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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바람 - 상
최해심 지음 / 신영미디어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아~ 어떻게 리뷰를 쓸까요?
장말 단숨에 읽었습니다. 눈물 한바가지 흘리면서.......
작가 후기에 있는 말로 시작할까요?
그 당시,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던 하나의 영상이 있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억수같은 장대비와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어둠 속으로 홀홀 단신 집을 뛰쳐나가는 한 소년의 그림자.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를 악물고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미지의 세상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는 잔뜩 겁에 질려 있고, 어둠이 드리운 그의 빰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흘러내리고 있을 소년.
저는 남주인공 천소가 두번씩이나 모욕적으로 혼약을 파기당했고, 세번째로 여주인공 운원과의 혼약도 그녀가 죽은 정혼자에게 정절을 지키기 위해 파기를 원한다는 사실만을 알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전의 리뷰에 약간의 실망의 말이 있어서, 기대는 좀 접고 본 편이고요...
제가, 그리고 많은 분이 극찬하는 "연록흔"을 봤을때처럼 저는 단숨에, 가슴을 두근거리며 이 책을 독파헀습니다.
읽으실 분들을 위해 줄거리는 생략할께요..사실 소개글에 나온 이야기가 줄거리의 전부입니다.
정혼자를 못잊는 그녀와 작가 후기에 기록되어있는 바로 그 소년이었던 그가 어떻게 사랑할게 되는지 작가가 풀어나가는 내용.....
변방의 바람.....은 남주인공 천소를 일컷는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안타깝고, 불쌍한 남자를 처음 봤습니다. 제가 책속으로 들어가 보듬어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물론 그는 남주인공이 갖출 모든 외양과 성정을 다 갖추었습니다. )
전편의 이야기는 두사람이 천소의 임지인 변방으로 가는 과정의 로드무비입니다. 그 과정에 두사람이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도 함께....
후편은 아시는 것 처럼 정혼자 재휘가 돌아온 후 일어난 풍파와 야인과의 실감나는 전투씬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해심씨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요.....정말 글을 잘쓴다고 탄복 또 탄복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내용과 탄탄한 구성력, 여기 주인공을 둘러싼 몇 사람의 비중있는 조연들이 나오는대요, 그 인물은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자기 역할을 적절히 얼마나 잘하는지....
그리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은유적인 표현들......단순이 상황을 설명해도 될것을 멋지게, 그렇듯하게 딱 맞게 바꾸어놓은 수 많은 유려한 문장들....
배경이 과거니 과거적인 언사와 내용이 들어가야 겠지만, 어떤 분들은 너무 억지춘향이신 글도 꽤 있거든요...글에 몰입을 방해하는....
최해심씨 역시 역사적인 자료를 조사 많이 하신듯 하고, 두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레 사극처럼 받아들여집니다.
누군가, 여주인공 운원의 역할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작가가 말하길 배경이 고려에서 조선으로바뀌는 바람에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또 원래 상처받은 영혼의 소유자인 남주인공을 갖고 있는 소설은 여주인공의 성격이 강하기 보다는 포용적인 면이 강합니다.(제 생각에...) 때문에 그녀도 그 시대 배경상으로는 나름 대로의 역할 수행했다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신 분이나 앞으로 읽으실 분들 중에는 제 의견과 다를 수 있겠지만.....로설을 좋아하는 저에게 연록흔처럼 재미있는 작품을 읽었다 생각합니다.
최해심씨.....정말 수고 많이 많이 하셨구요....다음 작품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