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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밝은 쪽으로 걷자
윤두열 지음 / 일레븐 / 2025년 12월
평점 :
인생은 무작정 간다. 내가 세우는 계획은 최소한의 방편일 뿐, 뜻대로 되는 일은 손에 꼽는다. 재미 있는 점은 상대도 그렇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너와 나의 뜻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곧 사랑이 아닐까? 그렇기에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으로 국한시키기에는 너무 방대한 것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본능적으로 보이는 사랑, 스승이 제자에게, 가족 구성원 간에, 신념을 공유하는 공동체(그것이 동아리, 동호회, 학회, 계모임, 교회, 부대, 혹은 그 무엇으로 불리든) 간에 각자 다른 사랑의 형태가 있다. 사랑은 강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비중으로 결정된다. 대부분은 자신에게, 어떤 이는 가족에게, 누군가는 연인에게, 작가는 익명의 독자들에게, 또 소수는 만난 적도 없는 타국의 영혼들을 향해, 정치인은 주민, 시민, 국민을 위해 많은 사랑을 투영한다. 그러므로 드러나는 것은 폭력, 증오, 다툼처럼 보여도 그것의 근본적인 원동력에는 사랑이 있다. 그 형태가 왜곡되었을 뿐이다.
윤두열 작가는 책 서두에서 잘 모르는 이와 다짜고짜 여행을 가게 된다. 자신이 지닌 많은 것을 포기하고서 말이다. 때로는 지나고 나서야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것저것 재단하다가는 후회라는 막대한 기회 비용이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기 때문일까? 다소 무모해 보이는 그 결정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존재를 형성했다. 이 에세이 속에서 그는 경험담을 늘어놓다가도 편지를 쓰고, 일기를 끄적이다가도 치열한 성찰을 보인다.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타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발견한다.
때로는 직접 밝히기도, 때로는 은밀히 고백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윤두열 씨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총체적인 '사랑'이다. 글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 밝은 쪽으로 걷자'는 결국 사랑을 택하라는 암시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너는 반드시 사랑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득한다. 사랑이라는 개념이 아직도 막연하다면, 고개를 돌려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보라. 도시에 있다면 그 치열한 움직임을, 자연에 있다면 평화로운 소리에 집중하라. 내가 누리는 여유는 사실 치열히 살아가는 누군가의 땀과 헌신의 결과이고, 그 전쟁 같은 삶의 원동력은 사랑이 아닐 수 없다. 그래, 글자 하나하나에 담긴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나도 조금씩 용기를 내보겠다.
글쓰는 사람으로서 공감했던 대표인 챕터는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가 아닌가 싶었다. 소설을 창작할 때, 검토를 하지 않고 쭉 완성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자기 작품에 취해 있다가, 나중에 돌아보면 독자들을 참 곤혹스럽게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어떤 글이든 독자들에게 편의와 유익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 스스로의 만족과 위로를 위한 글쓰기도 존재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역할이 끊임없이 바뀌고 변하면서 모두가 고통과 행복을 함께 누리는 사람이 되기를"이라는 작가의 바람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돌아본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누리면서 상대방의 고민과 감정을 헤아리는 연습, 그것만으로 인생은 참 배울 것이 많이 남았다. 그만큼, 나아질 여지도 충분하다. 우리의 행복은 현재진행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