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 파라다이스 - 디시인사이드 유식대장의 구치소 체험기
김유식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살다 보면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가끔 그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실수를 한 사람은 개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은 선택으로 인해 실수를 저지른 것을 후회한다. 김유식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유식은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한다"는 말을 신조로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보고 후회하느니, 안 해보고 후회한다"가 정답이었다.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자신이 운영하는 디시인사이드가 큰 손해를 보고 합병을 했던 코스닥 회사는 상장폐지, 그리고 전 경영진은 해외로 도주하게 된다. 결국 그는 법정에 서게 되고 그 날로 바로 구속된다.  

 이것이 사건의 전모이다. 이후 김유식은 113일 동안 구치소 생활을 한 뒤,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출소한다. 지금은 다시 디시인사이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는 113일 동안 구치소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그런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거의 없겠지만) 마땅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개인의 솔직한 고백만큼 확실한 것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특히,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라면 더욱.  

 구치소 내에서 그는 '김 대표님'으로 불린다. 그가 언제 이런 책을 일기처럼 집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2월 31일의 경우를 보아 시간이 꽤 넉넉한 것 같다. 하긴, 교도소에서 무슨 직장을 다니겠는가? 책 읽을 시간도 많고, TV 볼 시간도 많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감방 안에서 뭘 하든지 자유다. 교도소 안에서도 최소한의 자유는 보장되는구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물론 일반인만큼 자유를 누리진 못하겠지만.  

 439쪽이라는 긴 책이지만, 이 책은 왠만한 소설보다 재미있다. 생략된 날도 가끔 있긴 하지만 하루하루가 흥미롭고 파란만장하다. 아무래도 그렇게 느끼는 까닭은 박경헌과 장오-창헌 콤비 때문일 것이다. 박경헌이 다른 방으로 옮겨 갔을 때, 앞으로 무슨 재미로 읽을까 아쉬웠는데, 지루할 틈도 없이 신입 장오가 들어와 우리의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창헌과 장오 사이의 미묘한 정이 담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왠지 겉으로는 욕을 하고 싸우려고 하지만 속에서는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죄수들 하면 난 험악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개드립 파라다이스를 접고 난 후, 그 이미지가 바뀌었다. 죄수들은 좀 더 인간적이고 유쾌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교훈이다. '교도소와 죄수는 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 다라는 것이다. 이 이상의 교훈은 없다. 죄수들이 모인 감방에서,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솔직하게 묘사하는데, 그들이 교훈적인 소설이나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일부러 교훈을 만들 수 있겠는가. 일상 생활에서 교훈을 찾고 실천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교훈을 찾는 자는 거짓말쟁이다. 어쨌든 그들이 아무리 착하다고 해도 무슨 잘못을 저질렀으니 지금 교도소에 있지 않겠는가?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누명으로 온 사람은 별로 없으니. 감옥과 죄수에 대한 편견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한 때 죄수였던 남자가 그린 구치소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 그것은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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