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라는 분야. 나는 그것을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을 통해서 알았다. 그리고 더 많은 곳을 돌아보니, 이 세상엔 가상의 세계가 참으로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잘 만들어진 판타지 소설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아직 판단하지 못하는 시기에는 내 느낌에 따라 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원래는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다. 그 까닭은 바로 이 책의 갈피에서 본 '일본 서점대상 3위'를 보았기 때문이다. 문득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일본 서점대상 중 읽은 책이 없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있었던 책인데, 이렇게 매년 한 명씩이 아니라 무려 10명씩이나 수상하니 지금까지 70명의 작가가 수상했다는 것인데, 내가 이 중에서 읽은 책이 하나도 없다니, 아무리 내가 일본 소설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해도 말이다. 그러나 낙심하고 싶지 않다. 결국 서점대상은 대중들의 인기를 받은 그야말로 '대중 소설'이 아닌가. 『펭귄 하이웨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책이지만 3위를 할 정도면 인정받은 책이고, 일본 SF대상을 수상했지 않았는가.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일본의 마을에 생긴 기이한 사건들의 오묘한 조화가 펭귄이 바다에서 육지를 올라가는 길, 즉 펭귄 하이웨이를 타고 육지의 독자들에게 올라왔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판타지 소설의 주요 독자층은 남자들이다. 그리고 판타지 소설은 '책 안 읽기로 유명한' 10대 청소년들이 불티나게 읽은 유일한 분야다. 그리고 일부는 직접 판타지 소설을 쓰기도 한다. 물론 아직은 미숙한 단계라고 하지만 일부 작품은 그 독창성, 우수성이 인정받아 이렇게 출판이 되기까지 한다. 『크루세이더』는 16살의 고교생 '작가' 전광진형의 작품이다. 나는 읽어보고 싶다. (판타지)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훗날 내가 또 다시 그들에게 충고해주기 위해. 청소년들의 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다. 물론, 내가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은 책은 『반역』이지만.
어느새 스키 수택하우스 시리즈가 나온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시체들』 이후로...... 왜 표제가 계속 '죽음'에 관련된 것인가. 아무리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한다고 해도, 그리고 이걸 일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의 작품도 계속 'dead'가 나온다. 어쨌든 내가 볼 만한 책은 아니니까.

허나 뭐니뭐니해도 이번 신간에 『타라 덩컨』을 빼 놓을 수는 없다. 일년에 한번씩 출간되어 2013년 10권을 끝으로 시리즈를 마무리지을(벌써부터 이렇게 말하니 무척 아쉽다) 『타라 덩컨』 시리즈 8권은 '사악한 여제'를 부제로 한다. 그 내용과 재미는 이전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팬들이 알겠으니, 나는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타라 덩컨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스테디셀러인 이유는 매년마다 출간된다는 특성도 있지만 아무래도 소피 오두인이 다듬고 다듬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판타지 소설을 사지 않으면서도 이런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왠지 매우 재미있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더 월드 같은 기본적인 설정이 독특하고 탁월할수록 독자들은 그 책에 끌리기 마련이다. 사실 작가 소피 오두인이 그 때 그 때 작품을 쓴 건 아니라고 한다. 그녀가『타라 덩컨』을 쓰기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인 1987년이었다. 하지만 그 때에는 어떤 출판사도 마법 이야기를 비롯하여 판타지 분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해리 포터』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판타지 분야의 발전이 시작되었지만, 정작『타라 덩컨』은 『해리포터』에 의해 묻혀버렸다. 결국 그녀는『해리 포터』와의 차별화를 위해 마법학교(해리포터 시리즈에 마법 학교 호그와트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를 삭제하고 줄거리를 확장하는 등 15년 동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페이지를 40번이나 수정할 만큼 공들여 손질했다. 이 정도의 정성이 있었으니 『타라 덩컨』이 『해리포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조앤 롤링도 그렇지만, 소피 오두인 그녀도 참 대단하다. 결국 노력 없이 문학은 완성되지 않는 법이다. 글이 사람의 마음을 이끌 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