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공정하게 바라보자

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고전'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교훈적이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전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점점 그것을 음미하고 깊숙이 파고들어 가면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하지만 고전이 교훈적이라는 생각은 나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어느 신문 기사를 보고 혹 해서 읽어본 이 책........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무작정 재미있게 읽고, 교훈을 찾으려고 했던 고전들 속에 숨겨진 진실들이 신랄하게 뛰쳐나오는 순간이었다.  

 『전을 범하다』에서 '전(傳)'은 '전할 전'이다. 즉,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무엇을 '범했다'는 것이다. '범하다'라는 말은 네이버 국아사전에 따르면, '법률, 도덕, 규칙 따위를 어기다', '잘못을 저지르다',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경계나 지역 따위를 넘어 들어가다'라는 뜻을 가진다. 즉, 이 책은 고전의 들어가서는 안 되는 경계를 넘어 들어간, 위험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목의 의미는 우리가 그 동안 가졌던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물론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고전에 대한 진실만을 다루고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안데르센의 동화나 그림형제의 동화들도 그것의 진실이 드러나면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들의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샤를 페로)' 등의 동화는 그 이면 속에 담겨진 진실이 너무나도 잔인하다. 그래서 그 부분만 쏙 빼고 교훈만 주는 아동용 도서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고전도 마찬가지로, 진실을 알아야 한다. 『홍길동전』에서 나오는 그 교훈적 내용들...... 홍길동은 알고보면 나라를 빼앗은 도둑이었다. 그는 빈 섬을 차지하여 율도국을 세운 게 아니다. 율도국이라는 분명히 존재하는 한 나라를 힘으로 강탈함으로써 빼앗은 것이다. '의적'이라고 불리는 홍길동이 약육강식의 사회의 잣대대로 하는 이 모순........ 이것이 고전의 한계이다. 하지만 모든 작품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한계가 있는 책도, 교훈과 본받을 점과 흥미로움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전 중의 고전조차 결점이 수많은데, 하물며 평범한 고전이 결점이 없겠는가? 저자가 '놓칠 수 없는 대목'이라고 표시한 부분은 참으로 신랄하여 볼 수조차 없다. 그렇게 고전은 큰 결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