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5월은 절반이나 남았다만, 지금까지 보아와서, 5월도 풍성한 한 달이 되리라고 생각해 본다. 물론 나에겐 책을 가려볼 줄 아는 능력이 더 요구되지만,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5월의 한가운데(엄밀히 말하면 아니지만)에서 멈추고 돌아본다. 

  

   

 비록 이 책들은 4월에 출간된 책이지만, 5월이 된 지금으로서도 주목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동욱의 『철학 연습』은 『지식인의 서재』처럼, 네이버에서 연재될 당시에는 책으로 출판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 편의 책으로 다시 한 번 우리 곁에 오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은 사디즘을 탄생시킨 문제 작가 사드의 또 다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사드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이기 때문에, 사드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게 한다. 『검은 계단』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왕들 중 한 명인 루이 샤를에 대한 역사소설이자,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과 작가는 여러 언론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5월의 신간으로 넘어가보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는 '유머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여, 일본을 뒤흔들 정도로 성공한 작품이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작품의 주제까지 모두 독자를 웃게 만드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이 소설이 한국의 독자들도 웃길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렇게 가벼운 책이 있는 반면, 『아직 하지 못한 말』과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작가의 진지한(그러나 때로는 유쾌한) 책도 5월에 있다. 전자는 작가 이문열을 비롯한 많은 유명인사들에게 저자 안길수가 인터뷰를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름 아닌 '가족 이야기'. 그들의 솔직하고 대담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후자 역시 『어린왕자』, 『인간의 대지』와 같은 명작을 남긴 작가 생텍쥐페리의 편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그의 어머니를 통해 우리 곁에 왔다는 사실이 기쁘다. 

 

  

 『느낌의 공동체』는 『몰락의 에티카』의 저자 신현철의 새로운 산문집이다. 3년만에 돌아온 그의 신작이다. 총 6부로 나뉘어진 이 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읽을 책에 대한 느낌을 서술하고 있다. 한편,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는 '인문주의자' 최성일이 자신이 읽은 과학책에 대해 서평을 쓴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비록 서평이지만, 인문주의자의 관점으로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가 읽었던 수많은 과학도서들은 현대 과학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나에게는 내가 몰랐던 과학책들의 기반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한국 문화 교과서』는 위의 『철학연습』과 마찬가지로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은 책이다. 지금 다시 돌아보니, 왜 내가 저 칼럼을 몰랐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만 돌아본 나의 행동이 반성이 되기도 한다.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에는 SF 소설에 관심을 가진다. 이언 M. 뱅크스(저자는 SF 소설을 쓸 때 이러한 필명을 사용한다고 한다)의 '컬처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전작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에 이어 컬처 문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컬처 문명을 통해 21세기의 문명과 비교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SF 소설의 거장인 필립 딕의 걸작 세 작품이 폴라북스(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는데, 『화성의 타임슬립』은 그 첫 번째 시리즈로, 『죽음의 미로』와 『닥터 블러드머니』와 함께 출판되었다. 필립 딕의 상상력과 그가 묘사하는 SF의 세계가 이언 뱅크스의 소설과 양벽을 이루는 듯 하다. 필립 딕의 걸작들이 앞으로도 많이 출판되길 바라며, 우리나라에도 그와 같은 작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민주주의. 오늘날에 있어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마치 자본주의처럼 그것이 가장 옳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철저한 검토와 생각 없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다. 그래서 고병권은 다시금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룬 사상가들의 저서를 살펴본다. 루소, 로크 등의 사상가들의 책을 보고 이제 우리는 진정한 한국 민주주의의 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요네하라 마리. 참 능력 있는 사람 같다.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직접 지목할 정도로 러시아어에 능통한 동시통역사인 동시에 『팬티 인문학』, 『교양 노트』와 같은 친숙한 인문학 저서를 집필한 저자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미 그녀의 이름은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번에 러셀의 『런던 통신』을 연상시키는 제목의 『러시아 통신』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동시통역사로서 러시아에서 생활했던 그녀가 본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 통신』은 일본인이자 동시통역사로서의 저자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관찰기 또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한때 러일전쟁으로 나라간의 갈등이 심했던 일본과 러시아가 이 책을 통해 더욱 관계가 좋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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