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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선교 - 하나님의 선교 관점으로 성경 내러티브를 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정옥배.한화룡 옮김 / IVP / 2010년 7월
평점 :
선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이해하고 있던 선교는 복음을 듣지 못했던 곳에 가서 우리가 준비한 것을 쏟고, 현지에서 요청한 것을 들어주는 일이었다. 일정과 장소만 달랐지, 선교의 주체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는 그런 인식을 바꿔 놓았다. 이 책은 분명하게 선언한다. 선교의 주체는 하나님이시며, 우리는 그분이 역사하시는 세계 안에 살고 있다.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으로 볼 때, 하나님이 일하신 흔적은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구약의 본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경은 처음부터 선교 중심적으로 쓰인 책임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지상 명령과 사도들의 헌신으로 교회가 세워졌다고 여겼던 나의 관념을 통째로 흔들었다.
복음은 구원 받지 않은 자들에게도 기쁜 소식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복음이란 피조물 전체가 원래 의도된 대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죄와 사망에서 구속 받게 되고, 인류의 타락으로 파괴된 창조 세계는 하나님이 명령하신 대로 운행하게 된다. 이 복음은 구약 시대에 다양한 형태로 나뉘어져 존재했다가, 신약 시대에 오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통합되었다. 저자는 이를 총체적 복음이라고 표현하는데, 죄와 악은 필연적으로 삶의 전 영역에 나타나는 나쁜 소식이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은 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복음을 전하는 선교는 총체적이다. 말씀을 전하는 순간에만, 어떤 특정한 사역을 할 때에만 선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는 매번이 선교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성경 전반에 나타난 선교를 설명하기 위해 구약에서 크게 세 가지 줄기를 준비한다. 하나는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필두로 한 이스라엘 백성의 구속 사역이다. 이는 주일 설교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다. 그만큼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제한 것은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자신의 백성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선교 그 자체이다. 여기에 40년간 이스라엘 백성을 이끈 것이 단지 그들을 시험하고 연단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방 나라들에 대해 선교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돋보였다. 실제로 이방인이었던 라합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단지 듣기만 하고도 간담이 녹아 그분을 참된 주로 모시지 않았는가? 두 번째 접근은 상당히 새로웠는데, 시가서, 특히 시편에 담긴 선교를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었다. 하나님이 이루시려는 세상은 특정 민족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온 민족을 향해 있음이 시가서 곳곳에 잠재해 있는데, 이것을 나는 아주 놓치고 있었다. 이번 독서를 통해 시편과 잠언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달까? 마지막 접근은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와 예언서에 드러난 하나님의 섭리였다. 그분은 이방 나라를 사용하셔서 이스라엘을 심판하는 동시에 그 나라를 선교하고자 하신다. 어떤 나라든 주님의 심판은 공의에 기반한다. 성경에 덜 기록되었을 뿐, 이방 땅을 향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볼 때 그리스도가 오시지 않고서야 배길 수 있겠는가?
예수님은 최초의 선교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하늘로부터 이 땅에 오셔서 죄인과 약자들을 치유하시고, 거기서 나아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무시된 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당시 기득권층이었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멸시하는 자들과 어울렸다는 사실, 그리고 온 인류를 위하여 십자가를 끝내 짊어진 일은 하나님의 선교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분을 본받아 이루어진 신약 시대의 선교 역시 다루어지며, 각 사도의 행적이 균형 있게 묘사된다. 신구약을 통틀어 선교의 주체이자 중심은 하나님과 예수님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분의 놀라우신 계획이 아니고서야 죄로 인해 완전히 망가진 이 세계를 돌이킬 방법이 없다. 이제 남은 교회들은 하나님이 친히 보이신 선교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선교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적인 선교에 대한 조언도 있다. 13장에 언급되는 HIV(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이 그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류가 벌인 악의 전형이자 현재 인류가 직면한 위급한 비상사태 중 하나이다. 이 병의 무서운 점은 혼자만 성결케 한다고 안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남자가 다른 감염자와 자면서, 반대로 여자는 감염자에 의해 강제로 관계를 맺으면서 에이즈를 갖게 되고, 이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유전된다. 제대로 된 의료 시설과 치료제가 없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감염자들은 병을 옮김과 동시에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된다. 여기에 동성애와 열악한 위생 등 외부적 요인이 개입하면서 이 질병은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에 대해, 병자들을 순수한 긍휼로 보살피는 개인적 차원의 대처, 고통을 악화시키는 관행과 맞서는 사회적 차원의 대처를 모두 언급하며, 궁극적으로 복음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때로는 믿는 자들도 복음의 역할을 축소한다. "단순히 믿는다고 해서 있건 질병이 사라지지는 않지 않습니까?"라고 따진다. 하지만 시선을 인간의 능력에서 하나님의 역사로 돌린다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죄악을 회복시킬 분은 주님뿐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도리어 나는 그 앞에서 겸손해진다. 주님, 이 세계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이 땅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당신의 능력을 신뢰하지 못한 나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올해 미얀마에 있는 유치원과 고아원에서 아이들과 보냈던 시간은 참으로 소중했다. 평창 미탄면에서 만난 목사님과 성도들도 정말 따뜻하고 반가웠다. 곧 차드에서 어울리게 될 영혼들은 어떨까? 물론 선교팀에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 가겠지만, 거기에 너무 많은 힘을 쏟기보다는 기도하고 싶다. 차드 땅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내가 가기 전에 이미 길을 예비하신 하나님의 선교를 목격하고 싶다. 내가 미처 기도하지 못해도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돌보신 하나님의 일하심에 동참하고 싶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나의 삶과 대한민국은 매우 특별하지만, 다른 인생과 나라도 부족함 없이 소중하다. 나의 믿음을 자랑하고 나의 이야기를 이 세상에 남기는 것보다, 예수님이 몸소 보이신 선교를 배우고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는 일이 더 귀하다. 나뿐만 아니라 주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를 사랑하리라.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에 강물이 흐르고, 굶주린 육체가 더 이상 주리지 않고, 복음에 목말라 했던 자들이 삶의 문제를 주님께 맡겨드리는 세상이 오리라.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