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 - 처음으로 읽는 조선 궁중음악 이야기
송지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 '동이'를 보면서 잘 만들어진 사극 한 편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는 생각을 한다. 초반부를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드라마 시작 당시 '장악원'을 재현하겠다는 제작진의 포부가 밝혀져 기대를 한껏 모았다가 어느 순간 부터 장악원 이야기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통에 말들이 많더라. 더구나 앞서 방송된 장악원의 풍경에서 지적되었던 오류나 무성의한 부분에 대해 만회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상태라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쨌거나 '동이' 덕분에 <최숙빈>을 읽었고, 같은 이유로 이번 책을 선택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는 제목 그대로 장악원에 관한 내용을 담은 역사서이자 궁중음악에 대한 책이다. 우선 장악원이란 조선시대 궁중에서 행해지던 음악과 무용에 관한 일을 담당하던 관청을 말한다. 조선은 문치주의, 유교주의 국가로 공자의 '예악禮樂사상'을 이념으로 정치를 펼쳤던 나라다. '예'와 '음악'이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하다고 생각했기에 궁중의 제례를 비롯한 각종 의식에는 반드시 격식과 음악이 함께 준비되어야 했던 것이다. 

 

 조선시대 궁중음악이 가장 발달했던 시기는 세종시대와 영,정조 시대이다. 얼핏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되는 것이 세종대왕의 시대는 조선을 통틀어 모든 분야에 기틀을 다진 시기다. 우선은 나라가 안정이 되어야 예도 찾고 음악도 있는 법, 시기적으로 부흥했던 때에 예악 정치의 꽃을 피웠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또한 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정통했던 임금이 다스렸던 시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세종대왕과 영, 정조의 경우는 궁중음악이 연주될 때, 연주가 어떻고 음이 맞는지 혹은 악기의 상태까지 알아차릴 정도로 음악적인 조예가 뛰어났다고 전한다.

 

 궁중음악이 유지, 계승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끊이지 않는 전란이 원인이었다. 특히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연주가를 구할 수 없거나 악기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사실상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무형문화재의 맥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내야할 전통 궁중음악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겐 어렵고 지루한 음악일 뿐, 이런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세종 때 명나라의 요구로 보냈던 '창가비'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문화교류라 할 수도 있지만 어린 아이들을 기약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당시의 분위기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숙종때는 청나라 사신의 요구로 국상 중에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힘없는 나라의 설움이니 누구를 탓하랴. 그리고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 우리의 전통 악기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음악은 단순히 귀로 듣고 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문화의 집결체이자 조상의 혼이 담긴 소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내 아이만 하더라도 뱃속에서부터 태교에 좋다는 클래식을 듣고 자랐다. 클래식이 무엇인가, 결국은 서양 궁중음악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예술의 한 분야로 전해 내려온 음악이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지금까지 우리 전통에 음악에 대해 너무 무지했고 무관심 했구나 싶다. 내가 우리 것을 챙기지 않으면 그 누구도 지킬 사람이 없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똑같이 사람사는 세상인데도 동, 서양의 기준과 가치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그 속에 예와 인을 녹여내고자 했던, 선율에 우주를 담아내려 했던 조상들의 넓은 기상에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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