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드디어 다윈 1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종의 기원은 흥미롭다. 읽는 이마다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대비되는가에 대해 느꼈다. 저자인 찰스 다윈은 여러 장에서 인간의 능력과 자연의 영역을 구별한다. 사육과 재배를 통해 동식물을 인간의 필요성에 맞게 적응시킬 수는 있어도 그것들의 내부 기관에는 영향을 미치기란 매우 어렵다. 또한, 그것은 자연에 의한 변이가 일어난 후에야 가능하다. 결론 부분에서는 인간이 가변성을 만들어 낼 수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유기체를 새로운 환경 조건에 노출시키는 것이 전부라고 말한다. 자연은 모든 것을 서서히 바꾸지만,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의 기호에 맞추려고 한다. 그리고 그 조작은 보통 자신의 생애 안에서 이루어진다.


  지질학을 다룰 때, 인간과 자연의 차이는 극명해진다. 다윈은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지형과 화석 등을 직접 조사하면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을 지구가 견뎌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구의 관점에서 인간의 역사는 고작 몇 줄로 존재할 뿐이라고 기록한다. 유기체의 변이가 아주 천천히 일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인간이 다른 생물들에게 미친 영향은 지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해석이 달라지는 지점은 자연 선택이 언급되는 순간이다. “각각의 사소한 변이가 유용한 경우에 보존되는 원리, 나는 이것을 인간의 선택 능력과 대비해 자연 선택이라 부르기로 했다.” 여기서 찰스 다윈은 자연의 원리를 인간의 것과 대립시킴으로써 자신의 이론을 강화한다. , 생존의 원리는 자연과 인간에게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이다. 자연 선택은 오로지 유용함만을 따진다. 동종 간의 생존 투쟁에서는 성선택에 해당되는 종이 살아남으며, 본능은 습성을 앞선다. 어떤 한 종의 후손은 멸절한 종의 빈자리를 정확히 메우기 위해 적응하다가 그것을 완전히 대체한다. 그러나 그들은 각기 다른 특질을 물려받았으므로 똑같지 않다. 그리하여 한 번 멸절한 종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멜서스의 원리에 따라 생존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개체들이 생겨날 때, 반드시 생존 투쟁은 발생한다. 이 투쟁의 결과는 다수의 죽음과 소수의 변화를 동반한 계승이다.

 

 언뜻 보면 냉혹하기 그지없는 생존의 원리가 인간과 전혀 무관할까? 물론 동식물을 위주로 분석한 다윈의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들은 멸절한다는 인용문은 긴 시간을 가정해야 성립한다. 다만 나는 자연 선택이 모든 유기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지질학을 다루는 11장과 12장에서 이것이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가장 미약한 유기체인 씨앗이 가장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며, 생활 조건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한 종이 멸절할 수 있다. 또한, 현존하는 종에게도 유용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으며 오래전에 사라진 형질이 후손 세대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자연의 불완전함은 그 안에 속한 어떤 종에게도 적용된다.

 

 자연과 인간은 동화될 수 없지만,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기는 언제나 조용히 닥쳐온다는 것이다. 멸절된 종과 현존하는 종 간의 투쟁보다도, 생활 조건의 변화보다도 치열한 것은 동종 사이에 일어나는 생존 투쟁이다. 외부의 위협은 종을 강하게 만들지만, 내부의 문제는 아주 천천히 종을 멸절시킨다. 멸절하는 종의 대표적인 특징은 세대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는 것이다. 멸종에는 여러 가변적인 요소가 존재하지만,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다윈이 초판에서 창조론을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생각을 밝혀야겠다. 『종의 기원은 출간된 이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외부의 압력에 의해 용어를 첨가하거나 수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논조가 창조론을 비관하는 입장임은 변함이 없다. 그가 주장한 이론들 중 일부는 틀렸음이 증명되었고, 일부는 판게아 이론이나 원시 미생물의 발견으로 보강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생물학과 지질학이 증명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다. 다윈은 그러한 부분에 대한 반박을 예상하고 이렇게 쓴다.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한 설명보다는 설명하기 힘든 어려운 문제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는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나의 이론을 거부할 것이다. 반면, 유연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종의 불변성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 일부 박물학자들은 이 책에 의해 모종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비워 놓은 우연과 복잡성을 그랬을 것이다라는 추측보다 전지전능한 존재의 개입으로 설명하는 편이 나에게는 더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다윈의 이론은 출간 직후 어떠한 이론보다 가장 많은 공격을 받았고, 동시에 가장 많은 옹호를 받았다. 그것은 이 학문의 물결이 종교의 심오한 진리를 공격하는 것 이상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지성의 싸움은 단순히 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지식은 곧 삶에 직접 타격을 준다. 어떤 깨달음이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 그 사람은 예전과 같이 사고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다. 코끼리를 인지하는 사람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언어의 의미보다 언급되는 단어에 먼저 반응한다. 찰스 다윈의 연구를 통해 활성화된 진화론은 여전히 창조론과 대립 중이며 이 정신의 투쟁은 곧 생존의 원리와 직결될 것이다.


 나는 박물학자가 아니기에 그의 어떤 부분이 틀렸고, 어떤 부분이 맞는지 일일이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박할 수 있다. 『종의 기원의 초판은 결론에 이르러서 상당히 희망에 찬 전망을 내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생명이 미래에도 과거만큼이나 오래 존속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도 있다. 또한 자연 선택은 오로지 각 유기체에 의해, 그리고 각 유기체의 이득을 위해 작용하므로,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모든 자질은 완벽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찰스 다윈은 순진하게도 인간을 자연에 속한 하나의 종으로 보았다. 그의 이론이 동종 간의 억압을 합리화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만약 그가 현재의 세계를 본다면, 지구의 시계에서 인간이 움직인 영역이 지극히 미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식의 저주를 택했고,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엇갈린 생존 투쟁은 한계가 없는 형태로 굴절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