생은 바뀐다. 이런 사건을 거치며 어느 가난한 청년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변신은 또 다시 시작된다. 인간 욕망을 파헤칠 것 같다. 

  

 바야흐로 E-book 시대가 도래한 지금, 종이책 읽기를 권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책이 E화 되는 것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찬성 혹은 반대. 오늘날의 간서치라고 불리는 김무곤은 반대.......라기보다는 종이책을 더욱 찬성했다(어디까지나 '권함'이니까). 종이책이 E-book보다 좋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는 저자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감의 한 줄』을 이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 권의 장편소설보다, 때로는 한 줄의 네티즌의 글이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익명의 네티즌이 아닌 SNS와 트위터에서 안철수와 같은 인물이 글을 올렸을 때 어떤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는지 분석한 책이다.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옛 시에 매혹되다』는 말 그대로 17개의 주제어로 분류해놓은 옛시를 모아놓은 에세이이다. 조선이나 고려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시도 있어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정말, 매혹될지도 모르겠다. 

 웬델 베리는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연상시킨다. 소설가이자, 자연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온 삶을 먹다』는 15만평의 땅을 구매한 이후 농사를 지으며 여러 편의 시, 에세이, 소설 등을 발표한 그의 문학과 사상이 집대성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먹거리, 농사, 땅을 화두로 보아 이 시대에 대해 글을 써서 더욱 소로우풀한 느낌이 난다.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인 듯 하다. 

  

 청춘을 위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위인들의 충고를 담아놓은 위로와 멘토의 책, 『청춘의 책갈피』. 아픔과 슬픔을 위인들의 말(글)로 위로받으라는 듯이.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오늘, 인문학을 분석하고 인문학의 미래를 조명한 월터 카우프만의 『인문학의 미래』. 인문학이란 글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을 말한다. 따라서 인문학은 문자가 나온 이래 항상 인류와 함께 해 왔다. 『청춘의 책갈피』에 나온 위인들의 말도, 『루소의 개』의 주인공인 루소와 흄의 저작도 모두 인문학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인문학이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란 대체 무엇일까? 사람들은 철학 고전, 심지어 문학 고전을 읽기도 꺼려 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라이트노벨을 주로 찾는다(부끄럽게도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비록 이 책에서 저자는 인문학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인문학이 우리와 함께 하는 한, 우리 모두는 인문학자다. 인문학의 르네상스가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을 비롯하여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농민들, 그리고 이들이 살고 있는 농촌. 『농촌에서 온 편지』는 우리 시대의 농민 101명의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다. 오늘날 농촌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이 책은 농촌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서울 신문사에 보낸 편지들을 편집 없이 엮은 책이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들이고, 글 쓰는 실력도 천차만별이다(그래서 더욱 읽고 싶어진다). 내용 역시 다양하다. 이것이 그들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면, 겸손히 받아들여야겠다.  

 『루소의 개』를 보니 최근에 나온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을까』라는 책이 떠오른다. 왜 시대의 명저로 평가받는 저서들을 쓴 이들의 만남은 이리도 은밀한 것일까? 나는 그 책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두 철학자의 만남 또는 싸움, 이것은 우리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들의 저서를 보면 평소에도 그들이 진지한 생각을 하며 완벽한 생활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책을 만나면 조금 더 인간적인 만남이 가능한 것이다. 루소와 흄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건 바로 나이니, 맘껏 즐기겠다. 

  

 나를 당황스럽게 하고 충격스럽게 몰아놓은 콤보가 왜 이리 많은 건지! 『쉼포지온(향연』은 안티쿠스 시리즈의 두 일각이고 고전의 또 다른 번역본은 나를 기쁘게 한다. 『건륭제』는 『당 태종 평전』의 뒤를 이어 나를 충격스럽게 하고 『김탁환의 원고지』는 『김탁환의 쉐이크』를 이어 날 놀랍게 한다. 건륭제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내가 그를 이해하게 만든다. 이번 책은 432쪽으로 다른 평전에 비해 비교적 짧다. 김탁환은 원고지로 글을 쓴다. 『김탁환의 원고지』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그의 창작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과연 우리가 인정하는 스토리텔러의 창작일기는 어떤 모습일까? 

  

 읽어볼 만한 도서 

  

 

 

 

 

 

 

 1. 위대한 여정, 내셔널지오그래픽: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니, 딱히 할 말이 없다.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나의 호기심을 해결시킬 수 있는 뛰어난 프로그램이다. 다만 좀 비싸다는 것이 흠. 

 2. 디데이: 딱 봐도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이재익 작가의 『아버지의 길』을 연상시킨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기묘한 만남과 전쟁이 흥미롭게 얽혔다. 

 3. 그림자 전쟁: 『고양이 학교』의 작가 김진경이 쓴 판타지 소설이다. 그림자의 전쟁을 통해 본 현대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회복에 관한 소설이다. 국내 최초로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4. 엣지: 제프리 디버의 스릴러다. 007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추격전을 다루고 있다. 안 넣으려다가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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