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도 많은 책이 나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았다. 여러 분야의 책을 섞어보았다.



고(故) 최성일 씨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한 권의 책』은 3개월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최성일 도서평론가가 생전에 남긴 도서 서평을 모아놓은 것이다. 수많은 책의 서평이 담겨 있는 이 책에서 우린 한 권 한 권의 소중함과 책읽기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그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한 번 돌아보고 싶어진다.
이번엔 살아 있는 자들의 증언을 담아놓았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 이것은 소설가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17명의 작가가 말하는 소설가로서의 삶을 담아놓은 책이다. 각자 어떻게 자신의 소설을 대하는지도 보여준다. 이 에세이는 일종의 창작론 모음집이지만, 여기에 담긴 그들의 삶과 창작 원리는 결코 놓칠 수 없으리라.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애서가' 또는 '애서광'이라고 부른다. 범우사에서 나온 『애서광 이야기』를 보면, 세 가지 유형의 애서광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독서보다 책 자체에 더 끌리고, 종이뭉치를 너무 사랑해서 돈과 명예, 그리고 목숨까지도 포기하는 사람이다. 물론 허구로 인해 만들어진 소설이지만 실제 애서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에서는 고서를 훔친 도둑 이야기가 나와서 낯선 유형의 '절도범'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랑은 위대한 감정이지만, 그것 역시 너무 지나치면 집착이 되는 것을 잊지 말자.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정제원은 독서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나는 뉴스인북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책 선택법을 일찍이 읽어보았다. 그런데 책이 나왔다. 내용은 제목처럼 고전에 대한 글이다. 고전에 대한 글이 쏟아진다. 그만큼 고전은 여러 가지 의미와 해석을 낳는다. 『고전 탐독』에서는 30권의 고전을 다섯 가지 주제별로 나누어 분석하는 저자의 태도가 돋보인다. 또한, 독서하는 모습을 담은 30점의 명화도 독자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진시황 평전』에 이어 『당 태종 평전』이 나왔다. 굳이 비교하자면, 당 태종은 진시황에 비해 덜 유명하고, 또 이 책의 분량도 적다. 하지만 당 태종은 중국 역사에서도 길이 남을 뛰어난 황제 중 하나이다. 진시황 평전이 그랬듯이, 이 평전은 그 자의 이면보다는 업적을 적어놓았다. 꽤 생소한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아는 사람의 이야기만 줄기차게 바라볼 수는 없으니까.
『완전한 승리』를 보니 떠오르는 책이 바로 9월에 나온 『스파르타 이야기』이다. 그 까닭은 고대 서양의 역사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관계를 결코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책이 스파르타에 대해 다루는 반면, 이 책은 바다의 지배자인 아테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바다를 지배하고 나아가 대륙을 지배한 아테네에 대해. 그리고 저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서양 문명과 민주주의는 바로 바다에서 비롯되었다고. 오늘날의 콜로세움이나 아크로폴리스와 같은 서양 문화가 탄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아테네 해군 덕이다. 아테네가 바다를 지배함으로써 바다를 통해 문명과 문화를 서양에 들여보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다에서 승리한 자는 완전한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은 문학과 음악의 조화로 장식된 독일 문학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독일의 예술 작품, 하면 떠오르는 게 괴테나 헤세의 문학, 니체의 철학, 그리고 수많은 음악가들의 가곡이다. 한 마디로 독일은 어떤 의미에서 프랑스와 독일보다도 예술의 중심지였다고 할 수 있다. 독일 음악과 문학의 발전 역사,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가 놀라운 필체로 펼쳐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2는 굳이 말이 필요 없다. 지난 번에 충분히 했으니까. 내 심정이 어떤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고전을 모아본다.
햐, 드디어 사마천의 『사기』가 국내에 완역된 것인가. 이번 업적은 서양의 『로마제국 쇠망사』의 완역만큼이나 대단하다. 16년에 걸친 번역이 마침내 결실을 이룬 것이다. 역자인 김원중에게 너무나 고맙다. 당신 덕분에 우리나라가 사마천의 힘을 알게 되었다. 나도 곧 깨달을 것이다.
쇼펜하우어, 그 역시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다. 그런데 제목이 조금 이상하다. 쇼펜하우어, 하면 떠오르는 게 부정 그리고 암울한 이미지 아닌가? 그런데 행복콘서트라니?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사실이다. 현대인들에게 전해주는 행복해지는 법이다. 오, 흥미롭다.
보들레르는 『악의 꽃』으로 악명 높은 시인 아닌가? 그의 수첩이라니, 이건 다윈의 편지 모음집이나 다름 없는 것! 이 산문집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물론 편지도 있겠지만 일종의 작가 수첩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진짜 생각과 사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김훈의 『흑산』은 예전에 충분히 다루었으니, 여기서도 다루지는 않겠다. 새로운 역사소설이라니, 『남한산성』에 반한 독자들은 다시 기대를 해도 좋다.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한 바 있는 성석제의 『칼과 황홀』,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맛깔나는 문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게일 포먼의『너를 다시 만나면』은 『네가 있어준다면』의 후속작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진정한 사랑, 헌신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울 것 같다. 사랑이 낳은 기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따뜻한 이야기가 보고 싶다. 『빅 픽처』의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가 『모멘트』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독일 통일 이전에 일어난 일로 시작한다. 주인공 토마스는 페트라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녀가 독일의 비밀 요원으로서 자신의 정보를 빼내려고 사랑한 것임을 알고 크게 분노하고, 결국 사랑은 깨지고 만다. 그로부터 20년 후, 페트라의 사망 소식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배달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과거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모든 게 다 기대된다.



『난설헌』은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누이동생이자 조선의 위대한 여류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난설헌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묻혀 있고 당시에도 차별을 받은 그녀의 이야기가 소설로 구성되었다. 여성이 존중받지 못했던 당시 사회의 현실에 순응해야만 했던 천재 여성의 심리적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동주』는 제목처럼 한국의 저항민족시인으로 유명한 윤동주의 삶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난설헌』처럼 직접적으로 그녀를 등장시키지 않고, 대신 일본인 소녀 요코와 '나' 김경식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동주의 삶과 죽음을 추적해나가면서 '시인'으로서의 윤동주를 되살려내고 있다. 『사소한 문제들』은 오늘날의 암울한 부분을 보여준다. 권아영과 배두식의 두 저항을 통해 대한민국의 음지를 엿볼 수 있다. 『오즈의 닥터』에 이어 새로 나왔다.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이 나왔다. 나에겐 주로 『달과 게』로 알려진 작가이다. 그래서 왠지 그의 작품은 미스터리하면서도 심각한 주제일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좀 다른 것 같다. 코믹오락 추리극이라고 한다. 장르가 다르다. 중고매장이라는 단어가 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외 읽어볼 만한 책



1. 하루에 한 번, 마음 돌아보기: 왠지 습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나를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는 취지로 이 책을 골랐다.
2. 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에 저자 올리버와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그 책에서 『엉클 텅스턴』이라는 책이 나와서 읽고 싶어졌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이었다. 『엉클 텅스턴』의 개정판은 제목이 세 배나 되는구려. 한편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저자의 『편두통』도 읽고 싶어진다.
3. 아들의 방: 가족에 대해 다시 묻는 소설이다. 그러나 '구글 세대'가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다(그래서 그런지 루니툰에 대한 인용구를 보자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는 가족 소설의 탄생이다.
4. 부호 형사: 1978년 작품인데, 이제 번역된 이유는 왠 말씀? 2005년에 드라마로 제작된 바가 있다던데, 아이큐 178의 작가가 직접 출현하기도 했다. 일본은 유독 추리소설의 드라마/영화화가 잘 뜨더라. 저번 <언페어>도 그렇고. 천재 작가가 보여주는 미스터리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